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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과 공공을 잇는 가교(架橋), 사람을 앞세운 경기도의료원 (상)ARTICLE 2026. 9. 2. 15:18
민간의료 20년과 공공의료 현장을 모두 겪은 경험으로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네트워크의 컨트롤타워 역할 확립할 것!
경기도의료원 이필수 원장님 대한민국 공공의료의 무게중심은 지방의료원에 있다.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가운데 여섯 개 병원을 한 몸으로 움직이는 곳은 경기도의료원이다. 수원·의정부·파주·이천·안성·포천병원. 경기도가 나눈 12개 중진료권 중 절반에서 지역책임의료기관을 맡고 있는 이 여섯 개 병원은, 규모만으로도 우리나라 공공의료가 감당해야 할 몫의 가장 큰 덩어리를 안고 있다.
2024년 10월 제9대 원장으로 부임한 이필수 원장이 가장 먼저 꺼낸 목표는 '경기도의료원이 지역완결형 필수의료체계의 컨트롤타워가 되는 것'이었다. 여섯 개 병원을 같은 얼굴로 만들자는 뜻은 아니다. 남부권과 북부권의 인구 구성과 의료 접근성이 다른 만큼 각 병원은 지역이 요구하는 기능을 특성화하고, 운영은 하나로 묶는다. '지역별 특성화, 의료원 운영은 통합화'라는 한 문장에 그 방향이 담겨 있다.
그는 흉부외과 전문의로 20년 가까이 민간의료 현장에 있었고, 개원의와 전라남도의사회장을 거쳐 대한의사협회 회장까지 지낸 뒤 경기도의료원장을 맡게 됐다. 그가 가장 앞에 두는 경영철학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행복해야 환자분도 행복하고, 환자분이 행복해야 여러분도 행복합니다." 직원들에게 되풀이해 온 이 말이 조직 운영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성과는 숫자로 남았다. 경기도·서울시·인천시의사회와 업무협약을 맺어 헤드헌팅 업체를 거치지 않고 전문의를 직접 연결하는 채용 체계를 만들었고, 부임 이후 약 90명의 전문의를 확보하며 약 9억 원의 비용을 아꼈다. 경기도는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가장 먼저 찾아가는 돌봄의료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해에만 9,860건을 제공했다. 지난해 7월에는 전국 지방의료원 최초로 감염병재난대응단을 발족했다.
공공병원의 자리는 그만큼 무겁다. 수익성이 낮아도 산부인과와 소아과, 외과를 놓을 수 없고,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주민에게는 지역의 공공병원이 사실상 유일한 안전망이기 때문이다. 매거진HD는 이번 인터뷰에서 6개 병원을 하나로 묶는 통합 운영의 설계도와 지역별 특성화 전략, 공공병원 인력난을 정면으로 돌파한 해법, 그리고 공공과 민간을 잇는 가교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인터뷰이. 경기도의료원 이필수 원장
글. 박하나 편집장
사진. 백승휴 작가
1. 현재 원장님께서는 수원병원, 의정부병원, 파주병원, 이천병원, 안성병원, 포천병원 등 6개 의료원을 총괄하고 계십니다. 여러 의료원이 각기 다른 지역과 특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의료원 간의 유기적인 연계와 협력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경기도의료원 차원에서 구축하고 계신 통합시스템은 무엇이며, 각 의료원의 기능과 역량을 어떻게 연계하고 상호보완해 나가고 계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경기도의료원은 수원·의정부·파주·이천·안성·포천병원 등 6개 병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경기도 12개 중진료권 가운데 6개 중진료권에서 지역책임의료기관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제가 가장 힘주어 말해온 것은 ‘6개 병원이 각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경기도의료원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모든 병원을 똑같은 모습의 공공병원으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병원이 자리한 지역마다 인구구조와 의료환경, 주민들의 의료수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각 병원이 지닌 강점과 지역적 특성은 살리되 의료인력과 진료기능, 감염병·재난 대응, 교육과 행정에서는 6개 병원이 서로 이어지고 협력하는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한 병원의 역량만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를 6개 병원이 자원과 경험을 나누며 해결하고, 필요하면 대학병원이나 국립중앙의료원 등 외부 의료기관까지 연결하는 '하나의 공공의료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2.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은 같은 공공의료기관이지만, 각기 다른 역할과 특성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각 병원이 담당하고 있는 지역적 특성과 주요 진료 분야, 그리고 이를 반영해 운영하고 있는 진료 프로세스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경기도는 지역에 따라 인구구조와 의료환경의 편차가 매우 큽니다. 수원과 이천·안성 등 남부권, 그리고 의정부·파주·포천 등 북부권은 인구 구성과 의료 접근성, 의료수요가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각 병원이 지역주민에게 가장 절실한 의료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기능을 특성화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만성질환과 노인진료, 재활과 돌봄의 연계가 관건이고, 의료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서는 응급·필수의료와 의료안전망 기능이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제가 추구하는 방향은 한마디로 ‘지역별 특성화, 의료원 운영은 통합화’입니다. 각 병원은 지역의 인구구조와 의료수요에 맞는 역할을 담당하고, 동시에 6개 병원 전체는 하나의 의료체계로 이어져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경기도의료원만이 가질 수 있는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봅니다.

