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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직원이 편안하게 머무르는 병원 / 염창환병원 (하)volume.20 2022. 3. 2. 01:15
변화하는 시대를 대비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끌어 주는 사람염창환 병원장은 송파구로 이전하기 전, 4명의 직원을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으로 견학차 다녀오게 했다. 이는 병원 설계를 위한 방향성 제시 및 디테일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살펴보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직접 가서 체험하고 온 이후 환자를 위한 병원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진료실 앞에 있는 번호도 메이요 클리닉에서 배우고 온 것입니다. 견학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새로 이전한 병원은 로비부터 호텔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고급스러움과 편안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인포메이션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카페와 소파가 넓게 자리 잡았으며, 왼편에는 진료 공간으로 동선을 길게 확장시켰다.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 공간 앞에는 기다란 원목 테이블과 의자, 크기를 달리한 원형의 디자인 조명으로 조도를 조절하여 한층 아늑한 빛을 감돌게 했다. 또한 창가 앞을 가득 메운 초록색 소파와 원목 테이블로 공간의 분위기를 내추럴하게 이끌었다.
염창환병원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주사실을 전부 1인실로 바꾼 것이다. “우리병원의 가장 큰 장점은 주사실입니다. 2층 주사실이 다 1인실로 되어있습니다. 다른 병원들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에 투자합니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빠져있습니다. 우리 병원은 환자의 안정과 편의를 위해 주사실을 전부 1인실로 바꾸었습니다.”
더욱이 주방은 다른 호텔 레스토랑 못지않게 디자인되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5층에 위치한 식당은 야외 정원과 맞닿아 있으며, 레드 컬러의 붙박이 체어 위에 설치된 라운드 목재 루버가 전체 디자인을 주도하고, 곳곳에 놓인 초록의 식물들로 활기를 불어넣었다. “암 환자들은 밥 한 끼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 병원 식당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특히 조리사를 비롯해 식당에서 일하는 팀들이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염창환 병원장의 최대 관심사는 환자와 직원들 모두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있었다. 이를 위해 앞서가는 사람이 끌어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결국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앞서가는 사람이 끌어줘야 합니다. 이건희 회장님 어록이나 강의를 보면, ‘앞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마지막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에 인재에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라며, 이어 “우리 병원의 방사선사들도 다 외국 학회에 가서 교육을 받고 왔습니다. 이후 치료 결과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결국은 투자입니다. 메이요 클리닉도 보면 결국엔 사람에게 투자한 것입니다”라고 인재 투자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렇듯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앞서가는 염창환 병원장, 그의 끊임없는 변화와 시도가 5년 후에 진행될 새로운 프로젝트를 벌써 기대하게 만든다.
10. 암 환자 치료를 위한 병원은 디자인 면에서 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특별히 신경 써서 진행한 디자인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로비를 포함한 서비스공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환자들을 위한 서비스공간입니다. 사실 우리 병원이 교대에 있을 때, 네 개 층을 쓰고 병실이 38 베드였습니다. 그런데 여기 송파로 이전하면서 공간이 두 배 정도 넓어졌지만, 오히려 베드는 30 베드로 줄였습니다. 결국은 환자 서비스를 위한 공간이 더 넓어진 셈이죠.
우리 병원 로비에는 큰 그림이 한 점 있습니다. 다른 병원에서는 그 자리에 TV를 설치합니다. TV에서 병원 광고를 볼 수 있도록 해놓는 것이죠. 마케팅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병원은 유명한 이왈종 화백의 그림을 걸었습니다. 그 그림 자체가 환자들에게 힐링이 되고 편안함이 느껴진다면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요? 그것은 아무도 따라갈 수 없습니다. 또 밖에는 유용호 작가의 Greeting man을 설치했습니다. 유용호 작가는 세계 곳곳에 Greeting man을 선보였습니다. 인사하는 모습의 작품은 지구에 대한,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는 것으로 우리도 동참하게 됐습니다. 저는 이러한 작품이 환자에게 조금이나마 위안과 안식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병원의 가장 큰 장점은 주사실입니다. 2층 주사실이 다 1인실로 되어있습니다. 인테리어 관계자들은 큰 방에 여러 개의 침대를 놓으면 훨씬 더 많은 환자에게 주사를 놓을 수 있는데, 왜 1인실로 만들어서 병실을 반으로 줄였냐고 물어봅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죠. 다른 병원들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에 투자합니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빠져있습니다. 외국 병원들의 가장 큰 특성은 대부분 1인실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외래주사실부터 다 1인실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병원 특성상 어마어마한 손해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 병원은 현재 30 베드 중 10 베드가 1인실이고, 4인실이 두 개, 3인실이 네 개입니다. 원래 목적은 다 1인실이나 2인실로 하고 싶었으나, 우리나라 의료계가 못하게 하니까 어쩔 수 없죠.
