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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FOCUS] KHF 2026ARTICLE 2026. 9. 2. 13:04
(사)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2026 병원건축포럼’
“병원건축 기술과 과제”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인 ‘KHF 2026(K-HOSPITAL + HEALTHTECH FAIR)’가 지난 8월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이번 박람회와 함께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가 주관하는 ‘병원건축포럼’도 8월 20일부터 21일까지 코엑스 3층 318호에서 양일간 진행됐다. ‘병원건축 기술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건설기술과 공사비, 스마트 의료환경, 감염관리 기술, 의료전달체계에 따른 치유환경 디자인 전략 등 병원건축과 의료환경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 20일 포럼에는 이현진 (사)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부회장(건양대학교 교수), 21일에는 노태린 (사)의료복지건축학회 부회장(노태린앤어소시에이츠 대표)이 각각 사회를 맡았으며, 김영애 (사)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회장(건양대학교 교수)의 인사말로 진행되었다. 또한 국내외 총 13명의 연사가 참여해 각 분야의 전문적인 견해와 사례를 공유했다. 특히 현재 국내 병원건축이 직면한 현실적인 과제부터 스마트 기술을 기반으로 변화하는 의료환경, 미래병원 디자인의 발전 방향까지 폭넓게 살펴볼 수 있어 의미 있는 자리였다. 이에 매거진HD는 이번 포럼에서 발표된 내용 가운데 주목할 만한 주요 발표를 선정해 그 의미와 시사점을 보다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취재 및 정리. 박하나 편집장

조치흠 교수(계명대학교 동산병원) ‘미래병원의 심장, 스마트 수술공간의 혁신’
조치흠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교수조치흠 교수는 스마트병원의 정의부터 다시 세웠다. 그가 제시한 스마트병원은 임상 프로세스와 관리 시스템, 나아가 인프라까지 새로 설계하거나 다시 짓는 일이다. 상호 연결된 자산의 디지털 네트워크가 그 기반이 되고,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서비스와 통찰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도달점은 분명하다. 더 나은 환자 진료와 경험, 그리고 운영 효율성이다. 데이터(Data)·인사이트(Insight)·액세스(Access)라는 세 개의 층위가 이 구조를 떠받친다.
동산의료원이 꼽는 스마트병원의 필수 요소는 다섯 가지다. 통합병원정보시스템(HIS), 스마트 의료서비스 환경, 스마트 진료 환경, 스마트 수술 환경, 스마트병원 연구 프로젝트. 이날 발표의 무대는 그중 네 번째, 수술 환경이었다.
여기에서 조 교수가 슬라이드 한 장을 통째로 비워두고 적어 넣은 문장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관한 것이었다. “기계가 잘하는 것은 기계가, 사람이 잘하는 것은 사람이 하는 것.” 그리고 “환자 중심의 감성 병원”. 스마트병원이라는 말이 자칫 장비 목록으로 읽히는 것을 그는 경계했다.
실제로 동산의료원의 스마트 전환은 장비 구매가 아니라 2016년 HIS 고도화와 데이터 최적화, 인력 체계 개편에서 출발했다. 환자경험평가 전국 1위와 제1기 연구중심병원 인증, 그리고 코로나19라는 세 가지 과제가 한꺼번에 놓인 자리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2019년은 동산병원 수술공간의 분기점이다. 조 교수는 이때 지어진 25개 수술실을 두고 “새로운 기술을 계속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나도 빠짐없이 스마트 OR로 설계했다”는 취지를 분명히 했다. 특정 장비에 맞춘 방을 몇 개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장비가 들어오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방을 25개 만든 것이다.
가장 먼저 동선을 변경했다. 청결 복도와 준청결 복도를 나눠 환자와 의료진의 이동 경로를 분리했고, 준청결 홀은 수술환자 이송 전용으로 계획했다. 감염관리와 운영 효율을 동시에 잡기 위한 구성이다.
