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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중심의 의료공간 '예손병원' (김진호 대표원장 2/2)volume.11 2021. 9. 2. 01:35
예손병원은 손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답게 내부 공간에서도 세심함과 세밀함, 정교함이 전해진다. 병원 내부는 흐트러짐 없이 반듯한 직선형 구조로 설계되었다. 1층의 경우 접수대부터 복도까지 길게 뻗어 나가는 천정 매입등과 복도는 시각적인 확장감을 부여하며 공간의 깊이를 더해준다. 더욱이 커피숍과 매점을 스킵플로어 구조로 반 층 내려가도록 설계해 공간의 효율을 높인 점도 인상적이다. 또한 간호스테이션과 아름 공원, 병동으로 구성된 4층은 H형 구조로 간결하면서도 포인트 있는 패턴이 시선을 끈다. 간호스테이션은 중앙부에 계획되어 양쪽으로 오고 갈 수 있도록 동선에 세심한 배려를 기울였다. 특히 전체 아이보리와 원목 느낌의 컬러로 자연 친화적인 이미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예손병원의 가장 큰 특징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이다. 꼭 필요한 것만 채워 넣고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설계된 인상을 심어준다. 그만큼 부각시켜야 할 부분만 강하게 부각시키되 절대 답답하지 않도록, 최대한 채광도 살려냈다. 이는 예손병원 김진호 대표원장의 세심하고도 명확한 성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7. 관절·수지접합 전문병원의 설계 및 디자인은 다른 분야의 병원과는 또 다를 것 같습니다. 관절·수지접합 전문병원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진행한 부분은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우리 병원은 복도가 넓습니다. 복도를 넓게 한 이유는 정형외과 환자들 대부분 누워 있어서 많이 움직이고 돌아다닐 수 있도록 계획한 것입니다. 특히 타 병원에 비해 복도를 3m로 넓혔습니다. 또한 병실의 경우 각 병실 간의 흡배기 분리 시스템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입원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정형외과 병원 특성상 수술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첨단 의료장비로 수술을 잘 끝냈다 하더라도 감염이 발생한다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따라서 감염 예방을 위해 치료공간에도 중점을 뒀습니다. 수술실 역시 수술 중 감염방지를 목적으로 한 고도의 무균환경으로 공간을 설계했습니다. 최적의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실내의 온도, 습도, 조도, 압력 기류의 분포와 속도 등을 일정 범위 내로 제어하는 FAN FILTERUNIT(F.F.U)방식으로 수술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8. 그만큼 환자의 움직임이 편할 수 있는 디자인에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골절이나 신경 손상 등 환자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별도의 공간이나 디자인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물리치료센터의 공간을 상대적으로 넓게 잡고 벽을 없앴습니다. 특히 통유리 채광을 통하여 밝게 만들었습니다. 수술 후 많은 환자들이 물리치료센터에서 치료받는 것을 고려한 것입니다. 운동치료 및 작업치료는 같이 하면서 서로에게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도록 했고, 단순 물리치료는 독립적인 공간을 확보하여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또 우리 병원 4층에 아름 공원을 조성했습니다. 이곳은 외출하기 어려운 원내 입원 환자들을 위해 마련된 녹지 속 휴게 쉼터로, 자연 속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았지만 추후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오픈할 계획입니다. 특히 4층 아름 공원을 위해 수술장을 5층으로 올렸습니다. 사실 4층에 정원이 있으니 나중에 수술장을 추가로 확장하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인데, 정원을 환자에게 오로지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과감히 결정한 것입니다. 그만큼 4층은 오로지 환자 중심의 자연 친화 설계로 계획된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술 후 팔과 다리 사용이 어려운 환자들이 불편함을 덜고 쾌적한 입원 생활을 위해 병동 인력이 직접 머리를 감겨주는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9. 이처럼 미래의 정형외과 혹은 관절·수지접합 전문병원이 갖추어야 할 시스템이나 설계에 있어 조언해주실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먼저는 대학병원 수준을 능가할 만큼의 세분화된 진료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정형외과 특성상 환자는 한 가지 증상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형외과 전문병원이라면 정형외과 분야만큼은 어떤 환자도 진료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전문 분야 의료진들이 자신의 분야를 파고들어 실력을 쌓아야 합니다. 환자가 많다고 수부센터 의료진이 족부센터 환자를 보지 않고, 척추센터 의료진이 관절센터 환자를 보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실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자체가 병원의 시스템이자 경쟁력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앞으로는 급성재활이 정형외과 병원의 미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형외과의 가장 큰 원칙은 움직임에 있습니다. 특히 골절되더라도 그다음 날 움직여야 결과가 좋습니다. 견고한 고정과 빠른 운동은 정형외과 모든 부분에서 적용되는 단어입니다.