경기도의료원 이필수 원장님 3. 특히 이들 병원을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고, 병원 간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원장님께서 특별히 중점을 두고 계신 전략이나 리더십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가장 앞에 두는 경영철학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병원은 건물이나 의료장비만으로 굴러가는 조직이 아닙니다. 의사와 간호사, 보건직, 행정직을 비롯한 모든 구성원이 서로 존중하고 신뢰할 때 비로소 좋은 의료서비스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며, 구성원들이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도록 만드는 것이 리더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에게도 늘 이야기합니다. “경기도의료원의 미래의 주인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붙입니다. “여러분이 행복해야 환자분도 행복하고, 환자분이 행복해야 여러분도 행복합니다.”
직원들이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갖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결국 환자에게 더 따뜻하고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4. 원장님께서는 2024년 제9대 경기도의료원장으로 취임하신 이후, 지역 필수의료를 강화하고 공공의료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 온 주요 사업이나 정책은 무엇이며, 이를 통해 경기도의료원과 지역 의료현장에 어떤 변화와 성과를 만들어내셨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경기도의료원이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네트워크의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각 병원이 자리한 지역의 의원급 의료기관과 협력체계를 세우고, 경기도 내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 국립중앙의료원과도 손을 잡아 부족한 전문 의료인력을 확보하고 진료 연계체계를 다지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감염병과 재난에 대비한 대응체계도 새로 세웠습니다. 지난해 7월 발족한 경기도의료원 ‘감염병재난대응단’이 그 출발점입니다.
또한 지역의 의료·복지기관과 이어져 병원 안에서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퇴원 이후에도 환자가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삶을 이어가도록 의료와 돌봄을 잇는 공공의료체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개별 사업의 실적이나 숫자보다, 경기도의료원이 혼자 일하는 조직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공공의료기관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가장 값진 성과로 꼽습니다.
특히 경기도는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선도적으로 2024년부터 찾아가는 돌봄의료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약 9,860건의 서비스를 제공했고, 여기에는 방문진료와 재택의료, 방문간호 등이 두루 포함됩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사업을 더 넓힐 계획입니다.
이 사업은 지난 3월 통과된 통합돌봄지원법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퇴원환자 지역사회 연계 서비스를 한층 확대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일부 환자들은 퇴원 후 마땅한 의료와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지역사회에 방치되었다가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는 이른바 '회전문 현상'을 겪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경기도의료원은 지자체를 비롯해 지역 사회복지기관,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소 등과 협력해 퇴원 환자가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퇴원 이후에도 필요한 재택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연결해 불필요한 재입원을 줄이고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경기도의료원 이필수 원장님 5. 특히 원장님께서는 의료 현장을 직접 경험한 의사이면서 동시에 병원을 운영하는 경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계십니다. 의사와 경영자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병원을 바라볼 때 각각 어떤 이점이 있으며, 두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나 고민이 있으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필수의료 분야인 흉부외과 의사로서는 눈앞의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최선의 진료를 드리고 싶습니다. 반면 병원을 운영하는 경영자로서는 한정된 인력과 재원 안에서 조직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특히 지방의료원은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진료를 통해 병원 운영을 지탱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공공병원은 수익성만을 잣대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지역사회에 반드시 있어야 할 응급·필수의료와 취약계층 진료, 감염병 대응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가 늘 붙들고 있는 물음은 ‘경영의 효율성과 공공의 가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입니다.