색채 역시 설계 언어의 일부였다. 동산병원 수술센터는 스카이 블루를 기조로 삼았다. 평화와 신뢰, 안정을 뜻하는 동시에 맑은 하늘과 자유, 치유를 상징하는 색이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스트레스를 줄이고, 깨끗하고 바른 느낌으로 믿음을 더한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었다. 넓게 트인 하늘처럼 답답함을 덜어내고 긍정적인 생각을 이끄는 효과까지 계산에 넣었다. 수술대에 오르는 환자와 하루 종일 그 방에 서 있는 의료진 모두를 위한 장치다. 수술실 색을 두고 ‘스토리텔링’이라는 표현을 쓴 대목에서, 이 병원이 공간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드러난다.
수술실은 로봇수술실 3개실, 하이브리드 수술실 1개실, 무균 수술실 2개실, 음압 수술실 6개실, 납차폐 수술실 6개실, 복강경 수술실 12개실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발표 자료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수술실로 소개됐다. 로봇수술실에는 다빈치 Xi와 X, SP 세 개 플랫폼이 배치돼 있으며, 동산병원은 인튜이티브(Intuitive)의 수술 에피센터(Epicenter)로도 지정돼 있다.

무로도노 카즈야 시니어 펠로우(사토종합계획 의료·복지 담당, 일본의료복지설비협회(HEAJ) 이사) ‘일본의 감염병 대응 병동 최신 정보’
무로도노 카즈야(室殿 一哉) 사토종합계획 시니어 펠로우(의료・복지 담당), 일본의료복지설비협회(HEAJ) 이사무로도노 카즈야 시니어 펠로우는 이번 발표에서 ‘유연성’이라는 단어가 놓인 자리에 주목했다. 평시에는 일반병실, 회의실로 쓰다가 감염병 유행이 시작되면 댐퍼 조작 한 번으로 음압 격리실이 되는 방, 4병상에서 22병상까지 단계적으로 넓어지는 병동. 감염병 대응 병동의 표준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국내 병원건축이 이 좌표를 어떻게 받아 안을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첫 번째 사례인 요코하마시립 시민병원은 2020년 5월 전면 이전 개원한 650병상 규모의 제1종 감염증 지정 의료기관이다. 대지면적 29,260㎡, 연면적 79,612㎡에 감염병상 26床을 갖췄다. 공교롭게도 2020년 2월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이던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첫 환자를 구 병원에서 받았고, 그로부터 3개월 뒤 새 병원으로 옮겨 문을 열었다.
기본 계획 단계에서 정리한 감염 대응 원칙은 일곱 가지였다. 감염증 외래와 응급 부서를 일반 외래와 외부 접근에서 분리할 것, 감염증 외래를 구급·응급센터와 인접 배치할 것, 이송 전용 동선을 확보할 것, 26병상의 감염병동을 모두 개인실로 운영할 것, 일반 외래에서도 감염 의심 환자의 동선을 분리할 것, 충분한 개인실을 마련할 것, 그리고 분만실과 수술실, ICU, NICU, 소아 외래, 투석까지 음압실을 갖출 것. 일반 병동의 개인실 비율을 43%까지 끌어올린 것도 이 원칙의 연장선이다.
두 번째 사례인 센다이 후생병원은 2024년 5월 전면 이전 개원했다. 409병상 규모로 대지면적 41,263㎡, 연면적 46,760㎡이며 병원동은 9층 S구조에 내진 구조로 지어졌다. 심혈관과 소화기, 호흡기 3개 분야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고도 선진 의료를 표방하는 병원이다.
이 병원의 감염 대응은 전실을 갖춘 1인실 병동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날 발표에서 가장 많은 시선을 모은 것이 응급 부문에 계획한 아이소레이트실 2실이다. 두 개 중 하나는 평시에 회의실로 쓰인다. 유행이 시작되면 댐퍼를 조작해 풍량을 전환하는 것만으로 즉시 음압 상태의 격리실이 된다.