이제는 수술 뒤에 바로 진행할 수 있는 재활이 전문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병원도 급성재활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또한 수술장에서 혹은 병실에서 바로 재활을 할 수 있는 디자인도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력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병실 재활 수가가 높아서 다 감당할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반드시 물리치료사가 있어야 하기에 그 부분 역시 고려해볼 부분입니다.
10. 예손병원의 모티브가 되거나 반대로 예손병원을 롤모델로 삼고 싶어 하는 병원이 있다면 어떤 도움을 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예손병원의 모티브가 된 병원은 미국의 HSS(Hospital for Special Surgery)병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1863년에 설립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정형외과 전문병원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병원을 만드는 것이 저희 예손병원의 목표입니다.
반대로 예손병원을 롤모델로 삼은 병원도 많습니다. 예손병원에서 근무했었던 센터장 3명이 타지에 개원했습니다. 예손병원을 나가기 10개월 전부터 이야기했고, 나가기 전까지 수술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또 후임 의사를 찾아주기도 했습니다. 오픈하고 1년 지나 식사를 하면서 고맙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 친구들은 현재 수부전문의를 세 명 이상 늘리고 아주 잘해주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예손병원에 있다가 나간 친구들이 오픈한 병원은 네 군데 정도 될 것입니다.
저의 꿈은 원래 대학교수였습니다. 저희 아버님께서 대학에서 정년퇴임 하셨기 때문에 대구에서 올라올 때도 5년 동안 상계백병원에 있으면서 대학에 남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선배 병원에 있으면서 생각이 바뀐 것이죠. 처음 수부전문병원을 하다 보니 관절과 척추 전문의들이 모이게 되고, 그러면서 정형외과 전문병원을 해야 되겠다고 결심한 것입니다. 꿈은 그런 것 같습니다. ‘내가 뭘 하고 싶다’가 아닌, 열심히 하면서 하나씩 추가되는 것이죠.
저는 처음에 예손병원을 오픈할 때 직원들에게 ‘병원이 꼭 필요한가’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직원들이 바라봤을 때 필요 없는 병원이라고 한다면, 사실은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이니까요. 우리 병원에 근무했거나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은 다치면 전부 우리 병원에 옵니다. 왜냐하면, 밤새워 수술하는 모습들을 지켜봐 왔고, 같이 겪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11. 마지막으로 예손병원의 올해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병원은 계속 전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예손병원은 많은 의료진을 영입했습니다. 고관절 분야의 명의로 알려진 서울대병원 김희중 명예원장 및 다수의 우수한 의료진 합류와 증가하고 있는 고령 환자들의 안전한 진료를 위해 신경과도 신설했습니다. 앞으로도 정형외과 분야의 전문성을 위해 우수한 의료진을 영입해 정형외과 분야 분야만큼은 어떤 환자도 진료할 수 있는 최고의 병원이 되겠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러한 목표 달성까지 어려움이 적지 않겠지만 우리 구성원들과 함께 노력하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 병원의 원칙은 과를 만들고 의사를 모시지 않습니다. 의사가 생기면 과를 만듭니다. 아직 우리나라 의료는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이 인력입니다. 만약 제가 소아정형외과를 만든다고 해서 소아정형외과에 좋은 의료진이 오지 않으면 우리 병원과는 맞지 않습니다. 우리는 펠로우(전임의)가 끝나고 바로 와서 진료를 보게 하지 않습니다.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니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예손병원 시스템을 동일화시킨 다음에 투입합니다. 이처럼 제가 소아정형외과를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아정형외과에 정말 잘하시는 의사를 만나야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 병원에 12년 동안 근무하고 계신 족부 담당 선생님을 만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족부센터를 만들겠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런 분을 만나야 만들어지는 것이죠. 올해 우리 병원에 오신 저의 은사님이자 서울대병원 김희중 명예원장님 역시 너무 어렵게 모셨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명예원장님은 항상 7시 50분에 오셔서 코멘트 하시는데, 그때마다 우리에게 기본을 가르쳐 주십니다. 현재 거의 출석률 100%로 참석하여 명예원장님의 환자에 대한 기본과 학문적인 이야기를 경청해서 듣습니다. 은사님이 오신 이후로 다들 긴장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앞으로도 대학병원에 계신 분들이 전문병원에 많이 오셔서 대학에서의 경험과 전문병원의 발전을 같이 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터뷰이. 예손병원 김진호 대표원장
글. 헤렌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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