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태린의 헬스케어 이야기] 일과 삶의 경계에 식탁이 있다.volume.21 2022. 4. 1. 20:27
인테리어 디자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나에겐 일하는 공간이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온종일 사무실에 앉아 근무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야근까지 하는 직원들의 공간이자, 상담을 하러 오시는 고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자료와 마감재들을 살펴보는 미팅 장소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인테리어 사무소라 하면 그 회사가 추구하는 감각적 느낌을 그들이 일하는 공간을 누군가가 방문했을 때, 그 아우라가 느껴지도록 공간을 멋지게 만들어 놓는 것도 하나의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나의 사무소 역시 늘 그래 왔다.
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요시 생각하는 나에게 공간의 주안점은 식생활 공간이 주가 되도록 하는게 우선되곤 했었다. 그러다 보니 사무소 중앙에 커다란 주방을 가운데 두어 고객분이 오시더라도 그 키친 앞에 놓인 바에 앉아 상담을 하기도 했고, 직원들과 미팅을 해도 먹고 마시면서 대화를 하곤 했었다. 당연히 공적인 고객과의 관계에서 음식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개인적인 친밀함이 더해져서 견적에 대한 어려운 이야기도 쉽게 벽이 허물어지는 그런 관계가 되곤 하니 사무실에 키친은 돈을 불러오는 매개체라고나 할까.
이렇듯 먹고 마시는 공간이 나에게 있어 중요했던 것은 예전에 읽었던 <살림에 관한 책(The Book of Household Management)이 매우 기억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 책에서 “군대에는 지휘관이 있고 회사에는 대표자가 있는 것처럼 가정에는 주부가 있다.”라는 말을 되뇌다가 처음 사택을 지을 때 늘 주방이 북쪽 구석에 위치해있던 통념의 구조를 달리하여 주방을 가운데 위치해 놓고 넓디넓은 아일랜드형 식탁을 주문 제작해서 가운데 놓고 거기서 여러 일들을 하곤 했던 것이다.
아이들 셋을 키우며 단 한번도 일을 쉬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집인지 사무실인지 구분이 안 되는 거대한 테이블에서 때론 먹고 때론 일하며 함께 기거하게 되었던 게 그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엄마로서 일을 쉽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집에 키친을 중앙에 놓았던 공간 배치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필연적 요건이었지만, 분명 식탁이란 제 기능의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분명 사람 사이 유대감과 만족감을 더해주는 애착 형성 호르몬 옥시토신 분비가 더 늘어난다는 신경건축학자들의 연구에 의거해본다면 이로 인해 나는 더 오래오래 즐겁게 일을 해온 게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요즘 들어 즐거운 식탁에서 둘러앉아 사람들과 함께 파티를 자주 했던 나의 사무실 회의 겸 탁자가 코로나 시기를 맞아 허전하기 그지없다. 이제 독감 기운 정도로 너도나도 확진을 진단받고 몸조심을 하고 있는 이 시기가 지나면 예전 같은 훈훈한 세상이 돌아오려나 싶건만 사람들끼리 먹고 마시며 잔을 부딪히며 소통하던 식탁공간이 사뭇 그리워짐은 나뿐만은 아닐 듯.글. 노태린 노태린앤어소시에이츠 대표
'volume.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행인의 편지 (0) 2022.04.03 "첫 인상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서울나우병원 (0) 2022.04.03 [BOOK] 당신의 도시를 읽어드립니다 (0) 2022.04.03 [에비드넷] 데이터로 세상을 건강하게 (0) 2022.04.01 문화와 의료가 융합된 이상적인 공간을 실현하다 / 서울나우병원 (하) (0) 2022.04.01 한국의 HSS를 향해 도약하다 / 서울나우병원 (상) (0) 2022.03.31 [이수경 원장의 행복을 주는 건강 코칭] ‘힘든 일’과 ‘불가능한 일’은 다르다 (0) 2022.03.31 [임진우 건축가의 '함께 떠나고 싶은 그곳'] 서울의 도시재생 지역들 (0) 2022.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