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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대표의 파인다이닝]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된 내과 전문의 유승찬volume.07 2021. 1. 30. 05:39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최우등 졸업 후 아주대 의료정보학과에서 5년 연구”
“2020년도 의료계 가장 권위 있는 저널 중 하나인 JAMA에 논문 게재되는 성과”
“보건의료 빅데이터, 수요는 점점 늘지만 공급이 부족한 분야”
“도메인 지식을 충분히 공부한 후, 이 분야와 융합해서 깊이를 가지고 가는 게 핵심”
“의료 빅데이터의 미래는 클라우드에”
-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을 했는데, 나름 거기서 최우등 졸업을 했습니다. 인턴과 내과 레지던트 4년을 거쳐서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다음에 아주대학교 의료정보학과에 군 전문연구요원으로 와서 총 5년 있었고 이제 곧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입니다.
-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에 남을 수도 있었는데 아주대학교 의료정보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연세대학교에서 한 10년 정도 있었기 때문에 ‘다른 학교를 경험하는 것도 좋겠다’라는 생각도 있긴 했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인공지능이란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던 때였어요. 의료정보학이 그렇게 많이 부상되지 않았었고 생물정보학이 대세였어요. 그래서 실제 임상 데이터를 가지고 연구하는 분들이 흔치는 않았는데, 아주대학교에서 이 분야를 개척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이곳에 오게 되었어요. 그런데 제가 여기에 들어오고 나서 그 후에 알파고 이런 충격들이 생기면서 갑자기 이렇게 이 분야가 부상을 하게 되었어요.
* 의료정보학(Health Informatics)이란?
건강 관리(healthcare)에 정보 기술을 응용하는 학문 분야. 개인의 건강이나 의료와 관련된 정보를 디지털화하여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학문 분야로 의료 데이터의 표준화를 통해 더욱 효율적인 의료 체계를 확립할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IT 용어사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이란?
컴퓨터를 이용하여 생물학을 연구하는 모든 분야를 포함하는 학문
- 지금 현재 아주대에서 어떤 것들을 하고 있나요?
가장 주가 되게 하고 있는 건 데이터 표준화이고요, 의료정보학 분야가 사실 굉장히 다양하고 어떻게 보면 응용 학문이기 때문에 데이터 사이언스를 다양한 의학의 갈래에 접목시키는 일들을 하고 있어요.
- 어떤 데이터 표준화인가요?
다양한 데이터를 가지고 표준화를 진행해요. 임상 데이터뿐만 아니라 유전체, 방사선, 지리 정보시스템, 또는 텍스트 데이터와 같은 것들을 표준화해서 여러 기관이 동시에 공동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를 만드는 걸 주되게 하고 있어요. 또한 데이터 표준화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만들고, 통계적 방법을 실험해보고, 그런 통계적인 방법을 이용해서 많은 국제협력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그럼 데이터 표준화의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사실 표준화를 할 때 표준화에 대한 목표의식 없이 ‘표준화를 위한 표준화’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어요. 제가 하는 표준화는 주로 공동연구를 하기 위한 표준화로 보통은 임상데이터 같은 OMOP-CDM 위주로 하고 있어요.
지금 국내에서도 약 40개 기관이 병원 데이터 CDM 변환을 하고 있고, 심평원 데이터도 지금 CDM 변환이 되고 있고 국외서도 많은 데이터가 CDM 변환이 되어있기 때문에 저희가 OMOP-CDM이라는 공통 데이터모델 규약에 맞춰서 데이터 변환을 주로 진행하고 있고, 그걸 중심으로 영상이라던가 유전체, 텍스트와 같은 다양한 데이터를 융합하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 OMOP-CDM 이란 전자의무기록 데이터 산업형 국제 표준인 ‘Observational Medical Outcomes Partnership-Common Data Model'의 약자로 의료기관별 상이한 용어, 형식 등의 전자 의무기록 정보를 표준화된 구조로 변환하는 데이터 모델이다.
*오딧세이(OHDSI)?
