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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진 시스템을 통한 토탈케어 (예손병원 김진호 대표원장 1/2)volume.11 2021. 9. 2. 01:36
“우리나라 의료계에 시스템만큼 중요한 것은 인력”
정형외과 전 분야별 협진 시스템으로,
대학병원 이상의 전문병원 확립할 것!예손병원 김진호 대표원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의사가 당직을 서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절단 응급환자가 오면 수부외과 세부 전문의가 새벽이라도 수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체계화시켰다. 이는 오로지 환자를 위해서 한 결정이었다. 그동안 김진호 대표원장은 ‘수지접합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되고자 꾸준히 노력해 왔으며, 현재 대학병원 수준을 능가할 만큼 세분화된 진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김진호 대표원장의 사람을 보는 탁월한 안목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병원 디자인에서도 알 수 있듯, 그의 안목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김진호 대표원장은 병원 내의 과를 먼저 선택하고 의료진을 영입하는 것이 아닌, 의료진을 보고 과를 만들 만큼 사람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다. 현재 예손병원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진뿐 아니라 자신의 은사이자 고관절 권위자인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김희중 교수를 명예원장으로 모신 것만 봐도, 이러한 사실을 입증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진호 대표원장은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특히 전문병원의 발전을 위해 그 끝이 다다를 때까지 정진(精進)에 전진을 거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 예손병원은 관절·수지접합 전문병원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예손병원의 설립 배경 및 목적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주말에 골절되거나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다급하게 대학병원을 찾게 됩니다. 응급실이나 119구급차를 불렀을 때도 대학병원을 먼저 향합니다. 그러나 대학병원은 병실과 수술실이 부족하면 곧바로 수술해주지 않습니다. 의사도 주말 당직을 서고 있는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응급환자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월요일에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됩니다. 그만큼 치료가 시작되더라도 다른 진료과 의사들 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외상 환자의 치료 시간이 늦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손가락 절단이나 골절은 곧바로 수술하지 않고 시간을 지체할수록 모세혈관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지 못해 외상 부위 조직이 괴사하거나 손상이 커질 위험이 높습니다. 저는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학병원을 나와 ‘환자가 오면 언제든 수술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자 개원하게 됐습니다. 2005년도에 수부를 보는 선배와 함께 제일 처음 시작한 것이 예손정형외과였습니다. 대학에 의지하기보다 전문병원을 만드는 게 현명한 방법이겠다 싶어서 두 명이서 시작했고, 지금은 수부전문의가 6명이어서 당직을 서더라도 돌아가면서 진료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의료진도 버티면서 일할 수 있으니까요. 이후 지역민들의 수준 높은 정형외과 질환을 위해 여러 분야로 확대해나갔습니다.
2. 예손병원은 정형외과 전 분야를 세분화해 운영하는 만큼 시스템 및 진료, 수술법 등이 특화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세분화를 하게 된 이유는 제가 대학에서 수부와 족부를 같이 전공했었습니다. 그 당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까요. 저는 수부에 더 관심을 가졌던 터라 족부 환자들까지 진료를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손 환자는 수술을 어떻게 하면 잘 할까’ 공부하고 생각하게 되는데, 족부까지 생각하기에 너무 버거웠습니다. 다른 선생님들도 저처럼 똑같은 생각을 하고 계실 것이라 여겼습니다. 자기 분야는 하나를 집중하면 점점 더 발전하는데, 여러 분야를 같이 해서는 도저히 제대로 된 전문병원을 만들 수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세분화한 것입니다. 현재 우리 병원은 수부뿐만 아니라 족부, 무릎, 어깨, 고관절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학병원 정형외과 중에서 우리 예손병원이 없는 분야는 소아와 종양 분야입니다. 나머지는 대학병원과 동일하게 세분화 되어있습니다. 인원수는 저희가 훨씬 더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시스템을 세분화해야겠다 싶어 정형외과 인원을 늘리게 됐습니다.
