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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의료의 표준을 제시하는 대정요양병원 (상)volume.49 2024. 8. 2. 15:14
환자의 존엄성과 자존감을 지켜주는 맞춤형 의료로
미래 의료 복지 복합체 완성해 나갈 것!‘노인이 되었을 때 나라면, 어떤 대접을 받고 싶을까? 지금의 노인은 결국 우리의 부모님이고, 미래 우리의 모습이다.’ 이것이 대정요양병원의 첫 시작이었다.
한평생 의료봉사를 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한 이들은 2008년에 큰일을 벌였다. 의료봉사만으로 부족함을 느낀 이들은 제대로 갖춰진 곳에서 더 많은 노인분을 돌봐드리고자 뜻을 모은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 요양원을 만들기로 생각했지만, 요양원이나 양로원에서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했다. 한참을 고민한 그들은 때마침 요양병원을 알게 됐고, 자체적으로 운영이 되기 위해서는 100베드 이상의 규모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의료봉사팀의 기부나 후원만으로는 그 큰 규모의 병원을 짓기란 불가능했다. 또 한 번 실망하던 중 고민 끝에 주변 분들에게 자신들의 가치를 널리 알리며, 기부금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이후 사람들은 이 작은 의료봉사팀의 노인 환자를 위한 가치에 크게 공감해 주었고, 함께 동참하기로 다짐했다. 이렇게 모인 기부자들은 총 1,612명. 1,612명의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 결국 2014년 3월 14일, 4층 건물의 144병상으로 이루어진 대정요양병원이 설립되었다.
이들의 비전은 명확했다. 바로 ‘노인 의료의 표준이 되자’는 것. 이들은 노인 의료의 표준을 만들기 위해 체계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그 중심에는 처음 병원 설계부터 병원 홍보, 의료의 방향성을 함께 제시하며 이끌어온 서정복 부원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한의사인 서정복 부원장은 영상의학과 전문의인 이지원 병원장 아래, 병원의 시작을 함께하며, 숱한 어려움 속에서 의료봉사 팀원들의 중심을 잡아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지금껏 대정요양병원을 이끌고 있다. 대정요양병원의 전반적인 일을 도맡아 온 그는 직원들과 노인 의료의 표준을 제시하기 위해 양한방의 원활한 협진은 기본, ‘팀어프로치’ 프로그램과 다학제적 시스템 도입 등 노인 환자 중심의 의료 모델링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 특히 환자가 입원하면 일주일 내에 의사와 한의사 외에 간호사, 영양사, 약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원무과, 치위생사가 모두 합류해서 ‘팀어프로치’로 환자를 파악하고, 공유해서 ‘이 환자는 어떻게 접근해야 되겠다’는 다학제적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환자 경험을 위해 병원장과 실제 콧줄을 직접 끼워보기도 하고, 휠체어에 앉아서 가보는 등 직접적인 경험으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고 있다.
서정복 부원장은 “‘노인 의료의 표준이 되자’는 것은, 공급자 중심에서 표준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진짜 환자의 입장에서 표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와 케어가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죠”라며, ”잔존 기능이 남아 있는 환자의 경우, 본연의 기능이 유지되도록 환자 개개인의 맞춤형 특성들을 어떻게 고려해서 접근할 것인지가 결국에는 미래 노인 의료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 내가 노인 환자의 입장이 돼 보는 것에서부터 밑바탕에 두고 시작해야 합니다”라며, 노인 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다.
서정복 부원장과 직원들이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는 데에는 기부해 주었던 많은 이들의 뜻과 가치를 제대로 펼쳐나가기 위함이며, 미래 ‘의료 복지 복합체’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대정요양병원의 목표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한평생 의료봉사를 하겠다는 이들이 뜻을 모아 각고의 노력으로 설립한 대정요양병원, 그 시작부터 이미 우리나라 요양병원이 나아가야 할 ‘노인 의료의 표준’이 되고 있다.
