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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린의 헬스케어 이야기] 코로나가 가져다준 집콕, 책상테리어volume.20 2022. 3. 2. 14:39
어느덧 막내가 고3을 맞았다. 2년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며 살고 있으니 학교를 한 주마다 걸러서 가질 않나 때론 확진자가 있다면서 쉬질 않나, 고3 같지 않은 학창시절을 살고 있는 요즘 학생들이 한편으론 안쓰럽고 또 한편으론 이렇게 공부해서 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말을 딸에게 했더니 눈이 커지면서 말하길 이게 얼마나 더 피곤하고 힘든 삶인지 아냐면서 엄마에게 말을 받아친다. 학교에 가지 않는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 인강을 듣고 출석체크를 하고 선생님과 대화를 하며 수업을 한다. 어느 학원의 어떤 강사들이 강의를 잘하는지 정보를 듣고 온종일 pc를 보다가 때론 침대 위에 누워서까지 패드를 끼고서 강의를 듣는다.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생활하다 보니 시험 때 친구들과 줌 화상회의를 켜놓고 같이 밤을 새우며 공부를 하곤 한다.
처음 학교에 안 간다고 친구들을 못 보니 서운해하던 막내는 요 근래 학교에 가는 날이 더 피곤하다며 차라리 비대면 수업으로 모두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니 사람의 습관이란 정말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자기보다 어린 후배들을 염려하면서 이렇게 코로나가 지속된다면 요즘 애들은 친구들과 더 이상 만나지도 못할 테니 너무 불쌍하다며 걱정을 한다. 로마시대 벽화에서 어른들이 요즘 애들 걱정을 했다던데 세상이 변해도 어른은 애들을 애들은 그보다 더 어린아이들을 걱정하는 것을 보면 이런 면에서 사람의 마음은 시대를 불문하는 것 같다.
어느 날 막내의 방에서 드르륵 소리가 나길래 혼자서 책상과 침대를 끌어 위치를 변경하고 있었다. 이유인즉슨 학교에 안 가는 날이 많으니 잠자는 날보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면서 나름 책상 배치를 바꿔놓겠다는 것인데 PC를 책상 위에 놓지 않던 예전의 배치와는 달리 화상 수업을 위해 모니터를 책상 위에 배치하고 창가 벽 쪽으로 머리맡을 두던 침대 헤드를 창을 바라보는 쪽으로 위치를 바꿔 놓은 것이다. 속셈은 공부하다 가끔 누워 있는 침대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잠깐의 여유를 찾겠다는 게 바뀐 공간 배치를 통해 그려진다. 그뿐만 아니다. 어디서 구해왔는지 작은 서랍장을 책상 곁에다 두고 그 안에 좋아하는 간식거리들을 넣어둔 센스. 진정한 고3다운 책상테리어란 생각이 든다.
그래 1년이란 시간 그렇게 냠냠 먹다 보면 살도 찌겠지만 어떤가? 그때 누리지 못하면 또 언제 그렇게 먹어보겠는가? 코로나가 가져다준 집콕으로 덕분에 소굴 같았던 막내의 방이 저절로 깨끗해지고 정리가 되었으니 아이러니하게 감지덕지한 마음이다.글. 노태린 노태린앤어소시에이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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