정형외과 인원을 늘린 것은 또 다른 배경이 있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우리 병원은 정형외과와 신경외과가 당직을 섭니다. 쉽게 말해 24시간 전문의가 상주하는 것이죠. 이러한 시스템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왜냐하면 밤에 주로 외상환자가 발생하거든요. 그러면 외상환자들이 대학병원에서 전원 조치되어 오거나 할 때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면 앞서 언급한 괴사와 손상이 일어날 위험이 큽니다. 그래서 예손병원의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매일 밤 돌아가며 병원에서 당직근무를 합니다. 진료 시간은 오후 6시까지이고, 공휴일을 포함한 매일 23시까지 응급환자를 진료합니다. 그러나 23시 이후에 절단 응급환자가 오면 수부외과 세부 전문의가 새벽이라도 수술을 진행합니다. 수지접합술은 손가락 하나당 2시간 정도 걸리고 다발성의 경우 더 오래 걸리지만, 수지접합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되자’는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습니다.
그다음, 점심시간 한 시간 동안 번갈아 가면서 먹도록 해서 환자를 기다리게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제가 처음 개원했을 때부터 지켜온 원칙입니다. 피 흘리는 환자들에게 기다리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의사들이 볼 때는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니 응급이 아니지만, 환자들 입장에서는 응급인 것이죠. 피를 흘리고 있는 환자에게 ‘별일 아니니까 있으세요’ 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3. 또한 ‘근골격계 질환의 기준이 되는 병원’이라는 미션을 갖고 있는데요. 분야별 협진 시스템의 토탈케어가 주는 강점은 무엇인가요?
우리 병원은 앞서 언급했듯, 진료과목을 세분화 했습니다. 이는 환자들이 척추가 아파서 병원에 오는 경우 노화로 인해 무릎이나 어깨가 함께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또 손이 저린 환자들은 목, 어깨, 손목에도 함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다리가 저리는 환자들은 척추뿐만 아니라 고관절이나 무릎에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듯 세부 질환에만 초점을 두고 진료하기에는 원인과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분야별 전문의들이 협진을 통해 진료를 실현하며 정확한 원인을 진단합니다.
사실 대학병원에서 여러 진료과 의사를 만나려면 몇 달은 걸립니다. 그러나 예손병원에서는 한 번의 방문으로 자신의 질환에 대해 충분히 진료 받을 수 있으며, 의료진은 각자의 전문 분야에 보다 충실할 수 있습니다. 협진한 환자의 데이터는 매일 아침 센터별 의료진들이 750컨퍼런스(AM7:50)를 통해 분석하고 치료 여부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우리 병원에 오시는 환자들은 한 번에 네 명의 의사를 만나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병원보다 우리 병원에 오면 근골격계 관해서는 그날 다 진료를 보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죠. 이제 대학병원 수준은 충분히 달성했다고 봅니다. 외래 역시 환자가 한 번에 다 진료를 보고 갈 수 있도록 동선을 계획했습니다. 가운데 공간은 모든 정형외과가 같이 사용하는 엑스레이실과 상담실을 두고 척추, 관절, 수부, 족부가 돌아가면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4. 원장님께서 수부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수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구에서 대학 선배가 운영하던 병원에서 아르바이트할 때부터였습니다. 당시 선배는 우리나라 정형외과에서 처음으로 수부접합을 하시던 분이셨습니다. 그분 혼자서 밤을 새우고 수술을 하셨습니다. 당시에는 수부절단 및 외상환자가 많았지만, 의사가 부족해 환자들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했습니다. 손가락 혈관은 1mm 미만이어서 혈관을 잇는 게 쉽지 않아 현미경을 보며 접합수술을 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수부접합은 수많은 임상 경험과 노련함이 요구되어 늦어지는 일이 다반사여도 불평 한 마디 못할 정도로, 그만큼 희소성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선배가 하는 일을 보고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정말 사람의 인생이 바뀌는 순간은 한순간인 것 같습니다. 흉부외과도 생각했었지만, 인연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대구에 내려가지 않았다면 손에 대해 몰랐을 것입니다. 지금 이 일을 만나기 위한 인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5. 어린아이나 주부, 노인이나 치매 환자 등 환자의 연령대에 따라 골절 부위도 다를 것 같습니다. 연령별로 골절되기 쉬운 부분과 처음 골절을 입었을 때 가장 먼저 대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연령대에 따라 골절 부위가 다릅니다. 소아의 경우 골절이 흔히 발생하는 부위는 팔입니다. 집안이나 키즈 카페 등에서 주로 발생하며 넘어질 때 몸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팔을 대면서 팔꿈치 관절이 손상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청·장년층은 스포츠 손상에 의해 주로 발생하며 어깨와 발목 골절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령층의 경우 골조직의 퇴행이 시작되므로 골절에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침대에서 떨어지는 정도의 충격이나 엉덩방아 등 가벼운 충격만으로도 골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고관절 골절 발생을 주의해야 합니다. 고관절이 골절되면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앉지 못할 정도의 강한 통증을 느끼는데 골절 양상에 따라 경미한 통증만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낙상 후 고관절 부위가 붓거나 멍들면 골절을 의심하고 빠른 시일 내에 병원으로 안전하게 이동해 검사 및 진단을 받고 그에 맞는 정확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6. 의료전달체계나 전문병원 발전에 있어 정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원장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고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개인적인 견해를 부탁드립니다.
