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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민 푸드애널리스트의 건강한 맛집] 무더위의 끝자락 맛있는 시원함을 주는 서령volume.49 2024. 8. 2. 02:01
무더위의 끝자락 맛있는 시원함이 필요하다!
국지성 호우가 많고 천둥번개가 요란했던 시기를 지나 무더위가 지속되는 여름날. 뜨거운 땡볕을 이겨내는 시원한 음식이 필요한 여름의 마지막 페이지. 처음 등장시에는 맛을 아는 사람들만 좋아했지만 이제는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평양냉면 맛집을 소개한다.
전설로 불려지는 메밀 순면의 성지 ‘장원 막국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메밀면은 바로 평양냉면이다. 북한의 맛집 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많이 아는 집이 ‘옥류관’인 것을 보면 이는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소위 프로맛집러라 불리는 먹는데 진심인 사람들이 첫손에 꼽는 맛집이 바로 장원 막국수인데 지금은 과거로 사라진 전설이라 할 수 있다. 이 장원 막국수의 계보를 이어가는 집이 오늘 소개하는 ‘서령’이다. 서령은 2001년 강원도 홍천에서 문을 연 ‘장원막국수’에서 시작했다. 2019년 장원막국수를 마무리하고 2020년 인천광역시 강화도에서 서령을 열었다. 진정한 맛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는 분들이 강화도에서 발견될 때 십중팔구 서령을 방문하기 위해서 인걸 굳이 상기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최고의 반열에 오른 그런 음식점이기도 하다.
막국수의 이미지를 벗어내고 평양냉면 맛집으로
예전에는 평양냉면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막국수가 주 메뉴였다. 음식 수준이 높다 보니 막국수 값이 1만~1만1000원이었다. 막국수라는 이름만으로 보면 다른 집에 비해 가격이 높은 편이였다. 외지에서 찾아가는 사람들은 가치를 알기에 기꺼이 먹지만, 동네 거주민들에게는 비싸다는 인식으로 평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메뉴는 냉면으로, 상호도 ‘서령’이라고 바꾸게 됐다.
매일 이른 새벽 소고기 여러 부위와 채소를 이용해 육수를 내고 직접 만든 면으로 음식을 내는 서령으로 서울에서 냉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영업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만 그것도 하루 200그릇 한정이라 조금 늦거나 하면 가서 못 먹고 돌아오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러한 시기를 거쳐 올해 초 새로 이사한 남대문 매장은 깔끔하고 오는 인원수에 따른 손님의 분배 동선이 잘 정리된 업장으로 탈바꿈되었다. 단골들이 걱정하는 손님의 증가로 인한 음식의 질이 떨어지는 현상을 찾아볼 수 없고 환경의 변화로 인해 보다 쾌적하게 즐길 수 있게 되어 더할 나위 없는 업장으로 변모했다.
깔끔한 면의 향이 도드라지는 3가지 형태의 냉면
서령의 면 메뉴는 물 / 비빔 / 들기름 이렇게 3가지이고 각각의 특색을 잘 살린 훌륭한 음식이다. 메밀 순면이 가져오는 특유의 향긋하고 깔끔한 맛을 잘 받쳐주는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먹고 있는 평양냉면 형태인 물 국수의 경우 타 업장 대비 단아하고 우아한 느낌의 육수로 육향이 도드러지기 보다는 채수의 맛과 잘 융화되어 면을 보다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구성이다. 중간중간 씹히는 오이채의 시원함이 냉면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준다. 고기 고명은 편육 형태로 들어가 면과 함께 씹을 때 특유의 구수한 맛으로 맛의 레이어를 한층 더 다채롭게 해준다. 비빔의 경우 맵지 않은 양념이 잘게 찢은 고기와 함께 순면과 어우러지는 맛으로 비교적 슴슴한 물냉면에 비해 케릭터를 잘 가지고 있는 면요리이다. 들기름은 특유의 깔끔한 들기름향이 면의 메밀향을 덮지 않고 오히려 잘 이끌어내어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설계된 음식으로 잘게 썬 무채와의 어울림이 매우 좋았다.
면을 더 맛있게 해주는 수육과 제육 그리고 만두
냉면집 육수의 주 재료는 고기이다. 이 고기의 맛을 보면 육수의 수준을 알 수 있듯 수육 및 제육 그리고 만두 메뉴는 냉면집과 땔래야 땔 수 없는 벗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서령은 항정 제육이 맛있기로 유명한데 같이 나오는 새우젓과 함께 먹으면 아~ 이곳이 정말 음식을 잘하는 곳이라는게 느껴지는 간판 메뉴이기도 하다. 하나의 사이드 메뉴가 아닌 이 음식을 먹기 위해 방문해도 손색이 없는 그런 완성도 높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존재만으로 감사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서울의 보물
예전에는 대중교통으로의 접근이 힘들어 차 없이는 가기 어렵던 강화 서령이 서울로 이사와 언제든지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되었고 많은 단골들이 걱정했던 맛의 변화도 없이 더 좋은 환경에서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다. 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아 몸이 지치고 힘들 때, 예로부터 찬 성질로 몸의 열을 식혀주는 메밀을 이용한 순면을 통해 몸의 화를 좀 누그러뜨리고 맛있는 행복함으로 잠시 삶에 쉼표를 찍어 줄 수 있는 그런 순간이 되었으면 한다.
글. 송창민 푸드애널리스트현) 온지음 맛공방 연구원
푸드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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