보건의료 빅데이터 관련 국제 컨소시엄. 보건의료 빅데이터 관련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오몹(OMOP) 공통 데이터모델을 활용한 분산 연구망으로 현재 국내 40여 개의 대형병원들이 실제로 적용해 연구에 활용하는 중이다. OMOP-CDM은 병원마다 각각 달리 보유하고 있는 전자 의무기록 자료를 공통 데이터모델로 익명화 및 표준화하여 그 분석 결과만 공유함으로써 개인 정보를 보호할 수 있게 한다.
- 지금까지 진행했던 연구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떤 게 있을까요?
가장 내세울 만한 연구는 2020년도에 의료 쪽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저널 중 하나인 ‘JAMA’(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게재된 논문이에요. 이 논문은 심평원과 아주대, 미국 예일대 공동 연구팀이 심평원의 청구데이터와 미국 병원데이터를 활용한 협력연구를 통해 심장질환 환자에서 항혈소판제인 티카그렐러랑 클로피도그렐 두 가지를 비교했었는데 새로운 약제가 크게 더 좋진 않더라 뭐 이런 결과를 발표했고, 그게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에서 인정을 받아서 이제까지 가장 큰 연구업적이 되었어요. 그리고 작년에 코로나19 상황이 생기면서 3월까지만 해도 우리나라가 중국 다음으로 환자가 많은 위험한 나라였기 때문에, 심평원을 도와 코로나19 환자들의 데이터를 세계에서 최초로 OMOP-CDM으로 변환하고 그것을 국내외 연구자들이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분산 연구망 시스템으로 오픈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 한 연구 중 기억에 남는 건 스탠퍼드 대학, 강동성심병원, 한양대병원과 함께 우울증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 만들었는데 그게 퍼블리쉬가 되었어요.
-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환자들의 과거력을 가지고 우울증이 잘 발생할 수 있는 사람들, 특히 심장질환으로 약을 먹는 사람들 중에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는 사람들을 예측하는 모델이에요. 환자들의 과거력(환자들이 이제까지 먹은 약들, 기존의 질환들)을 봤을 때 예를 들면, 어떤 특정한 약을 먹거나 아니면 기존에 불안 증세가 있었던 사람들에게서 우울증 발생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 진행했던 연구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혹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 ‘우울증 발생 예측 인공지능 모델’이라고 하면,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는 사람들을 조기에 선별 및 진단해서 치료할 수 있도록 스크리닝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어떤 약이 우울증을 높일 수 있다면 그런 약의 사용을 줄이는 쪽으로 가이드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병리 이미지 가지고 인공지능 딥러닝 모델 만들어서 논문이 나가기도 했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병리학 의사들의 숫자가 점점 줄고 있기 때문에 이런 연구가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요즘에 코로나19 백신 때문에 아마 많은 분들이 임상 시험에 대해서 들으셨을 텐데요. 그런 임상시험은 대부분 제약회사 주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떤 제약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거든요. 그런데 임상시험만으론 정말 신약이 효과가 월등하게 우월한지 또는 우리가 몰랐던 부작용들은 없는지 등에 관해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리얼월드 데이터(RWD)를 가지고 우리가 확인하는 과정들도 필요하다 생각해요.
- 의미 있는 연구를 많이 하시고 계신 아주대학교 의료정보학과는 어떤 곳인가요?
아주대학교 의료정보학과는 홍제관이라는 건물에 있는데요 일단 건물의 뷰가 좋고 신축 건물이라 일하는 환경이 굉장히 쾌적해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미국의 콜롬비아 대학교나 예일대학교,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 네덜란드의 에라스무스 대학과 같이 해외 유수의 대학들과 함께 공동연구를 많이 하고 있고, 국제적인 무대에서 뛰어난 연구자분들과 같이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또한 한국에서의 데이터 표준화를 이끌고 있는 기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 주로 어느 전공의 학생들이 입학하나요?
전공은 다양합니다. 의학, 간호학, 약학, 통계학, 생물학, 컴퓨터 공학, 경영학, 의공학, 수학과 등 굉장히 다양한 백그라운드 사람들이 모여있어요. 사실 의료정보학 자체가 융합학문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전공만으로는 하기가 어렵고, 예를 들어 의학을 전공하고 온 친구들은 통계라던가 컴퓨터 사이언스에 대해 배워야 하고,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친구들은 의학 쪽 도메인 지식 또는 수학적인 지식들을 배워야 되는 게 있어요.
