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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숙 간호부장의 노인병원 애상] 아~옛날이여!volume.16 2021. 11. 1. 10:57
도시에서 태어났지만, 너무 일찍 남동생이 생기는 바람에 엄마 젖도 얼마 못 먹고 백일 갓 지나 시골 외갓집으로 쫓겨나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외할머니, 이모들과 살았다. 그 후로도 외할머니, 이모들이 보고 싶어 고등학교 때까지 매일 방학이면 시골로 내려가곤 했다.
나의 어릴 적 시골은 사거리인 버스 정류장서 내려 10리 길은 걸어 들어가야 했다. 뒤에는 산, 앞에는 논이 있고 저 멀리 둑 너머에는 개펄이 있어 겨울이 오면 꽁꽁 언 논에서 썰매를 탔으며, 논에서는 메뚜기를 잡아 풀에 주렁주렁 끼워 닭 모이를 주었다.
개펄에서 갯지렁이를 잡아 소금 뿌려 낚싯바늘에 끼워 바닷물을 가두어 놓은 저수지에 허리를 담근 채 긴 대나무 낚싯대로 망둥이 낚시를 하곤 했다. 소먹이로 볏짚을 작두로 썰어 주었고 마당에는 멍석을 깔고 트랜지스터라디오를 들으며 눈앞으로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을 보곤 하였다. 그때 다른 것은 기억이 안 나는데 전설의 고향을 무서워서 숨죽여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애자, 춘자, 주세, 복순이가 내 시골 친구들이었는데, 그 친구들과 나는 해가 지는 줄 모르고 많은 놀이를 하고 지냈다. 또한 서울도 그 당시 변두리인 영등포는 지금처럼 번화하지 않아 골목이 있어 친구들과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부를 때까지 신나게 놀았다. 추운 줄도 모르고 놀던 겨울에는 코를 많이 흘려 손 소매로 닦아 콧물로 딱딱해져 있었다.
요즘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이다. 알고 보니 내가 어릴 적 했던 모든 놀이였다.
납작한 돌멩이를 던져 영역을 확장해 가는 사방치기! 술래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뒤돌아보면 걸어오다 멈추고 그러면서 조금씩 술래에게 움직이는 것 들키지 않게 술래에게 다가가게 되면 승리의 쾌감으로 한 대 때리고 도망가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두 편으로 나누어 술래는 말이 되어 엎드리고 한편은 말 등으로 올라타 가위바위보로 승자를 가르는 것으로 말이 되어 엎드려 있는 사람은 고통이 따르는 말뚝 박기!
사방에 구멍을 파서 구슬을 넣는 구슬치기! (지금의 골프와 비슷함) 헝겊 안에 모래 등을 넣고 꿰매어서 작은 공처럼 만들어 던져 상대방을 맞추면 이기는 지금의 피구와 같은 오재미 놀이! 설탕을 녹여 조심스럽게 손으로 제거해서 모양을 만들면 다른 멋진 완성품을 주는 뽑기! (지금은 달고나라고 함)
그 외 땅따먹기, 공기놀이, 실뜨기, 딱지치기, 팽이 돌리기, 자치기, 제기차기, 닭싸움, 널뛰기, 잠자리, 매미잡기, 새총 쏘기, 개구리, 메뚜기 잡기, 고무신으로 미꾸라지, 송사리 잡기, 종이배 띄우기, 밤따기, 풀피리 불기, 숨바꼭질, 얼음땡, 물수제비뜨기, 쥐불놀이, 굴렁쇠, 널뛰기, 그네타기... 그리고 나무가 없는 벌거숭이산에서는 미끄럼타기, 심지어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다 허리가 뻐근한 적도 있다.
이 외 기억이 안 나는 많은 놀이가 있지만, 이것들만 해도 어린 시절에는 신나게 놀았다. 아 참! 초등학교 때만도 여자애들이 고무줄놀이하면 짓궂은 남자애들이 고무줄도 끊어가고는 했지.
이력서의 자기소개서를 쓸 때 나의 이런 어린 시절의 추억이 항상 나의 가슴속에 자리 잡아 따사한 마음이 된다고 하였고 그건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시골 출신들이 좋고 그래서 남편도 강화 석모도 출신으로 그 점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오래전 10년 후의 노인들이란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10년이 지금이 된 것 같다. 딸 가진 동창들은 일찍 시집을 보내 할머니 소리를 듣지만 늦게 결혼도 했고 아들만 둘이어서 손자 손녀가 없다기보다는 나에게는 이런 어릴 적 추억들이 아직도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아 정신연령이 낮아져서 누군가나 “부장님 젊었을 때는 참 예뻤겠어요!” 하면 “저는 부위별로 나이가 다르거든요!” 하면서 발끈하고, 사탕을 주거나 미지근한 물을 주면 상당히 기분이 나쁜 것은 왜일까?
노인 병원에 근무하다 보니 우리 어르신들이 많이 부러워한다. 젊어서 좋겠다고. 그리고 튼튼한 두 발로 뛰어다녀 좋겠다고.
집중치료실서 기관지 삽관, 기도 삽관, 소변줄, 욕창, 중심정맥관, 흉부 배액관, 위루, 장루 등을 줄줄이 찬 상태서 눈썹 문신도 하고 그 시절에도 투석 환자로 얼굴은 변색하여 있는데 입술 문신을 하여 입술만 핑크빛이고, 보톡스를 맞아 표정이 없어진 가면 같은 얼굴을 한 어르신들을 보면 이분들도 젊었을 때는 나처럼 이런 생각을 하고 한가락 하던 시절이 있었겠지 하면서 어찌 보면 무의미한 삶을 사는, 한번 누우면 일어서기 힘든 내리막길의 삶을 보면서 나도 빨리 노인 되기 공부하여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남은 삶을 알차게 보내면서 철이 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글. 최경숙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최경숙
현)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현) 요양병원 인증 조사위원
전) 대한간호협회 보수교육 강사
전) 요양병원 컨설팅 수석팀장'volume.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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