인터뷰. 대정요양병원 서정복 부원장
글. 박하나 편집장
1. 대정요양병원은 대한민국 요양병원의 혁신 모델이자 대한민국 최초 의료봉사단이 설립한 요양병원, 대한민국 최초 기부로 지어진 환자 중심 병원으로 ‘대한민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언제나 따라붙습니다. 이렇게 ‘대한민국 최초’가 된 대정요양병원의 설립 배경은 무엇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병원은 2014년 3월 14일에 처음 설립됐고, 이제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이런 대형요양병원을 짓게 된 데는 남들과 다른 조금 독특한 배경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한 의료봉사단에 속해서 계속 의료 봉사를 해 왔었는데요. 우리 팀은 주로 요양원이나 마을 회관을 돌기도 하고, 집에 방문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의료 봉사들을 많이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의료 봉사가 갖고 있는 한계를 경험하게 된 것이죠. 어르신들을 계속 만나면 만날수록 유대감이 쌓이게 되는데요. 특히 독거노인 분들 경우, 지금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장기 요양 제도가 활성화가 되었지만, 예전에는 전혀 없었습니다. 2000년대 후반 당시, 그런 제도가 활성화 되지 않았을 때는 어르신들이 큰 불편감을 겪고 계셨죠. 이에 우리 팀 자체적으로 이런 부분에서 뭔가 제대로 된 노인 의료, 제대로 된 노인 케어의 의료와 요양을 같이 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라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처음에는 양로원이나 요양원들을 지어서 그걸 좀 해보면 어떨까? 라는 의견이 오고 갔으나, 확인해 보니 요양원이나 양로원에서는 의료 행위를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뭔가 작은 병원을 지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마침, 당시에 알게 된 요양병원이 모델이 된 것이죠. 처음에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작게 지으려고 했었습니다. 특히 요양병원을 저희 팀 중에서 하시는 분이 아무도 없어서 다른 분을 수소문하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요양병원을 만들어 놓으면, 계속 누가 기부해 줄 것은 아니고, 자체적으로 운영이 돼야 해서 살펴보니, 최소 100베드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지어져야 할 건물 규모가 확 커진 것입니다.
처음 이런 이야기가 나왔던 게 2008년~2009년쯤이었고, 2014년도에 오픈하기까지 5년 이상 걸렸습니다. 5년 이상이 걸렸던 이유는, 건물 규모가 커지다 보니 돈이 훨씬 많이 들잖아요. 그래서 기부를 받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단원들끼리 기부해서 운영해 보자고 한 것인데, 건물 규모가 커지다 보니 내부적인 기부나 후원만 가지고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주변 분들한테 더 많이 알려야 가능한 일이기에, 주변 분들한테 많이 알리고, 또 기부가 들어오는 과정들이 있다 보니 시간이 좀 지체됐습니다.
병원장님과 저는 의료봉사단체의 일원이었습니다. 병원장님은 영상의학과 의사이고 저는 한의사입니다. 여기에 지금 계시는 분 중에는 우리 의료봉사단체의 단원이 많이 속해있습니다. 주로 의사나 한의사, 간호사가 대부분입니다. 초창기에는 더 많은 단원들이 있었지만, 의료봉사 단체의 일원으로 같이 활동할 때와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것은 또 다르더라고요. 대정요양병원은 그런 배경을 갖고 출발하게 된 것입니다.
2. 대정요양병원의 미션과 비전이 눈에 띕니다. 대정요양병원은 어떠한 사명으로 임하고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우리의 미션은 ‘서로 배려하는 우리, 행복 세상 만든다’입니다. 또한 비전은 ‘노인 의료의 표준이 된다’입니다. 사실 5~6년 전에는 당시의 비전으로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너무 불분명하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비전과 핵심가치에 대한 부분을 재설정하게 됐습니다. 당시, 모든 직원이 아이디어를 같이 내고, 운영위원회에 팀장들이 모여 서너 차례 회의를 거쳐서 최종 결정이 됐던 게, ‘노인으로의 표준이 된다’라는 비전과 핵심가치 다섯 가지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핵심가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안전 너머 완전(안전을 기반으로 모두의 존엄이 실현되는 완전한 행복을 추구한다)
2. 고객감동 너머 집착(고객의 존엄성은 항상 지켜져야 한다)
3. 기본 위의 탁월(탄탄한 기본 위에 전문성을 극대화하여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실천한다)
4. 스타보다 팀웍(소통, 배려, 협력으로 우리 함께 이루자)
5. 성장과 나눔(함께 성장하여 세상을 위해 나눈다)』
우리는 봉사가 밑바탕이 되고, 또 기부해 주셨던 많은 분의 깊은 뜻과 가치를 제대로 펼쳐나가는 게 의료 법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논산이라는 시골에서 환자를 유입하고 경영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공중보건의를 논산으로 오면서 의료봉사단과 인연이 돼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병원 직원들은 병원 옆에 기숙사 두 동을 지어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1,300개의 요양병원이 있습니다. 많을 때는 1,500개가 넘었었는데, 요양병원 업계 자체가 어려워서 계속 줄어들고 있어요. 앞으로는 아마 더 줄어들 것 같습니다. 우리는 요양병원 외에 내년에는 요양원도 건축에 들어갈 것이고, 그 이후에는 주간보호센터, 실버 타운도 계획 중입니다.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것은 ‘의료 복지 복합체’이기 때문에 의료와 복지가 함께 어우러져서, 어르신들이 여기 와서 행복하게 지내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게 우리가 가고자 하는 뜻과 가치입니다.