기본은 의료전달체계입니다. 특히 공급자의 측면, 정부의 측면, 그다음에 수요자의 측면 3가지 다 맞물리는 것이 의료전달체계입니다. 그러면 국민들 즉 소비자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죠. 우리는 메르스 사태 때부터 손가락을 칼에 베어도 119에 연락해서 응급실에 갑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은 권역외상센터입니다. 사실 권역외상센터라는 것은 쉽게 말해 생명이 위급한 사람들이 가서 치료를 받는 곳입니다. 보통 다발성 골절일 경우 가는 것이죠. 피를 흘린다고 권역외상센터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요? 더욱 큰 문제는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이에 사용자 혹은 수요자로서의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문병원은 바로 이러한 틈을 메워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의료전달체계는 1차, 2차, 3차 의료기관으로 나눠집니다. 1차는 분류와 만성질환자 관리를 담당하고 이곳에서 전문의들이 각자 영역을 맡는 의원이나 병원이 2차를 담당해야합니다. 또한 생명에 관련된 중증환자들이 3차 종합병원 혹은 대학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국민들도 인식했으면 합니다. 아직까지 국민들에게는 대학병원이 더 잘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습니다. 하지만 전문병원이 신뢰를 얻으면 정부 입장에서는 낮은 가산율에, 국민들 입장에서도 그만큼의 퀄리티가 보장되기에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병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전문병원 제도는 난이도와 중증도가 높은 질환부터 수익이 나지 않지만, 사회적 필요가 절실한 치료 분야까지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안정된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충분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전문병원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시설 투자와 의료기술 확보 등 많은 비용 지출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전문병원 지정 이후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한 보상 확대 방안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전문병원 기관 수는 충분한지, 지역 간 접근성 불균형은 없는지에 대한 고민과 끊임없는 지원, 전문 분야 중복 지정 방식 다양화 등의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또한 전문병원이 지닌 사회적 의미를 개선하고 1차 의료기관이 전문병원과 상급병원에 환자 진료를 의뢰하고 받는 수가에 차이를 둬서 전문병원이 더 홍보될 수 있도록 하는 세밀함이 필요합니다. 응급의료 전달체계 내에서도 화상 환자는 대부분 권역 응급의료센터에 갔다가 전문병원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회송제도 연계를 허용한다면, 환자들이 충분히 좋은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전문병원제도도 정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의료 공급체계 안에서 전문병원만의 역량을 강화해 국민들에게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전문병원의 큰 과제입니다.
우리 병원 1층 공간의 경우 3층까지 뚫어 개방감과 위압감을 동시에 주고 있습니다. 사실 ‘여기는 함부로 들어오기 어려운 병원’이라는 인식을 주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대학만큼 합니다. 대학보다 낫습니다’를 보여주려고 한 것입니다. 예손병원은 동네병원처럼 친화적인 병원이라기보다는 ‘믿을 수 있는 병원’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저희 은사님(서울대병원 김희중 명예원장님)이 하신 말씀 중에 “‘제일 좋은 의사는 실력 있고 인성도 좋은 의사(아무도 없다)’이고, 두 번째로 좋은 의사는 ‘실력이 좋지만 인성이 나쁜 의사’, 세 번째로 좋은 의사는 ‘실력도 없고 인성도 나쁜 의사(아무도 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제일 나쁜 의사는 ‘인성 좋고 실력 없는 의사’”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에게 친절 하세요”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설명만 잘해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안 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해주면 됩니다. 환자는 의사가 친절하다고 자기 몸을 맡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손병원은 친절한 병원이 아닌(그렇다고 환자를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병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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