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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Sarlat-la-Canéda 미디어도서관 신축 및 음악학교 리모델링ARTICLE 2026. 9. 2. 14:37
중세의 돌 위에 문화를 품은 오늘의 건축을 세우다
Sarlat-la-Canéda 미디어도서관 신축 및 음악학교 리모델링
미디어테크와 음악학교는 황토빛 절벽에 기대어 자리하며, 주변의 지형과 건축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두 시설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한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과제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세 도시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사를라라카네다에 현대적인 건축물을 삽입하는 것이었다. 옛 저택이 늘어선 미로 같은 골목과 황금빛 석조 건축물이 특징인 역사 도시의 풍경 속에서, 새로운 건축물이 기존 도시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분명한 존재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에 Dominique Coulon & Associés는 프랑스 페리고르 누아르(Périgord Noir) 지역의 중심 도시인 사를라라카네다의 역사적 맥락과 장소성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건축적 해석을 더했다. 그 결과 주변 풍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도 오랜 시간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새로운 건축을 구현했다.
글. 박하나 편집장
설계 및 제공. Dominique Coulon & Associés
사진. ⓒEugeni Pons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Dominique Coulon & Associés는 프랑스 국가 공인 문화재 보존 담당자인 역사기념물 수석건축가(Architecte en Chef des Monuments Historiques, ACMH)와 긴밀하게 협업하며, 부지가 간직한 풍부한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설계에 자연스럽게 반영했다.
부지에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푸아그라 공장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설계팀은 이 가운데 기존 석조 벽체 한 면을 보존하기로 했다. 현재 이 벽은 미디어도서관의 후면을 이루며 장바티스트 델페라 가(Rue Jean-Baptiste Delpeyrat)를 따라 길게 이어진다. 거리의 이름은 1890년 설립된 동명의 기업에서 비롯된 것으로, 과거 푸아그라 생산시설이었던 이 건물은 30년 넘게 방치되어 있었다.
설계팀은 기존 벽체를 보존함으로써 과거의 흔적을 새로운 건축에 연결하고, 부지가 지닌 장소성과 역사성을 존중하고자 했다. 이는 지역의 건축적 맥락과 전통적인 기술, 재료의 물성을 현대적인 건축 언어로 재해석하려는 설계 태도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이에 새로운 건축이 기존 도시와 부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하나의 풍경을 이루도록 재료의 선택과 표현 방식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여러 개의 매스로 분절된 미디어도서관의 입면은 사를라라카네다의 역사적 중심부가 지닌 도시적 풍경을 반영한다. 건물 전체를 감싸는 색조와 입면의 질감은 주변의 오래된 석벽을 연상시키며, 새로운 건축이 마치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것처럼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했다.







미디어도서관과 음악학교는 내부 중정을 매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남측에는 한쪽이 열린 널찍한 마당을 조성해 주변의 자연 풍경을 바라보며 다양한 야외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설계팀은 두 건물 사이에 적절한 거리를 두어 시민들이 건축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여유로운 공간을 자유롭게 누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형성된 열린 공간은 건물을 내려다보는 기존의 나무들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한편, 부지가 지닌 독특하고 인상적인 지형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두 건축물 사이의 빈 공간은 단순한 외부 공간을 넘어, 도시와 자연, 건축을 연결하는 공공의 장소로 기능한다.
음악학교는 과거 푸아그라 공장의 관리동으로 사용되던 건물에 자리한다. 격조 있는 상류 부르주아풍 저택의 모습을 간직한 이 건물은, 공공 진입 공간이 내부를 관통해 한쪽이 열린 널찍한 마당으로 이어지도록 구성됐다. 이를 통해 건물과 마당, 그리고 도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열린 통로가 형성됐다.