3. 현재 대정요양병원은 통합진료 프로세스를 구축하여 환자의 상태를 총체적으로 파악하면서 다각적인 치료에 임하고 있습니다. 대정요양병원이 내세우는 통합진료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아마 이 부분이 다른 병원에 비해 좀 더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배경에는 사실 우리요양병원의 병원장님과 진료 팀장님이 한의학에 굉장히 호의적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가능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다른 곳도 양방과 한방이 같이 있지만, 대부분 양방이 주가 되거나 어떤 곳에서는 한방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병원장님과 진료 팀장님이 워낙 오픈마인드고 환자를 위해서 도움이 된다면 어떤 접근이든 받아들이려는 생각을 갖고 계십니다. 환자를 위해 한의학적으로 제안을 하면 “그러면 한번 해보자”라고 하십니다. 그러다보니 지금 우리 병원의 많은 환자 중 욕창 환자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현재 욕창 환자의 치료에서도 양한방 협진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2병동 같은 경우는, 주로 움직임이 가능한 노인 환자분들만 계십니다. 그래서 ‘움직임 병동’이라는 명칭을 붙였습니다. ‘움직임 병동’에는 파킨슨 환자나 중풍 환자분들이 많으신데, 그분들께 양한방 협진이 들어가서 한의사와 의사 선생님이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의사와 한의사 외에 간호사, 영양사, 약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원무과, 치위생사들이 모두 합류해서 한꺼번에 환자를 파악하는 ‘팀어프로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의사가 바라본 환자에 대한 정보와 사회복지사가 바라본 환자에 대한 정보가 다릅니다. 그래서 다양한 전문가들이 환자가 입원하면 일주일 내에 ‘팀어프로치’로 환자를 파악하고, 공유해서 ‘이 환자는 어떻게 접근해야 되겠다’는 다학제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학제적인 관점에서 환자를 파악하고, 접근해 나가는 프로그램을 운영한 지도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4. 특히 대정요양병원은 환자 경험 평가, 환자 경험사례를 실시하며 자체적인 피드백으로 꾸준히 개선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어떠한 점이 개선되었으며, 또 어떤 효과가 나타났는지 궁금합니다.
환자 경험이라는 이 키워드 자체는, 명지병원에서 진행된 하이펙스 포럼에 참석하면서 접하게 되었습니다. 급성기 병원 위주로 진행된 환자경험에서 실제로 오랫동안 돌봄과 치유가 필요한 요양병원에서의 환자 경험이 더욱 절실함을 느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노인 의료의 표준이 되자’라는 게 사실, 공급자 중심에서 표준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진짜 환자의 입장에서 표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와 케어가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의료업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은 완전히 공급자 위주의 업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되게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요양병원의 경우 환자가 더 오랜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기 때문에 훨씬 더 생활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에서 케어로, 의료에서 요양으로 넘어오는 상황인데, 요양병원에서 요양원으로 가면 더 요양이 돼 버리고, 의료는 배제가 되는 것이죠. 그만큼 요양의 비중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 공간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이고, 그 공간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노인 환자분 입장에서는 삶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삶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에 대한 의료적 케어가 밑바탕 되어야 합니다. 그만큼 노인 환자분이 조금 움직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 되고 나서부터는 ‘어떤 요양 케어를 받는가’가 사실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볼 때는 ‘환자 경험’이 급성기병원에서보다 요양병원에서 더 중요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우리도 환자 경험을 그렇게 여유롭게 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코로나 때, 요양병원에 코로나가 돌면 너무 오랜 기간 동안 같이 있어야 하고, 면역도 다 저하되신 분들이셔서, 환자 경험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가 되게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지나가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환자 경험을 실시했는데, 실제 경험해 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동안 몰랐던 부분이 너무 많았던 것이죠.
예를 들어서 최근에 병원장님과 제가 콧줄을 직접 끼워보는 체험을 했습니다. 막연하게 ‘그냥 힘들 거다’라는 정도의 수준에서, 실제 콧줄을 경험한 채로 밥을 먹어보니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직접 환자 경험을 해 본 것이죠. 실제로 옆에서 환자가 힘들다는 것을 보는 수준과 자기가 직접 경험해 보는 수준과는 완벽하게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직접해 보니 디테일한 불편함을 발견할 수가 있었어요. 그래서 최근 진행했던 것 중 하나가, 환자를 스트레쳐카에서 눕혀서 이동할 때 머리 쪽으로 먼저 가는 게 좋을 것인지, 다리 방향으로 가는 게 좋을 것인지, 이거 하나도 환자 입장에서는 다르더라는 것입니다.