다만 환자를 직접 진료했던 흉부외과 의사로서 제가 지닌 판단 기준은 뚜렷합니다. “이 결정이 환자와 지역주민, 특히 의료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이 되는가.” 저는 어떤 정책이나 경영적 판단을 내릴 때도 이 질문을 가장 앞에 놓습니다.
6. 지역 공공병원이 안정적인 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료인력의 안정적인 확보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경기도의료원에서는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시며, 인력 확보와 정착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2024년 촉발된 의정 갈등의 여파로 지금도 의료현장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전문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인건비까지 크게 오르면서 공공병원의 부담도 커졌습니다.
경기도의료원은 제가 2024년 10월 부임한 이후 경기도의사회, 서울특별시의사회, 인천광역시의사회 등과 손잡고 우수한 의료진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채용 시스템을 짰습니다.
공공병원이 의료인력을 뽑을 때 가장 큰 부담 중 하나가 헤드헌팅 비용입니다.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전문의를 채용하면 연봉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지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봉 4억 원인 의사를 채용하면 약 1,200만 원이 업체로 나갑니다. 재정 여건이 빠듯한 공공병원으로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액수입니다.
그 대안으로 경기도의료원은 '의료계 네트워크'를 직접 활용했습니다. 경기도의사회, 서울특별시의사회, 인천광역시의사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6개 병원에서 필요한 전문의 수요를 모아 각 의사회에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각 의사회는 소속 회원들에게 구인 정보를 문자로 안내하고, 이를 통해 지원자를 모집합니다.
예를 들어 안성병원에 신경과 전문의가 필요하거나 수원병원에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한 경우 해당 내용을 각 의사회로 보내면, 소속 회원들에게 관련 정보가 일괄 안내됩니다. 개원을 고민하는 의사, 종합병원에서 다시 진료하고 싶은 의사, 대학병원에서 은퇴를 앞둔 시니어 교수까지 다양한 의료진이 이 통로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비용을 아끼는 데 그치지 않고 의료진과 공공병원을 직접 잇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2024년 10월 이후 약 90명의 전문의를 채용했으며, 헤드헌팅 비용을 기준으로 약 9억 원을 아끼는 성과도 거뒀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스템은 민간의료와 공공의료가 협력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이라고 봅니다. 저는 전라남도의사회장과 대한의사협회장을 역임하며 의료계 현장을 오래 겪었기에 이러한 네트워크를 공공병원의 인력 확보에 끌어올 수 있었습니다. 각 지역 의사회 입장에서도 회원들에게 새로운 진료 환경과 경력 선택의 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공병원 의료진의 처우도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의사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공공병원의 전문의 연봉 역시 민간의료기관과 크게 벌어지지 않는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민간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4억 원의 연봉을 제시한다면, 공공병원 역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수준을 제시하는 상황입니다. 이는 공공병원의 재정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의료인력 문제를 단순히 채용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의료진이 지역 공공병원에서도 자신의 전문성을 지키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를 위해 경기도의료원은 대학병원 및 국립중앙의료원 등과 의료인력 교류와 파견, 교육·연구 협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제도가 '공공임상교수제'입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연계해 대학병원 교수가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고 다시 대학병원으로 돌아가 교수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현재는 정부 지원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참여 인원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역거점공공병원 파견 의료인력 인건비 지원사업'도 함께 쓰고 있습니다. 대학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진을 지역 공공병원으로 파견할 경우 정부와 광역지자체가 인건비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이러한 제도가 더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또 하나 효과적인 방법이 '시니어 닥터'의 활용입니다. 대학병원에서 정년을 맞은 65세 이상 교수 중에는 여전히 건강하고 진료와 수술을 이어갈 수 있는 의료진이 많습니다. 실제로 경기도의료원에서도 65세 이상 의료진이 활발히 진료하며 높은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한의사협회 회장 재임 당시에도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지방의료원연합회가 함께 '시니어 닥터 매칭 시스템'을 추진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경험을 살려 현재는 경기도의료원을 비롯한 지방의료원에서도 시니어 닥터 매칭 사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의료진에게 정부가 일정 부분 재정을 지원하는 제도도 마련돼 있어 공공병원의 인력 확보에 보탬이 됩니다.