세 번째 사례는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병원이다. 효고현립 니시노미야 종합의료센터는 2026년 7월 개원을 앞둔 552병상 규모의 시설로, 현립과 시립 병원의 통합 재편으로 다시 만들어진다. 눈여겨볼 대목은 6층 호흡기 병동의 단계별 확장 계획이다. 평시에는 4병상과 오물실을 포함한 구역 하나(Zone 1)를 감염 대응 존으로 운용하다가, 감염이 확대되면 Zone 2의 6병상, Zone 3의 18병상, Zone 4의 22병상 순으로 범위를 넓혀간다. 7층부터 9층까지는 일반 병동이다. 병동 하나를 통째로 비워두는 대신, 유행의 파고에 맞춰 경계선을 옮기는 방식이다.
발표의 마지막은 호흡기 감염증과 공기 환경의 관계는 코로나19 때문에 처음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결핵과 홍역, 수두, 인플루엔자를 통해 병원에서의 환기와 기류, 실내 압력 관리의 중요성이 오랫동안 인식돼 왔다는 것이 무로도노 카즈야 시니어 펠로우의 지적이다. 그는 다수의 병원 내 집단 감염 사례에서 기존 환기·공조 설비가 적절히 유지·관리되지 않았던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무엇을 새로 도입할지 못지않게 기존 설비를 어떻게 인식하고 유지·운용할지가 중요하다.

임민호 병원장 (부민 프레스티지 라이프케어센터) ‘병원 건축 디자인의 변화’
임민호 부민 프레스티지 라이프케어센터 병원장임민호 병원장은 부민 프레스티지 라이프케어센터의 건축 디자인 사례를 축으로 삼았다.
벤치마킹 대상은 일본 게이오대학병원 예방의학센터였다. 이 센터는 일반 고객을 위한 층과 개인 맞춤형 VIP 프로그램을 위한 층을 아예 분리해 운영하고 있었다. 검사 공간은 개별 룸 단위로 구성해 검사 전 과정을 프라이빗하게 진행한다.
층으로 나누고 방으로 쪼갠다는 것. 단순해 보이는 이 두 가지가 검진센터의 공간 문법을 근본에서 바꾼다. 여러 명이 한 대기실에 앉아 호명을 기다리는 구조에서, 자기 방에서 검사를 받고 검사자가 이동해오는 구조로의 전환이기 때문이다. 임 병원장이 발표 자료에 함께 올린 게이오 센터의 실내 사진들 역시 병원보다는 라운지에 가까운 인상이었다.
첫 번째 전략은 프라이버시다. 여기서 이날 발표의 가장 단호한 문장이 나왔다. 2025년 선도 병원들은 프라이빗 룸을 ‘선택’이 아닌 ‘표준’으로 설계한다는 것이다.
부민 프레스티지는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했다. 프레스티지 룸을 비롯한 개인 전용 공간을 일부 상위 고객에게만 제공하는 옵션이 아니라, 전체 고객에게 제공하는 기본 사양으로 삼았다. 최고급 1인 전용 공간인 프레스티지 룸은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해 외부 검사실과 분리 배치했고, 힐링을 위한 장소로 VIP 라운지를 따로 두었다.
두 번째 전략은 동선이다. 임 병원장은 고객이 센터에 들어와 나가기까지의 흐름을 다섯 단계로 정리해 제시했다. 첫 단계는 도착과 리셉션이다. 전용 리셉션에서 1:1로 응대해 대기실 혼잡 자체를 차단한다. 두 번째는 프레스티지 룸 배정으로, 개인 룸에서 검사가 진행되고 One-way 검사 루트로 동선 파악이 쉬워지며 패스트 트랙을 통한 빠른 검사가 가능해진다. 세 번째가 AI 솔루션과 자동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당일 결과 확인이 이뤄진다. 네 번째는 전문의의 즉시 상담이다. 단절 없는 흐름 속에서 곧바로 결과를 설명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가 웰니스와 진료 협력으로, 결과에 따른 웰니스 프로그램 연계와 상급병원 진료 연계가 여기서 이뤄진다.