설계팀은 이 역사적 건축물을 철거하는 대신 기존 구조와 공간의 가치를 최대한 보존하고 재정비하는 방식을 택했다. 오랜 시간 축적된 건물의 흔적과 고유한 매력을 지닌 건축 유산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담아내는 동시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또한 지역에서 조달한 재료를 최대한 회수하고 재사용하는 방식을 통해 장소의 기억을 새로운 건축에 이어가고자 했다. 부지에서는 두 가지 재료를 회수했다. 하나는 잡석으로, 이를 활용해 미디어도서관의 기존 파사드를 보수했다. 다른 하나는 석재로, 단열 패널에 밀착시켜 표면의 흔적을 그대로 남기는 방식으로 수제 거푸집을 제작했다. 이후 이 거푸집을 신축 건물의 콘크리트 입면을 구현하는 틀로 활용했다.
이때 사용한 콘크리트 역시 인근 채석장에서 조달한 재료를 활용해 제작했다. 이처럼 기존 건축물에서 나온 재료와 지역의 자원을 새로운 건축에 다시 연결함으로써, 프로젝트는 지역의 재료성과 건축적 기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동시에 부지와 더욱 깊이 호흡하는 건축을 완성했다.




부지를 둘러싼 암반과 자연공원은 미디어도서관을 절벽에 기대어 배치하는 설계의 방향을 결정했다. 설계팀은 육중한 암반 덩어리가 지닌 수동적 저항력을 건축적으로 활용하고자 했으며, 이에 따라 건물 평면에 나타나는 기하학적 뒤틀림 역시 부지의 주요 지형 조건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암벽을 건축 외부에 머물게 하지 않고 미디어도서관 내부로 끌어들였다. 암반 일부를 직접 파내어 ‘독서의 동굴(Reading Cave)’을 조성한 것이다. 실내에 자연 그대로의 암반을 품은 이 공간은 독특한 장소적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암반의 열적 특성과 수분 조절 능력을 통해 실내의 습도와 열적 쾌적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를 통해 건축과 자연 지형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부지의 지질적 특성이 공간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살아났다.
암반은 점형과 선형 지지 방식을 결합한 철근콘크리트 구조체 위에 안정적으로 자리한다. 구조체를 이루는 입면과 바닥판은 건물 전체의 하중을 지지하고 안정성을 확보하는 핵심 요소로 기능한다. 특히 일부 내력벽은 코벨 방식, 즉 캔틸레버 구조로서 외부로 돌출되도록 설계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내부 공간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했다.
이러한 구조적 해법은 철근콘크리트의 검증된 원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구조체 자체가 공간을 과도하게 점유하지 않도록 조율한 것이다. 그 결과 이용자는 시선을 가로막는 요소 없이 공간과 주변 풍경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으며, 견고한 구조와 개방적인 공간감이 공존하는 건축이 완성됐다.
사를라 특유의 황토빛 색조는 열람 공간에도 고스란히 스며든다. 열람실은 두 개 층 높이의 넉넉한 볼륨으로 구성해 자연광을 다양한 방향에서 받아들인다. 높은 위치에 설치된 창과 넓은 유리면을 통해 절벽 위를 뒤덮은 나무와 구시가지의 풍경, 그리고 푸른 하늘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2층에 마련된 직원용 파티오는 1층 홀을 내려다보며 공간에 깊이감을 더한다. 두 공간을 잇는 유리면은 외부에서 들어온 빛을 열람 공간 곳곳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넉넉한 천장고와 공간 내부의 공기 층상 분포를 활용해 자연스러운 공기 순환을 유도함으로써, 여름철에도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2층에는 햇살을 가득 머금은 공용 테라스가 마련되어 있으며, 내부 중정이나 직원 공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다. 도시를 향해 열린 이 테라스에는 넉넉한 좌석이 배치되어 있어, 방문객들이 잠시 일상을 벗어나 풍경을 바라보며 사색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미디어도서관의 열린 평면과 내부 중정, 테라스, 그리고 한쪽이 열린 널찍한 마당은 새로운 복합시설을 철저히 지역 주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완성한다. 각각의 공간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만남과 교류를 유도하며, 건축과 도시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냈다. 이곳에서 부지는 단순한 문화시설을 넘어 누구나 문화를 함께 나누고, 발견과 교류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열린 장소이자 일상의 안식처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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