올해 9월부터는 의정 갈등 이후 멈췄던 전문의 배출이 다시 이뤄질 예정이어서 수급 상황도 다소 나아지리라 봅니다. 그러나 전문의 배출이 정상화된다고 해서 공공병원의 인력 문제가 근본적으로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의사가 지역 공공병원에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넘어 '계속 머물고 싶은 병원'을 만드는 일입니다.

경기도의료원 이필수 원장님 7.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연계 역시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의료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건강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현재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시며, 공공의료기관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공공병원은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기본적인 필수의료를 제공해야 합니다. 특히 의료취약지역에서는 수익성이 낮더라도 산부인과, 소아과, 외과 같은 필수의료과를 유지해야 합니다. 저출생과 분만 감소, 환자 감소로 경영에서는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분야지만, 그렇다고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진료를 접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공공병원의 목표가 적자를 무조건 없애는 데 있을 수는 없습니다. 공익적 기능을 지키면서도 불필요한 적자는 줄이고, 지속 가능한 경영구조를 만드는 것이 관건입니다.
인건비는 병원 운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용입니다. 직원들에게 안정적으로 급여를 지급하면서 병원을 운영하려면 경영 효율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효율만 앞세우다 보면 공공의료기관이 감당해야 할 공익적 기능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경영자의 몫입니다.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환경을 만들면서도 공공병원이 반드시 해야 할 기능은 지켜내야 합니다. 일부 지방의료원이 급여 지급조차 버거워하는 현실을 떠올리면, 지속 가능한 경영 기반은 공공의료를 지키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과제는 감염병과 재난에 대한 대응입니다. 새로운 감염병이 닥칠 가능성은 언제든 있습니다. 2015년 메르스가 있었고,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습니다. 감염병은 일정한 주기로 되풀이될 수 있기에 평상시부터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코로나19 당시 지방의료원들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면서 기존 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대거 옮겨야 했습니다. 코로나19 이전 경기도의료원의 병상 가동률은 약 70% 수준이었지만, 전담병원으로 운영된 뒤 환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회복에 힘썼지만 지금도 가동률은 약 65% 선에 머물러 재정 부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감염병 대응이라는 역할을 내려놓을 수는 없습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공공병원은 국가와 지역사회의 게이트키퍼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앞서 언급했듯, 경기도의료원은 지난해 7월 전국 지방의료원 가운데 처음으로 감염병재난대응단을 발족했습니다. 감염병이 터질 때마다 급하게 움직이고 상황이 끝나면 체계가 흐지부지되는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내년에는 대응체계의 구체적인 모델을 한층 또렷하게 세울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방공공의료원이 가장 무겁게 여겨야 할 역할은 의료취약지역 주민이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필요한 진료를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같은 지역에 살아도 여유가 있는 사람은 다른 지역의 의료기관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취약계층에게는 지역의 공공병원이 사실상 유일한 의료 안전망입니다.
따라서 공공병원은 병원을 운영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지역 안의 1차·2차·3차 의료기관을 잇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알맞은 곳으로 의뢰하고 회송하는 조율자이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역 주민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진료를 받고, 경제적·지역적 이유로 의료에서 밀려나는 일이 사라집니다.