- 처음 이 과를 선택했을 때와 졸업을 앞둔 지금은 어떤 것들이 바뀌었나요?
사실 처음 여기 올 때는 ‘내가 뭘 해야겠다’라는 생각도 별로 없었고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이 과가 부상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졸업 후 오퍼도 많이 받고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불러주시는 곳이 굉장히 많아서 좋아요. 그리고 지금은 예전과 다르게 창업을 하셔서 회사를 하거나 회사에 정말 적극적으로 뛰어드시는 교수님들도 많으시기 때문에 산업계와 학계 간 벽이 점점 허물어지는 것 같아요. 이제는 전처럼 ‘교수는 회사 같은 거 절대 관여하면 안 된다’는 시대는 끝나지 않았나 생각해요.
- 제가 아주대에서 공부할 때 의료정보학과에 의사가 유승찬 선생님 한 명 밖에 없었는데요, 지금은 좀 늘었나요?
지금은 학생 중에 한 4~5명 정도 있어요.
- 그 사람들은 왜 이 학과에 왔나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 분야를 시작하고 싶어 하는 의사들이 있다면 하나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 시장의 수요가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거예요.
- 주변에 같은 걸 하는 의사들이 얼마나 있나요?
정보의학만 전공으로 하는 분들은 굉장히 드물고 본인의 전공을 가지면서 같이 하시는 분들은 좀 많은 것 같아요.
- 이 과에 오고 싶어 하는 다른 의사들한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예를 들면 ‘뭘 준비하면 좋고. 어떤 마인드로 오면 좋겠다’ 이런 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좀 해주시겠어요?
일단 코딩에 대해 묻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도 이 분야가 전공이 아니다 보니 부족한 면이 많아서 계속 배우는 중이에요. 그런 부분에서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외국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이 다른 점은 한국 사람들은 내가 다 혼자서 해야 된다는 그런 의식이 있는 반면 외국 사람들은 협력을 굉장히 잘 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꼭 다 하려고 하는 것보다 협력할 수 있는 사람들을 구하는 게 좋아요. 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그냥 무조건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그런데 사실 병원에 계신 선생님들이 워낙 바쁘고 힘들기 때문에 정말 뛰어난 몇몇 분을 제외하고 코딩을 배울 수 있는 게 쉽지 않아요. 왜냐하면 저도 병원에 있을 때에는 코딩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늘 마음만 있고 못했었거든요. 그래서 그게 선생님들의 잘못은 아니고 누구나 그렇기 때문에 차라리 그럴 땐 협력을 구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요즘에는 데이터 사이언스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생겼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어요.
만약 나는 지금 의대 학생인데 이런 분야의 과를 가고 싶다고 한다면, 이런 학생들한테 제 개인적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은 학생 때부터 컴퓨터 공부를 해도 좋지만 일단은 의대 본연의 공부를 잘하는 게 좋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지금 의대에서 도메인 지식을 확실히 갖는 게 훨씬 좋거든요. 컴퓨터 공부는 나중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도메인 공부는 선생님들이 시키고, 이럴 때가 아니면 나중에 또 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제가 하나 권해드리고 싶은 건 굳이 지금 의대생인 내가 막 딥러닝을 배우고 이런 것보다도 의학 본연에 대해서 좀 더 많이 배우는 것이 훨씬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그러면 반대로 의학 전공이 아니라 이쪽 도메인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이 분야에 오고 싶어 한다면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의사들이 유리한 면이 있죠. 본인이 그런 걸 인정할 수 있으면 저는 와서 하는 거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계속 말씀드리지만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제대로만 한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에요. 내가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인지하고 조금 더 배우는 자세로 참여할 수 있다면 좋은 방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 저도 경영학 전공자로서 아주대학교 의료정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할 때 제일 고민되었던 부분이 ‘과연 임상데이터를 가지고 연구하는 것이 의사가 아닌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생각에는 의학 전공이 아닌 사람일수록 본인의 전공 하나가 깊게 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만약 통계를 전공했다면 여기서 실험해보고 하면서 본인 학문에 깊이를 좀 더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여기서 데이터를 가지고 연구하고 응용을 해서 어떤 통계기법학 자체에서의 성과를 가지고 가면 될 것 같아요. 