병원 로비 역시 보시는 분마다 호텔처럼 만들어놨다고 깜짝 놀라워합니다. 그리고 커피를 환자들에게 공짜로 제공하면서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식당입니다. 암 환자들은 밥 한 끼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 병원 식당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특히 조리사를 비롯해 식당에서 일하는 팀들이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설계 당시 맨 위층에 식당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대부분 병원은 치료실도 중요하지만,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곳은 식당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식당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저는 조리사나 영양사에게 금액은 신경 쓰지 말고 원하는 만큼 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식비도 많이 나옵니다. 현재 우리 병원은 조리장 한 명, 조리사님 8명, 영양사 한 명인데, 앞으로 영양사를 한 명 더 뽑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영양을 총괄하는 팀장님, 부장님도 계십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죠. 영양 부장님은 항암 요리연구가로, 세계 최고 명문 요리학교인 미국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수료하고, 미국 필라델피아 CTCA(Cancer Treatment Center of America) 암센터에서 암 환자 식이 인턴십을 수료하신 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세탁실입니다. 세탁실이 없어 외주를 주다 보면 옷에 화학 처리를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병원에서는 세탁실을 병원 안에 마련했습니다. 비용은 많이 들지만,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편해져서 그 자체로 만족스럽습니다. 예전에는 직원들이 본인의 가운은 집에서 직접 빨아야 했습니다. 현재는 이곳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씩 빨 수 있어 훨씬 위생적입니다. 환자복도 유기농으로 소재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결국은 내가 환자라는 생각으로 하면 됩니다.
11. 병원을 이전하면서 설계 부분은 병원장님께서 참여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맡기셨다고 들었습니다. 더욱이 병원 설계를 위해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으로 견학을 보내기까지 하셨습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다 맡기고 1년 동안 아예 보지 않았습니다. 믿고 맡긴 것이죠. 사실 원장이 관여하지 않으면 잘 됩니다(웃음). 2019년도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에 직원들을 보냈습니다. 직접 가서 체험하고 온 이후 환자를 위한 병원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진료실 앞에 있는 번호도 메이요 클리닉에서 배우고 온 것입니다. 견학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사, 원무팀, 홍보팀, 영양팀 각 1명씩 가서 보고 오게 했습니다. 결국은 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메이요 클리닉뿐만 아니라 존스 홉킨스 병원, 메릴랜드대 병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병원, 하버드대학병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등도 갔었습니다. 10년 동안 우리가 본 외국 병원만 해도 한 10군데는 될 것입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아 5년 후에 다시 리모델링할 계획입니다. 그때는 좀 더 놓친 부분을 파악해서 구현해놓을 생각입니다.
12. 그만큼 직원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집니다. 디자인에 있어 직원들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우리 병원 직원들의 근무일수는 4.5일입니다. 오프가 24개가 발생하는데 다들 파격적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병원 병원장님들이 의아해할 정도이니까요. 직원들이 좋아하는 것은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공짜 커피입니다. 보통 직원들은 커피를 한두 잔 사 먹는 경우가 많은데, 계산해보니 한 달에 20만 원 정도가 세이브됩니다. 바리스타 역시 우리 병원 직원입니다. 특히 공간 중에서 병동이나 외래 곳곳에 간호사들이 쓸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었습니다. 환자들과 사용하면 불편한 점이 많아 곳곳에 직원 화장실을 둔 것이죠. 이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13. 앞서 언급하셨듯, 병원을 증축하거나 리모델링을 할 계획도 가지고 계신데요. 병원 디자인에 있어 좀 더 보완하거나 구체화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인구가 역전된 상황입니다. 현재 태어난 아이들보다 사망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졌습니다. 우리나라는 2030년이 되면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고, 2050년이 되면 거의 인구 절벽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100년이 되면 아마 인구가 2천만 명이 채 안 될 것입니다. 현재 그것에 대한 준비 중이며, 2027년도는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고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못 나가지만, 코로나가 끝나면 직원들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배우고 올 예정입니다. 그것을 토대로 5년 후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입니다
14. 의사들에게 교육을 진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성과나 사례가 있었다면 소개해주세요.
