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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 위에 공공성의 본질을 다시 세우는 경기도의료원 (하)ARTICLE 2026. 9. 2. 15:19
가변형의 체계적인 감염병 대응 공간과 현장 중심의 정책 제시해
‘계속 머물고 싶은’ 공공병원의 지속 가능한 모델 확립할 것!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공공병원의 공간은 민간병원과 같은 잣대로 설계될 수 없다. 화려한 마감재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경쟁력이 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령자와 장애인, 어린이가 가장 많이 드나들고, 감염병과 재난이 닥치면 가장 먼저 문을 여는 곳이 공공병원이다. 그렇다면 이 병원의 설계도에 가장 먼저 올라야 할 항목은 무엇인가. 경기도의료원 이필수 원장의 답은 분명하다.
'환자에게 얼마나 따뜻하고 친절한 공간인가.' 그가 꼽는 좋은 병원 공간의 기준은 여기서 출발한다. 접수와 대기, 외래진료, 검사실로 이어지는 동선, 그리고 응급실. 환자가 병원을 처음 마주하는 이 공간들이 가장 먼저 손봐야 할 대상이다. 환자중심디자인은 비싼 자재에서 시작되지 않고 '환자의 입장에서 병원을 다시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가 한 걸음 더 내딛는 지점은 설계의 주체다. 지금까지 병원 공간은 의료진과 간호사가 환자의 요구를 대신 설명하는 방식으로 그려져 왔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의 의견은 필수지만, 그 경험만으로 환자의 자리를 온전히 헤아리기는 어렵다. 환자와 시민단체가 설계 과정에 직접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구조. 그가 말하는 서비스디자인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시선은 공간 밖으로도 뻗는다. 응급실에 수술 환자가 들어와도 전문의 한 명으로는 24시간을 감당할 수 없고, 한 사람에게 당직이 몰리면 번아웃으로 이어진다. 젊은 흉부외과 전문의를 찾기 어려운 현실을 스스로 흉부외과 의사로서 지켜본 그는, 의무 복무 기간을 정하는 일보다 의사가 ‘지역에 머물고 싶게 만드는 정주 여건이 가장 먼저’라고 피력했다.
그래서 정책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공공병원의 성과를 수익과 비용만으로 재단하지 말고 얼마나 많은 필수의료를 제공했는지, 의료취약계층을 얼마나 지켜냈는지로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요구도 같은 맥락이다. 매거진HD는 이번 인터뷰에서 공공병원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며, 환자가 참여하는 병원의 조건, 지역의료를 실제로 작동시키기 위한 정주 여건과 정책적 지원의 방향을 짚었다.
인터뷰이. 경기도의료원 이필수 원장
글. 박하나 편집장
사진. 백승휴 작가
9. 공공병원의 설계 및 디자인은 다른 민간병원과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공공병원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디자인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공공병원의 공간은 단순히 치료를 위한 기능적인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병원을 찾는 환자와 보호자는 대부분 불안하거나 몸과 마음이 지쳐 있습니다. 따라서 병원 안에서의 동선은 편리해야 하고, 안내체계는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어야 하며, 공간 자체가 심리적인 안정감을 건네야 합니다.