내가 심리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그 분야에 대해서 데이터를 받아서 그런 것들을 해 볼 수가 있을 것 같고, 만약 내가 생물학을 전공했으면 당연히 바이오인포매틱스 쪽으로 그런 부분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이제 졸업을 하는데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저는 한국 연구자들이 다른 나라의 연구자들과 국제공동연구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가장 주안을 두고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데이터를 융합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 만드는 것을 계속할 생각이에요. 현재는 이미지만을 가지고 인공지능을 만든다던가, 유전체만 가지고 프로덕트를 만든다던가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는 그런 것들과 함께 임상적인 데이터가 같이 융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결국 의료산업에서 의료데이터의 미래는 클라우드에 있지 않나 생각해서 요즘 클라우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 왜 의료산업에서 의료데이터의 미래는 클라우드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의 인공지능 시대는 알고리즘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고 얼마나 많이 학습시킬 수 있느냐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어요. 그런데 데이터는 이미 시장에 많이 있고 데이터 표준화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이걸 구동할 수 있는 컴퓨팅 환경의 표준화도 이루어져야 해서 컴퓨터 환경의 확장이 일어나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 머지않은 미래에 병원이나 의료기관이 클라우딩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으면 결국 뒤처질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해요. 그런 확장성을 가지지 못하는 기관은 아무리 한국에서 큰 기관이라 하더라도 결국 그냥 일개 하나의 기관 즉, 구멍가게처럼 되는 거죠. 이제 앞으로는 표준화와 확장성을 가지고 데이터를 연계를 할 수 있는 기관들이 살아남을 경쟁력을 갖출 것이기 때문에 의료데이터의 미래는 클라우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비전과 포부는?
제 목표는 현재 쌓여있는 의료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그런 데이터를 사용해 연구만을 위한 연구가 아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들이 더 많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에요.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많은 희망을 가지고 성장해 왔다면 이제는 그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과제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너무 기술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많이 나오는 얘기지만 기술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지 않고 신기술 자체만을 도입하려고 하면 그런 시도들이 좀 잘 안되는 경우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기술에 대한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료산업을 이해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융합형 인재가 많이 필요할 거란 생각이 들어요.
- 마지막으로 국제공동연구를 하면서 느낀 우리나라의 비전도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인공지능 자체만을 놓고 봤을 때에는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조금 뒤처지는 게 있을 수 있지만 해외와 다르게 우리나라의 강점은 ‘데이터가 많이 합쳐져 있다는 점’이에요. 오히려 미국 같은 곳은 병리학과가 쓰는 EMR 따로 있고, 응급의학과가 쓰는 EMR이 따로 있어서 굉장히 복잡하고 융합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심평원에 청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 EMR의 용어 코드라던가 이런 것들이 비슷해요. 아직까지도 과끼리의 장벽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한 병원 안에 모든 것들이 모여있다는 것이 굉장히 큰 장점이에요. 그래서 저는 충분히 우리나라가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한 가지, 해외에서 연구자들이 갖는 비전만큼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그런 비전을 갖지 못한다는 게 아쉬워요. 우리나라는 규제가 워낙 심하기도 하지만 나라 자체의 역량이, 예를 들면 있는 미국 같은 경우는 미국에서 만들면 전 세계로 퍼지기가 쉬운데 우리나라는 국내시장도 크지 않고 해외로 진출하기에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서 그런 부분들이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만든 제품을 어떻게 잘 수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절대 뒤처지지 않고 있고 오히려 더 앞서 나갈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국내외 협력을 더 많이 한다면 헬스케어 분야에서 충분히 우리가 선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 이혜진 / 메디컬커리어연구소 대표
이 혜 진
메디컬커리어연구소 대표
저 서
『의료인은 아니지만 병원에서 일합니다』
이혜진 지음, 출판 청년의사, 2019.03
'volume.07'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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