세 번째 전략은 분위기다. 부민 프레스티지는 우드톤과 자연광, 간접조명을 활용한 호텔급 인테리어로 임상적 긴장감을 완화했다. 검진센터 특유의 정형화된 병원 분위기를 걷어내고 회복과 힐링이 이어지는 환경을 만든다는 목표다.
여기에 AI 솔루션과 자동화가 치유환경의 구성 요소로 함께 묶인 점이 눈에 띈다. 자동화로 검사가 신속해지고 정확도와 안정성이 높아지면 환자의 신뢰가 확보된다는 논리다. 기술을 효율의 도구로만 두지 않고 심리적 안정의 장치로 읽어낸 것이다. 웰니스는 검사에서 회복과 힐링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로 배치됐다.

양윤준 대표(인투익스 디자인) ‘Clinic Design Revolution : 1차 의료기관 공간 디자인 전략’
양윤준 (주)인투익스 디자인 대표양윤준 대표가 발표한 세예의원(SEYE CLINIC)과 명동의 클림의원(KLEAM CLINIC)의 흥미로운 것은 두 프로젝트의 면적이 330평으로 똑같다는 점이다. 그런데 도착한 답은 정반대였다.
한쪽은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공간을, 다른 한쪽은 동양적이고 맥시멀한 공간을 택했다. 양 대표는 두 프로젝트 모두 명확한 타깃과 브랜드 전략을 바탕으로 의료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크기의 빈 층에서 출발해 서로 다른 성공에 이른 과정을 나란히 놓고 본 셈이다.
두 프로젝트의 출발선은 고객 정의였다. 세예의원의 타깃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SNS 매체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며, 아름다움을 위해 기꺼이 투자하는 20~30대 여성이다. 클림의원의 타깃은 프라이버시를 추구하며 국내를 방문하는, 구매력이 강한 30~40대 외국인 여성이다.
한 문장의 차이가 공간 전체를 갈라놓는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사람과 드러나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 이 두 욕구는 대기실 의자의 배치부터 조명의 밝기, 벽의 재료까지 정반대의 답을 요구한다. 양 대표가 세예의원에는 미니멀을, 클림의원에는 맥시멀을 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강남과 명동이라는 두 지역이 불러 모으는 사람이 다르고, 그 사람들이 병원에 기대하는 것도 다르다. 면적이 같다는 사실이 오히려 두 전략의 차이를 선명하게 만든 대목이다.
강남 세예의원의 디자인 콘셉트는 ‘투명한 배경(Transparent Background)’이다.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오브제가 되는 공간 디자인이라는 뜻이다. 공간이 스스로를 주장하는 대신 뒤로 물러서고, 그 앞에 선 사람이 주인공이 되도록 비워두는 전략이다.
다만 이 미니멀리즘은 정적이지 않다. 디지털 그래픽과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끊임없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연한 환경으로 계획됐다. 실제 완공된 공간에서는 미러 재질의 리셉션 월과 대형 디지털 그래픽 월이 조도와 색을 바꿔가며 전혀 다른 표정을 만들어낸다. 벽을 다시 칠하지 않고도 계절과 프로모션에 맞춰 공간이 갈아입는 구조다.
명동 클림의원은 VIP 고객과 해외 의료관광객을 위한 프리미엄 클리닉으로 계획됐다. 명동이라는 지역성과 늘어나는 하이엔드 의료관광 수요를 고려해 ‘명동·VIP·오리엔탈’이라는 세 단어의 브랜드 전략을 공간에 담았다.
공간 언어의 출발점은 한옥이었다. 양 대표는 대기 공간을 한옥의 구조에 빗대어 크게 세 갈래로 나눴다. 처음 고객을 맞이하는 내외부의 전이 공간인 ‘사랑마당’, 귀한 손님을 맞는 접객의 장소로서 고객이 편안하게 머무는 ‘사랑채’, 그리고 안채와 바깥채 사이의 작은 뜰로서 대기 공간과 내부 관리 공간을 이어주는 중첩적 공간인 ‘중정’이다.