특히 공공병원을 많이 이용하는 고령자와 장애인, 어린이가 불편함 없이 다닐 수 있는 배리어프리 디자인과 사용자 중심의 공간 구성이 중요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병원 공간의 기준은 화려함이나 고급스러움이 아닙니다. '환자에게 얼마나 따뜻하고 친절한 공간인가'가 가장 앞선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10. 궁극적으로 공공병원이 환자중심디자인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공간을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곳은 환자가 병원을 처음 마주하고 가장 자주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접수와 대기 공간, 외래진료 공간, 검사실로 이동하는 동선, 응급실이 대표적입니다.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어디로 가야 할지 한눈에 알 수 있어야 하며, 이동 과정에서도 막힘이 없어야 합니다. 동시에 환자의 프라이버시와 감염관리, 보호자의 편의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결국 환자중심디자인은 비싼 자재를 쓰거나 화려하게 인테리어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환자의 입장에서 병원을 다시 바라보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염병과 재난에 대응하는 병원 설계 역시 같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일본의 경우 병원을 설계하고 건축하는 단계부터 지진이나 감염병 등 각종 재난에 대응하도록 공간과 동선을 계획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병원을 먼저 지은 뒤 감염병이나 재난이 터지면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동선을 바꾸거나 공간을 전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기존 병원을 모두 감염병 대응형으로 새로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공공병원이 먼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존 공간을 활용하면서도 감염병과 재난에 재빨리 대응할 수 있도록 평상시부터 동선과 공간을 계획하고 필요할 때 즉시 전환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현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은 167병상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곧바로 쓸 수 있는 병상과 공간을 일정 부분 확보해두고, 상황이 벌어지면 해당 병동을 감염병 대응 공간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평상시에는 병상 가동률과 재정 운영도 살펴야 합니다. 비어 있는 병상을 오래 유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평소에는 일반병동이나 가정간호 서비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으로 쓰다가 감염병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 병동으로 바꾸는 가변적인 운영체계가 필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감염병재난대응단’이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6개 병원 가운데 특정 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운영할 것인지, 또는 각 병원에서 특정 병동을 먼저 전환한 뒤 환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단계적으로 다른 병동을 추가로 바꿀 것인지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감염병 환자가 발생했을 때 진입부터 진료, 격리, 이동, 퇴실까지 각 단계에서 어떤 동선을 적용할지도 미리 구체적으로 짜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내용은 감염병재난대응단을 중심으로 계속 다듬고 있으며, 실제 상황을 가정한 통합 모의훈련과 병원별 모의훈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환자중심디자인과 감염병 대응은 별개의 과제가 아닙니다. 환자의 안전과 편의, 의료진의 업무 효율, 감염관리와 재난 대응까지 아울러 병원을 설계하고 운영해야 합니다. 공공병원이 이러한 변화를 먼저 시도하고 쌓은 경험과 모델을 민간의료기관과 나눈다면, 앞으로 닥칠 감염병과 각종 재난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11. 또한 시야를 넓혀 원장님께서 보시기에 공공의료의 운영체계 측면에서 벤치마킹하고 싶은 세계적인 공공병원이나 의료시스템이 있다면 어디인지 소개해 주세요.
특정 국가나 병원의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세계적으로 앞선 의료시스템의 장점을 경기도의 현실에 맞게 옮겨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좋은 의료시스템은 하나의 대형병원이 모든 문제를 떠안는 구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의 상태와 필요에 따라 가장 알맞은 의료기관으로 자연스럽게 닿고, 치료가 끝나면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합니다.
실제로 올해 4월 일본 요코하마를 방문해 재택의료 시스템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일본의 재택의료와 지역사회 의료체계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일본은 재택의료 분야에서 우리보다 앞선 부분이 많았습니다. 특히 고령화에 대응해 병원에서 치료를 마친 환자가 지역사회와 가정에서 계속 의료와 돌봄을 받도록 다양한 장치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견주어 보니 우리나라 역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경기도의료원이 추진 중인 재택의료와 지역사회 연계사업도 일본의 시스템과 비교해 결코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다만 숙제가 하나 남습니다. 이미 마련돼 있는 의료·복지서비스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일입니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복지서비스가 상당히 다양해졌습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을 신청해 일정 등급을 받으면 대상자의 상황에 맞는 여러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집에서도 방문간호와 방문진료, 방문목욕 등을 받을 수 있고, 필요하면 재활치료도 연결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서비스가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도가 있어도 국민이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어디에서 신청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특히 퇴원환자가 치료를 마치고 지역사회로 돌아갔을 때 필요한 의료와 재활서비스를 꾸준히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만큼 ‘지역완결형 의료체계의 핵심’은 병원에서 치료를 끝내는 데 있지 않습니다. 환자가 퇴원한 이후에도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필요한 의료와 돌봄을 계속 받도록 연결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12. 원장님께서는 현재의 국립의대 신설 논의와 지역 간 유치 경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경기도는 인구가 매우 많고 지역별 의료격차도 큰 만큼 의료인프라 확충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새로운 대형병원을 세우는 것만으로 지역의료 문제가 모두 풀리지는 않습니다. 