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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숙 간호부장의 노인병원 애상] 축구는 인생이다volume.29 2022. 12. 2. 12:45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연봉은 안 올라 파업을 하면서 여기저기 못 살겠다고 아우성들이다. 요양병원도 마찬가지로 간호사들은 의료인치고는 연봉이 적다고, 조금이라도 더 주는 곳으로 이직을 하고 조무사들은 최저 임금이 점차 오르는데 경력자들인 자기들과 연봉 차이가 없다고 난리고. 병원 측은 코로나가 터지면 재활도 못 보내고 전체 코호트 격리시키면 병원 수익은 떨어지고, 직원들도 코로나 걸리면 바로 업무 배제시키면 그렇다고 무급은 아니라 인력이 모자라 알바를 투입해야 하고. 코로나 시대에 의료 전문 인력들을 알바 쓰는 것을 처음 하고 있다. 세상이 말세다. 정말 어느 가수가 테스 형~세상이 왜 이래~~~ 하던 노래의 가사 말이 문득 생각난다. 병원과 직원 사이의 중간 관리자인 나 간호부장이 있다.
나는 요양병원에서 제일 인력이 많은 간호사들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간호부장이다.
요즘 축구 보는 재미에 온 나라가 들떠 있다. 오랜만에 축구로 하나가 되어 응원한다.
축구를 보면 피가 마르고 입이 바짝 마를 정도다. 문득 축구를 보다 보니 마치 축구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넓은 운동장에서 뛰는 축구 선수들처럼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한다. 특히 생명을 다루는 병원이란 특수 사회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너무 힘들게 일해서 대강 일하라고 해도 책임의식으로 절대 못한다. 선수가 부상을 입거나 문제가 생기면 감독이 입이 바짝 마르듯이 나도 인력이 없어 못 구하거나 간병인들이 도망가서 간호사들이 기저귀 교환하고 식사 수발하다 너무 힘들다고 사표 내는 간호사들을 몇 시간씩 상담하다 보면 나 역시 진이 다 빠진다.
감독인 나 간호부장은 각자의 적절한 위치 선정(필요시 적합한 부서 이동)과 볼 처리 능력(판단 능력), 순간 방어 능력(상담 능력) 공에 대한 집중력 훈련(문제 원인 분석 능력) 몸싸움에서 이기는 법(상담 시 협상 능력) 선수 간의 위계질서(팀원들끼리나 수간호사들끼리의 갈등 해결 능력) 골키퍼의 능력(수간호사들의 교육) 등등 선수 11명이 전반전, 후반전 모두를 잘 소화할 수 있게 눈으로 머리로 지시하며 이 모든 것을 성실히 수행해 줄 수 있는 능력 있는 간호사들이 필요하다. 개인플레이가 뛰어 나도 좋지만 요즈음은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1 간호사는 공격수로 의사와 환자의 상태 등을 의논하여 적절한 처치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해야 하며, 중간 간호사는 미드필더로 멀티 플레이어(다양한 역할)로 제1 간호사의 지시를 받아 병동의 크고 작은 처치를 주 업무로 하며 수비수인 보조 간호사(간호조무사)들은 환자의 기본적인 활력 증후군(혈압, 맥박, 체온)과 환자들의 심리 상태와 행동 양상, 문제 행동 등을 세밀히 관찰하여 보고하여야 한다.
볼 처리 능력이 중요하듯이 응급상항 시 위기관리 능력이 있어야 하고 공에 대한 집중력이 있어야 하듯이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중요하고 상대방의 공을 빼앗으려며는 달리는 속도가 빨라야 하듯이 우리들은 행동이 느리면 그 많은 일을 시간 내에 처리할 수가 없다. 몇십 명의 어린아이를 모아 놓았다 생각해 보라.
패스를 하려면 정확한 각도와 위치 선정이 중요하듯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보호자들의 심리 상태와 치료의 한계를 잘 판단할 줄도 알아야 한다. 어시스트가 필요하듯이 적극적인 치료를 원할 때에는 타 병원과의 협조도 가끔 필요하다.
일단 주전이 빠지면 힘들 듯이 때론 내 마음이 불편하거나 피곤하여 의욕을 잃으면 눈에 띄게 팀워크가 흐트러지고 팀원들도 승부욕이 없어져 아주 재미없는 경기가 되는 것을 절실히 느끼곤 한다. 능력이 안 되는데 너무 뛰거나 공에 대한 욕심을 부리면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또한 상대방이 아무리 공격해 와도 골키퍼가 신의 손으로 든든히 막아준다면 뛰는 우리 선수들은 오직 공격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비록 지는 경기가 될지언정 관중들이 재미있어하고 건전한 스포츠 정신으로 구경한다면 경기하는 우리들은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 공을 부지런히 쫓다 보면 기회가 오듯이 매일 최선을 다해 일하다 보면 그 어떤 목적 있는 삶보다 우리 어르신들에게서 얻는 단순함이 날마다 새로 태어난 듯이 신선함을 갖게 하기도 한다. 당신 때문에 나 눈물 배웠고, 당신 때문에 나 행복을 배웠고, 당신 때문에 나 웃음과 사랑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당신 때문에 나 삶 너머의 에덴동산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미래인 노인 요양병원을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 최경숙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최경숙 간호부장
현)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현) 요양병원 인증 조사위원
전) 대한간호협회 보수교육 강사
전) 요양병원 컨설팅 수석팀장'volume.29'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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