내가 가는 방향을 보면서 가는 것보다, 모르는 채로 그냥 갈 때 두려움이 더 크게 느껴지거든요. 그런 것처럼 환자 경험을 해보느냐 안 해보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반영돼서 교육으로 이루어지고, 수정하는 그런 과정들을 지금 계속 밟아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 병원보다도 우리의 비전이 명확하기에, 이 방향으로 계속 바꿔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양병원 자체는 큐어와 케어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그런 공간이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5. 미래 의료계의 방향은 노인병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병원이 고령화에 발맞춘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정요양병원의 노인 환자들을 위한 진료의 접근성과 방향성에 대해 짚어주신다면 무엇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과 일맥상통하지만, 결국에는 노인 환자에게 맞는 서비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핵심이거든요. 시니어들의 특성이 있습니다. ‘그 특성을 얼마큼 잘 고려해 줄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면 반응이 느려집니다. 예를 들어, 우리병원의 환자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지만 휠체어의 경우, 내가 걷는 스피드로 휠체어를 몰고 가도 일반 젊은 사람들이 휠체어에 앉아서 가보면 훨씬 빠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 나이 든 어르신들은 평상시에 걸음도 느리잖아요. 그러면 평상시에 내가 걷는 스피드보다 노인들이 휠체어를 탔을 때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느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죠. 그래서 서비스 측면에서 그 부분들을 어떻게 배려해서 진행할 것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또한 잔존 기능이 남아 있는 환자의 경우, 본연의 기능이 유지되도록 환자 개개인의 맞춤형 특성들을 어떻게 고려해서 접근할 것인지가 결국에는 미래의 노인 의료에서도 핵심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 내가 노인 환자의 입장이 돼 보는 것에서부터 밑바탕에 두고 시작하는 것이죠.
우리 병원은 병동 별로 ADL이라고 해서 남아있는 잔존 기능의 정도에 따라서 병동을 분리했습니다. 그 이유는,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끼리 같이 모여 계셔야 ‘내가 움직일 수 있구나’라는 인식이 더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나는 움직일 수 있는데 와상환자들과 같이 누워있으면, ‘아 그냥 누워 있는 게 당연하구나’라고 인식이 돼요. 그러면 내가 움직여야 할 동기 부여가 훨씬 덜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지 현재는 기능이 좀 떨어져 있지만, 최대한 그 범위에 한계 지점까지는 본인 스스로 기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게 노인 의료에 있어서 되게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지만 본인 스스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이 지켜질 수가 있습니다.
앞으로 ‘탈침대, 즉 최대한 침대에서 벗어난 생활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극히 드물잖아요. 그런데 병원에 와 계신 분들은 밥 먹을 때도 침대에서 먹고, 계속 침대에 계시려고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만큼 어떻게 침대를 벗어나서 이제 본인의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가능하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가 탈침대를 하는 목적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존엄성과 자존감을 어떻게 지켜나가게 해 주는지가 지금 당장, 그리고 미래 노인 의료가 나아가고 있는 길입니다. 현재 우리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도 그렇게 나가려고 하고 있고, 또 잘하는 병원들도 실제로 있습니다.
6. 대정요양병원은 현재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며 신뢰를 쌓아오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주로 어떤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사실은 우리가 의료봉사를 열심히 하다가 병원을 오픈하면서 2년 정도 하지 못했습니다. 2014년과 2015년 때는 너무 바빠서 봉사 나갈 시간이 없었던 것이죠. 주말에도 일을 해야 될 정도로 병원을 새로 세팅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베이스는 이게 아니지 않냐?’고 해서 다시금 이 지역사회 의료 봉사를 열심히 다녔습니다. 그래서 주말마다 논산시 상월면에 계시는 독거노인들을 방문하고, 집도 수리도 해드리고, 가을에는 감도 따 드리고, 깨도 따 드리는 등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일 중 하나는 매번 집에 갈 때마다 반겨주신 할머니가 계셨는데 지금은 돌아가셨습니다. 우리병원의 햇빛 정원 너머에 산소가 있는데, 그곳에 잠들어 계십니다. 코로나 기간에 돌아가신 상황입니다. 사실 의료 봉사를 나가는 것은, 어르신 분들께 도움을 드린다기보다는, 나가는 자체가 우리에게는 행복입니다. 특히 매주 찾아와 주는 젊은 친구들이 있다는 게 어르신분들에게 조금 더 위안이 되는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인터뷰. 대정요양병원 서정복 부원장
글. 박하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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