기존의 지역거점 공공병원과 대학병원, 민간병원이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서로 이어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특히 지역 공공병원이 필수의료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도록 의료인력과 재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병원이 수행하는 응급·감염병 대응·취약계층 진료 등 공익적 기능에 대해서는 알맞은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지역에서 일하는 의료진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도록 제도적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병원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필요한 의료가 실제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도의료원 이필수 원장님 13. 그렇다면 지역에서 필요한 필수의료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국립의대가 신설된다면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통해 해당 지역 출신 학생을 상당수 선발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체적인 비율이나 기준은 앞으로 정해지겠지만,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 거주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의사제가 도입되면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제도도 마련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역의 정주 여건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의무기간이 끝난 뒤 의사들이 지역을 떠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특히 지역에서 제대로 된 필수의료를 제공하려면 의료인력의 규모부터 현실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응급실에 외과나 신경외과 환자가 들어와 수술이 필요한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한 명의 전문의만으로는 24시간, 365일 응급진료와 당직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최소 2~3명의 전문의가 있어야 안정적인 진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은 재정 여건이 좋지 않아 한 과에 전문의가 한 명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한 사람에게 과도한 당직과 업무가 몰리고, 이는 번아웃으로 이어집니다. 의사들이 지역 공공병원 근무를 꺼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바로 이 근무환경에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의사제가 성공하려면 '10년간 지역에서 근무하라'고 의무를 부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의사가 지역에 머무는 것이 자신의 삶에도 좋은 선택이라고 느끼도록 파격적인 수준의 정주 여건과 동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의료진이 지역에서 일할 때 가장 큰 부담 중 하나는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위험입니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의 위험이 있고, 사고가 났을 때 짊어져야 할 법적·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러한 위험 탓에 산부인과, 소아과, 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를 지원하는 의사가 줄어드는 현실을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지방에서는 의료인력의 전문화가 지나치게 세분화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지방의료원과 지역사회에 필요한 것은 특정 분야만 진료하는 의사보다 폭넓은 진료 역량을 갖춘 의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에는 내과 전문의가 비교적 넓게 환자를 진료했지만, 지금은 호흡기, 신장 등 세부 분야로 갈수록 나뉘고 있습니다. 정형외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문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역의료 현장에서는 오히려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필수의료의 공백은 더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흉부외과입니다. 저 역시 흉부외과 전문의이지만, 지금의 인력 구조를 보면 젊은 흉부외과 전문의를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앞으로 10~15년이 지나면 심장수술과 같은 고난도 필수의료를 국내에서 충분히 제공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그렇다고 지방의료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를 모두 대학병원으로 보내는 것도 해답이 아닙니다. 대학병원 역시 이미 중증환자가 몰려 과부하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의료를 살리려면 의료진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법적 위험에 대한 제도적 보호와 충분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주거와 교육, 문화 등 의사와 가족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정주 여건도 개선해야 합니다.
결국 큰 틀에서 지역의료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의사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국민이 지역에서 꾸준히 필수의료를 받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14. 또한 지역 필수의료를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앞으로 어떤 정책적 지원과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부에서도 여러 의료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저는 보건의료 정책의 답이 현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을 직접 겪은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정책에 반영해야 합니다. 현장과 동떨어진 채 정책을 설계하면 실제 의료현장에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정책을 만드는 전문가들의 연구와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현장 전문가들의 경험과 목소리가 반영돼야 합니다.
공공의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공공의료가 지속 가능하려면 민간의료와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공공병원은 단순히 '어려운 환자를 보는 병원'이나 '의사가 비교적 편하게 근무하는 병원'으로 비쳐서는 안 됩니다. 공공병원 역시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추고 지역의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기관으로 서야 합니다.
저 역시 경기도의료원을 운영하면서 이러한 현실을 매일 체감합니다. 아침마다 병원장들로부터 경영 실적을 보고받고 재정 상황을 점검합니다. 공공의료기관의 본질적인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좇아야 하지만, 동시에 직원들의 급여를 지급하고 병원을 계속 운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공의료기관을 경영실적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경기도의료원을 비롯한 공공병원의 존재 이유는 수익 창출이 아니라 공익적 가치와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 의료서비스에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들을 지키는 일은 민간의료기관만으로 풀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그렇기에 공공병원만이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습니다.