양윤준 대표는 “의료공간은 명확한 고객 타깃과 브랜드 전략을 바탕으로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진화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용자에게는 높은 만족도와 신뢰를 제공하고, 운영자에게는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경쟁력을 만들어주는 자산이 된다는 설명이다.

홍인진 대표(플랜디자인) ‘Smart Healing Hospital : 2차 병원 디자인 전략’
홍인진 (주)플랜디자인 대표이사발표는 두 개의 축으로 짜였다. 하나는 최근 설계·시공한 동탄시티병원 신관의 인테리어 사례이고, 다른 하나는 사당동 오산당병원의 외관 디자인에 적용한 생성형 AI 기반 프로세스다. 완성된 공간과 아직 그려지는 중인 외관을 나란히 놓은 구성이었다.
이날 발표에서 홍인진 대표는 “환자는 더 이상 단순한 치료 기능만으로 병원을 선택하지 않습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과거에는 의료진과 장비가 유일한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전체 공간 경험이 병원의 이미지를 결정한다는 진단이다.
먼저 사례로 선택된 곳은 동탄시티병원이다. 기존 본관에 이어 신관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의료환경과 공간 이미지를 구축한 프로젝트로, 홍 대표는 이를 “본관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익숙하고 안정적인 병원의 이미지를 만들어왔다면, 신관은 그 신뢰를 이어받아 병원의 다음 장면을 제안하는 새로운 치유의 공간”으로 규정했다.
디자인 언어는 세 개의 키워드로 전개된다. 첫째는 시간의 흐름(Passage of Time)이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곡선을 단순한 장식 요소가 아니라, 병원을 찾은 환자의 불안과 긴장감을 완화하고 차가운 의료 공간에서의 경험을 유연하게 연결하는 심리적 치유 장치로 삼았다. 둘째는 무한의 시간(Infinite Time)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원형과 나선형 구조가 시간의 반복성과 순환성을 상징한다. 이 기하학적 형태로 멈추지 않는 생명력과 세포의 재생, 온전한 회복을 시각화했다. 셋째는 빛의 흔적(Trail of Light)이다. 간접조명과 선형의 빛이 단순히 밝기를 제공하는 물리적 기능을 넘어,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환자가 무의식적으로 따라가게 되는 명확한 회복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로 홍 대표는 최근 수주한 사당동 소재 오산당병원의 외관 디자인 과정에 생성형 AI를 적용한 사례를 공개했다. 외관은 의료기관의 첫인상을 형성하고 지역 안에서 병원의 존재와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요소인 만큼, 초기 탐색의 폭이 결과를 좌우한다는 판단에서다.
프로세스는 네 단계로 정리됐다. 첫 단계는 기존 건물 분석으로, 건물의 구조적 조건과 입지 특성, 도시 맥락을 기하학적으로 분석한다. 두 번째는 콘셉트와 프롬프트 수립이다. 병원 고유의 진료 특성과 브랜드 정체성을 디자인 키워드로 정리하는 과정이다. 세 번째가 AI 대안의 가속 생성으로, 이미지 생성을 통해 수십 가지 파사드 디자인 스펙트럼을 검토한다. 마지막 네 번째는 실시설계 반영이다. 선별된 최적안을 건축과 인테리어 실제 공사용 설계로 시각화한다.
8층 규모의 기존 병원 건물이 라운드 처리된 창과 백색 파사드, 수직 루버를 얹은 여러 대안으로 변주되는 이미지가 나란히 놓였다. 소재와 색채, 형태의 가능성을 빠르게 시각화하고 비교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건축주와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폭넓은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이 이 방식의 이점이다.
다만 홍 대표는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그대로 설계 결과물로 쓰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AI는 디자이너의 판단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디자인 탐색의 범위를 넓히고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각화해 설계 과정의 효율을 높이는 보조 도구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리고 AI의 신속한 시각적 탐색이 결합할 때 가장 차별화된 병원 브랜드가 완성된다는 협업의 그림도 함께 제시됐다.

(사)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노태린 부회장 (노태린앤어소시에이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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