경기도의료원 이필수 원장님 8. 원장님께서는 민간 병원에서 오래 근무하신 뒤 공공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기셨습니다. 그만큼 공공과 민간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시스템에 대해 오래 고민해오셨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현재 그 가교 역할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 재임하던 2024년 2월, 당시 의정 갈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이후 2024년 10월 경기도의료원장으로 부임해 약 2년간 공공의료 현장에 서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시간은 제 역량을 넓히고 보건의료 정책을 바라보는 시야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민간의료 분야에서 약 20년간 일했고, 직접 개원해 의료기관을 운영했으며, 시도의사회장과 요양병원 봉직의 등 여러 자리를 거쳤습니다. 그러나 공공의료기관에서 직접 일해보니 이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바라보게 됐습니다.
솔직히 저 역시 공공의료에 대해 얼마간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전라남도의사회장으로 활동할 당시에는 공공의료기관이 과연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혹시 불필요한 예산이 들어가거나 조직이 방만하게 굴러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들어와 보니 생각과 다른 부분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더 안타깝게 다가온 것은 민간의료와 공공의료가 서로 충분히 협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민간은 민간대로, 공공은 공공대로 각자의 영역에서 움직이는 구조가 여전히 견고합니다.
저는 두 영역을 모두 겪은 만큼, 그 사이를 잇는 체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앞서 말씀드린 시도의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인력 확보도 그 사례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과의 협력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공공의료 정책을 이끄는 기관인 만큼 업무협약을 통해 정부의 정책 방향을 빠르게 공유하고, 우수한 사례를 벤치마킹할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 또한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향후 여건이 나아진다면 파견을 통한 인력 교류도 적극 추진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결국 공공의료기관이 고립되어서는 안 됩니다. 현재 전국에는 35개 지방의료원이 있고, 경기도의료원이 운영하는 6개 병원 역시 의료취약지역에 자리해 중요한 몫을 맡고 있습니다. 지역의 1차 의료기관은 대부분 민간의원입니다. 이곳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를 2차 의료기관인 경기도의료원으로 의뢰하고, 치료가 끝나면 다시 지역의 1차 의료기관으로 돌려보내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2차에서도 풀기 어려운 중증 환자는 3차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으로 올려보내고, 치료 후에는 다시 지역으로 내려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의료기관 사이의 신뢰와 꾸준한 소통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각 병원장들에게 지역의 1차 의료기관과 지역의사회 회장들을 자주 만나고 대화하라고 거듭 당부합니다. 서로의 역할과 진료 역량을 이해하고 신뢰가 쌓여야 환자를 알맞은 의료기관으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구조가 바로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책임 네트워크'입니다. 그 안에서 2차 의료기관인 공공의료기관이 일종의 컨트롤타워를 맡아야 한다고 봅니다.
민간의료기관은 각자의 역할에 따라 움직이지만, 공공의료기관은 특히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 저소득층처럼 의료서비스에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들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에게 어떤 의료서비스가 필요한지, 어떤 제도를 쓸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환자를 단계에 맞게 연결하고, 치료가 끝난 뒤 다시 지역사회로 안전하게 돌아가도록 전 과정을 조율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러한 '의료 교통정리'를 공공의료기관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가 '통합돌봄지원법의 성공적인 정착'입니다. 지난 3월 27일 법이 통과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준비를 진행하고 있지만, 예산과 구체적인 실행체계가 충분히 갖춰졌는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도 공공의료기관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의료와 돌봄의 정보가 따로 논다는 점입니다. 의료기관은 환자의 의료정보를 중심으로 관리하고, 복지기관은 복지서비스를 중심으로 관리하다 보니 서로 필요한 정보를 나누기 어렵습니다. 개인정보보호라는 중요한 원칙도 있어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역사회 차원에서 공공의료기관이 중심에 서서 의료와 복지를 잇는 새로운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 35개 지방의료원과 6개 적십자병원을 포함해 모두 41개 공공의료기관이 지역의 책임의료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기관들이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가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알맞게 받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민간과 공공이 각자의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어지고, 환자가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의료를 받도록 전체 의료체계를 조율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네트워크를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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