올해는 20주년 기념으로 개원 컨설팅을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우리병원에서 하는 치료법이나 클리닉에 대한 노하우를 교육할 생각입니다. 제일 좋았던 사례는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최종순 교수를 들 수 있습니다. 그 친구가 전공의가 끝나고 제가 명지병원에 있을 때 한 달 동안 비타민 치료 교육을 받고 부산에 가더니, 그곳에서 제일 유명한 비타민 의사가 됐습니다. 이밖에 현재 많은 사람이 비타민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그 씨앗이 계속 퍼져나가는 중입니다. 더 큰 그림은 교육적인 정보나 스킬의 경우 누구나 해줄 수 있지만, 노하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에 제가 의사들에게 이야기해줄 것은 주사실 만큼은 1인실로 바꾸라는 것입니다. 그만큼 병원은 환자가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15. 특별히 암 환자 치료를 위해 가장 이상적이고 모티브로 삼고 싶은 병원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입니다. 저는 못 갔지만, 직원들이 발표하고 이야기한 것을 들어보면 메이요 클리닉이 가장 좋았다고들 합니다. 그리고 사실은 메이요 클리닉 스토리가 너무 좋습니다. 현재 제일 대표적인 경영 이론 중의 하나가 메이요 클리닉 이야기, 스타벅스 이야기, 맥도날드 이야기일 것입니다.
대부분 병원에서는 직원들이 학회에 가는 것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주로 의사들이 가게 됩니다. 직원 한 명이 나갈 때마다 최소 500~1,000만원이 들죠. 미국의 경우 굉장히 많은 돈이 듭니다. 우리 병원의 방사선사들도 다 외국 학회에 가서 교육을 받고 왔습니다. 이후 치료 결과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결국은 투자입니다. 메이요 클리닉도 보면 결국엔 사람에게 투자한 것입니다.
제가 조찬모임에 가서 배운 것 중의 하나가 지금 세상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달부터 직원들이 읽고 싶은 책을 올려놓으면 한 달에 한 권씩 구입해주고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생각이 넓어지고, 생각은 곧 현실이 됩니다.
16. 현재 병원장님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경영입니다. 환자와 직원들 모두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결국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앞서가는 사람이 끌어줘야 합니다. 앞서가는 사람이 자기 것만 챙기고 끌어주지 않으면 부패로 망한 아르헨티나처럼 되어버립니다. 이건희 회장님 어록이나 강의를 보면, ‘앞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마지막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에 인재에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병원 환자 중에 교감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분은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 영어 선생님에게 연수 기회가 아닌데도 연수를 보내줬습니다. 나중에 그 영어 선생님이 돌아와 교감 선생님께 “학교를 위해 뼈를 묻겠다”라고 말했더니, 교감 선생님이 “당신은 이 학교를 위해서 뼈를 묻지 말고 당신이 가르친 학생들을 위해 뼈를 묻었으면 좋겠다”라고 답해줬습니다. 그만큼 현재 인재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며, 앞서가는 사람들이 투자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7. 마지막으로 염창환병원의 올해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방법을 지금도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찬모임을 참석하고, 책도 읽어 보고 있습니다. 병원을 경영하다 보면 ‘이걸 좀 더 할까?’, ‘저걸 좀 더 할까?’ 하는 욕심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결국 비대해집니다. 핵심을 잃어버리게 되죠. 조직은 비대해지는데 실제 하려고 했던 것들이 약해지게 됩니다. 우리 병원도 이렇게 커졌을 때, 병실을 늘리든지 다른 무언가를 더 계획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줄였던 것은, 내실을 강화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현재 우리가 원하는 것은 완화 병원입니다. 그래서 이 정도로 만족하고, 더 많은 환자를 볼 생각은 없습니다. 이것이 병원이 잘 유지되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이. 염창환병원 염창환 병원장
글. 헤렌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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