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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우 건축가의 '함께 떠나고 싶은 그곳'] 방콕과 파타야volume.20 2022. 3. 1. 01:59
방콕
태국은 동남아 관광 여행지로는 가장 잘 알려진 핫플레이스인데도 불구하고 코로나 때문에 최근에는 발길이 뜸해진 것 같다. 동남아시아에서 유럽국가의 식민 지배를 받지 않은 유일한 나라로서 불교문화의 영향으로 잘 보존된 화려한 사원들은 그 규모가 대단해서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수도 방콕은 사원의 도시이며 동시에 물의 도시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가장 큰 강인 차오프라야강의 세밀한 지류들은 신경조직처럼 시내 곳곳에 퍼져있어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릴 정도로 수로가 시내 중심가까지 발달해있다. 이곳에서 운행되는 수상버스는 방콕 시내의 교통 혼잡과 정체를 피할 수 있는 싸고 편리한 대중교통 수단이다. 관광객들을 위한 투어선박에 올라 강의 지류를 거슬러 올라가며 펼쳐지는 이색적인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확실히 이곳은 여행객들에게 방콕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각인시켜주는 명소임에 틀림없다.
원거리 풍경으로 도심의 고층빌딩과 새벽 사원 등이 수상 무대의 조연이라면 주연은 단연코 수상가옥이다. 물속에 나무기둥을 박고 버티고 서있는 가옥들은 일견 구조적으로 불안해 보이지만 이곳 주민들은 오랜 시간 동안 이런 방식으로 강물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왔다. 수상가옥의 대부분은 튼튼하면서도 물에 잘 뜨는 야자수 나무를 이용하여 만들었다. 녹슨 골 철판 지붕과 목제 발코니, 그리고 무심하게 널어놓은 빨래들의 색상들이 오묘하게 어우러져 묘한 빈티지의 일상풍경을 자아낸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수상 주거환경의 군집은 지나온 시간의 발자취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감성을 담아 그림으로 기록하기가 안성맞춤이다.
작은 보트에 관광객용 물고기용 밥이나 바나나, 예쁜 꽃과 함께 삶의 애환과 고단함도 잔뜩 싣고 오랜 시간 동안 외국인들을 상대해 온 할아버지와 손녀의 여린 시선과 손길을 외면하기 어렵다. 그들 덕분에 강물과 더불어 친숙한 삶이 묻어나는 수상 거주자들의 전통과 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파타야
방콕 시내에서 동남쪽으로 약 140km 정도, 자동차로 2시간 정도 이동하면 파타야에 도착한다. 해변도시의 특성을 가진 장소라서 리조트 시설이 풍부한 곳으로 연중 내내 윈드서핑, 수상스키, 스노클링, 바다낚시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만끽할 수 있다. 그뿐이랴, 풍부한 열대과일과 음식, 여흥과 위락 등 시끌벅적한 음주가무의 놀이뿐만 아니라 한적한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려는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에게도 최적의 휴양 장소이다. 물가도 착한 편이라 가성비가 좋은 풀빌라에 투숙하면 휴양리조트 시설의 진가를 체험할 수 있다.
전형적인 열대 몬순 기후의 특성을 보여주는 화초들로 잘 가꾸어진 정원에 단독주택처럼 드문드문 배치되어있는 정갈한 방갈로 형식의 호텔 객실은 이색적인 체험과 추억을 선물한다. 이런 리조트 시설 역시 야외풀장 시설뿐만 아니라 모래사장이 있는 바다와 접해있다. 하지만 조용한 프라이빗 해변보다 조금 더 활력 있는 물놀이를 원한다면 여러 관광객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섬으로의 당일 아일랜드 호핑 투어가 제격이다.
여객터미널에는 크고 작은 요트와 수많은 관광선들이 정박해 있다. 출항한 선상에서 시원한 캔맥주로 휴식을 취하며 선장의 안내에 따라 바다낚시와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이윽고 목적지 섬에 내리면 열대지역에 작열하는 태양의 직사광선을 피하느라 수많은 파라솔들이 줄을 맞춰 도열한 채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벌써부터 선탠을 위해 모래 위에 자리를 펴고 누워있는 비키니 여성들과 바닷물 속에 뛰어 들어가 수영을 즐기는 무리들, 모터보트를 타는 사람들의 풍경들이 이색적이다. 분위기에 적응이 덜 된 남자들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연신 두리번거리며 한눈팔기에 바쁘다. 아슬아슬하게 노출이 심한 수영복 차림으로 뛰노는 금발의 글래머들에게 시선을 빼앗기는 일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물가도 저렴하고 서비스도 좋다. 물놀이를 마치고 시원하고 한적한 그늘을 찾아 망고와 차가운 야자수 음료로 여유를 즐기며 생각해보니 이곳에서는 한국에서 분주하게 돌아가는 시간과는 차원이 다른 주파수의 영역이다. 어떻게 즐기느냐에 따라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는 이곳이 지상낙원이 될 수도 있겠다.
“아희야, 무릉이 어디뇨, 나는 옌가 하노라”
글/그림. 임진우 (건축가 / 정림건축)'volume.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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