물론 공공병원도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다만 경영성과를 평가할 때 수익과 비용만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필수의료를 제공했는지, 지역사회에서 어떤 공익적 역할을 했는지, 의료취약계층을 얼마나 보호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다행히 경기도는 공공의료에 대한 재정 지원을 비교적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의료원은 6개 병원을 운영하는 만큼 다른 지방의료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공공의료가 제 역할을 이어가려면 앞으로도 공공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알맞은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닿고, 공익적 기능이 정당하게 평가받을 때 공공의료는 비로소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조건을 만드는 일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 15. 앞으로 의료계는 환자 중심의 헬스케어 병원으로 나아가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미래의 흐름 속에 앞으로 공공병원은 어떠한 방향성을 갖고 변화되어야 하며, 특히 디자인 면에서 어떤 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으로 보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으로의 병원은 '치료하는 병원'에서 '건강한 삶을 연결하는 병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로 이제는 병원에서 치료를 잘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예방과 치료, 재활, 돌봄이 하나의 연속된 과정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환자가 치료를 받은 뒤 다시 지역사회와 가정으로 돌아가 건강한 삶을 이어가도록 의료체계 전반이 달라져야 합니다.
병원의 공간 역시 의료진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고령자와 장애인의 이용 편의를 헤아리고, 감염병과 재난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병원을 이용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온기를 잃지 않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미래의 공공병원이 첨단기술을 갖추는 동시에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는 병원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환자 중심의 병원을 만들려면 최근 강조되는 서비스디자인의 관점이 중요합니다. 공간을 설계할 때 의료진과 간호사뿐 아니라 실제로 그 공간을 쓰는 환자도 설계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의료진과 간호사가 환자의 상황과 요구를 대신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의료진의 의견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의료진의 경험만으로 환자의 입장을 온전히 헤아리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신 설명하는 과정에서 실제 환자가 느끼는 불편이나 요구가 충분히 담기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환자 참여가 충분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환자가 의료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해 설계에 실질적인 의견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의료진과 간호사 중심으로 설계가 진행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특히 공공병원에서는 의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춘 환자나 환자단체, 시민단체 등이 설계 과정에 참여해 의견을 내고 조언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의료진의 전문성과 환자의 실제 경험이 함께 담긴다면 병원 공간은 훨씬 현실적이고 사용자 중심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환자중심디자인은 의료진이 환자를 대신해 설계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환자의 목소리를 설계 과정에 직접 담아내는 데서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가 실제로 겪는 병원을 환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환자 중심 병원으로 가는 출발점이자 공공병원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16. 올해 경기도의료원은 어떠한 목표와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는 '지역완결형 필수의료체계를 더욱 구체화하는 것'입니다.
경기도민이라면 누구나 사는 곳에서 자신의 의료 필요도에 맞는 의료기관을 통해 양질의 진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6개 병원의 역량을 강화하겠습니다.
동시에 개별 병원만으로 모자란 부분은 대학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등과 적극 협력해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감염병과 재난 대응 역량을 높이고 의료와 돌봄의 연계도 다져, 병원 안에서뿐 아니라 병원 밖에서도 도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환자는 경기도의료원을 믿고 찾을 수 있고, 직원은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느끼며 행복하게 일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박하나 편집장, 경기도의료원 이필수 원장님, 노태린 발행인 17. 마지막으로 공통된 질문을 드립니다.
1) 10년 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수고 많았다. 그동안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 마음을 끝까지 지켰으면 좋겠다." 그렇게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성취보다 제가 경기도의료원장으로 일하는 동안 환자와 직원 모두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10년 뒤에도 지금의 마음을 잃지 않고 사람을 중심에 두고 살아왔다면, 그것만으로도 잘 살아왔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2) 10년 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사람을 믿어라." 그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지나고 보니 어려운 순간마다 결국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것은 사람이었고, 함께해 준 동료들이었습니다. 조금 늦더라도 원칙을 지키고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면 결국 길은 열린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3) 10년 후 원장님께서 꿈꾸는 미래병원은 어떤 병원일지 궁금합니다.
제가 꿈꾸는 미래병원은 가장 첨단화된 병원이기 이전에 가장 따뜻한 병원입니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의료의 본질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는 존중받고, 직원은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느끼며, 지역주민은 언제든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 그리고 병원과 지역사회 사이에 높은 벽이 없이 서로 이어지는 병원. 제가 꿈꾸는 미래의 경기도의료원은 그런 병원입니다.
"아프면 경기도의료원이 있어 안심된다." 10년 후 도민들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신다면, 제가 꿈꾸는 공공병원의 모습이 완성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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