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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건축공간연구원 국제 포럼ARTICLE 2024. 12. 3. 17:28
건축공간연구원 국제 포럼
AURI International Forum건축공간연구원과 KAIST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건축공간연구원 국제 포럼-AURI International Forum’이 지난 11월 5일 명동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은 한국과학기술원의 임리사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활기찬 일상생활 지원을 위한 통합안전 건축도시설계: 환경설계 기반 건축도시공간 정책연구·지원의 확장을 논하다 (Designing Safer Spaces : Environmental Design, from the Security to the Safety, and for the Active Living)>의 긴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는 총 5명의 국내외 연사들의 발제로 진행되었으며, 그중 Habib Chaudhury 교수(Simon Fraser University, Canada)의 ‘치매 어르신도 안전하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환경 조성(Developing Dementia-Inclusive Neighbourhood Environment)’과 강범준 교수(서울대학교)의 ‘서울에서 고령자로 안전하고 활기차게 생활하기 : 초고령사회에서의 공간적 이슈 찾기(Activity Space of Older Adults in Seoul: Finding Spatial Issues in a Super-aged Society)’의 내용이 가장 인상 깊었다. 이 두 명의 연사는 실체 치매 환자와 고령자를 직접 참여 관찰하거나 인터뷰하면서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머지않은 한국에 안전한 도시환경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이번 매거진HD에서는 이 두 명의 연사가 발표한 내용을 집중 조명했다.
취재. 박하나
1.
치매 어르신도 안전하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환경 조성
(Developing Dementia-Inclusive Neighbourhood Environment)Habib Chaudhury 교수 (Simon Fraser University, Canada)
Habib Chaudhury 교수는 이번 포럼에서 먼저 한국의 고령화에 대해 언급하며, 치매 인구의 현주소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특히 국제적인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 DemSCAPE 프로젝트의 배경과 연구 진행 과정, 정성적인 연구 결과, 치매 참가자 인터뷰 및 사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치매 환자들이 안전하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환경은 무엇이며, 그 대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설명했다.
『현재 고령화는 전 세계적인 이슈이며, 특히 한국과 일본도 힘든 상황이다. 일본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있는 국가다. 한국의 노인 인구는 2020년에 약 19%였으나, 지금은 24%다. 그리고 내년에는 한국이 초고령 사회가 될 것이며, 앞으로 일본을 초월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한국은 전체 인구 중 37%가 65세 이상이 될 전망으로,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일 것이다. 이 점을 계속 생각하면서 발표를 들어주길 바란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80세 이상 노인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 치매 인구 비율을 보면 2024년에는 100만이 좀 넘는 수준인데, 50년도에는 2배 이상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정보를 확인했는데, 정확한 통계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자료에 따르면 하루에 27명의 노인이 실종된다는 것이다. 실종된다는 것은 치매를 앓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증명한다. 치매 환자들은 공간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밖에 나가면 많은 혼란을 겪게 된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이런 치매 환자들을 돕기 위해 위치 추적기를 보급하고 있다. 위치 추적기는 한 가지 방안일 뿐 좀 더 구체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특히 어떻게 치매 인구를 지원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들을 위해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들이 활동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되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DemSCAPE 프로젝트란
오늘 발표에 대한 내용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의 DemSCAPE 프로젝트의 배경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DemSCAPE 프로젝트는 경험 중심 연구로 되어 있다. 경험 중심 연구라는 것은 치매 인구가 이동성, 사회적 참여에 있어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방법과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한 후, GIS 기반 분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첫 번째 연구 요소는 지식 동원에 관한 것이다. 지식 동원은 어떻게 정책에 우리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어떻게 프로그램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캐나다의 상황을 살펴보자면, 어떤 국가에서든 치매 인구는 주로 그들이 원래 살고 있던 지역 사회에 있으며, 소수만이 요양원에서 지낸다. 그래서 이웃 환경, 이웃의 서비스가 고령층의 치매 인구에 매우 중요하다. 치매 인구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바로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알츠하이머, 파킨슨 질병 등 다양한 질병으로 인해 공간 인지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지 능력은 어떻게 길을 잃지 않고 움직일 수 있을까를 관장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분들, 그리고 치매를 앓고 있는 분들이 이런 공간을 인지하고 기억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불안감이나 상실감, 또 자신만의 세계가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다시 말해,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는 일이 거의 없어 가족에만 주로 의존한다. 그래서 그들의 세계가 줄어든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만큼 안전하고 독립적인 이동성을 보장하는 것이 이들에게 중요하다.
안전하고 활동적인 고령화는 오늘 발표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이것은 이후에 발표될 안정성과 활동적인 삶에서도 연관이 있는 개념이다. 안전한 것은 정서적인 안전성과 신체적인 안정성으로 늘 같이 따라간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체국을 간다거나 약국을 갈 때 고령층의 치매 환자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공간인지 이동성이 치매의 증상을 늦춰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치매에 걸린 고령층이 어떻게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생활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조기 치매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한다면,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많은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며, 그 중 치매에 포용적, 친화적 원칙이 중요하다.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원칙으로, 이것을 지침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친숙함, 접근성, 명료성 등이 포함된다. 먼저는 치매 친화적인 원칙이고, age friendly communities와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접근성과 명료성의 경우, 어떻게 친화 체계를 더 명확하고 뚜렷하게 표시할 것인지도 매우 중요하다. 이에 관한 개념도를 살펴보면, 첫 번째는 도보 용이성 그리고 토지 용도 전략이다. 특히 블록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거리를 계층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안전에 관한 것으로, 버스 정류장, 쉼터 또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랜드마크나 표지판을 명확하게 설치하는 것이 치매 친화적인 지역 사회를 구축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DemSCAPE 연구 진행
우리 프로젝트의 목표는 첫 번째로 인지장애가 있는 분들이나 치매가 있는 분들은 주로 어디에 가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두 번째 가장 중요한 목표로 어떤 요소가 이들의 야외 활동 이동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것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혁신적인 지역사회 기반 참여형 연구 방식을 이 치매 인구와 같이 하는 것이 목표이고, 네 번째로는 지식 자원 동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 샘플은 상당히 작은 편이지만, 매트로 밴쿠버에서 26명이 참여했고, 프린스 조지에서 6명이 참여했다. 우리는 밴쿠버 도시뿐 아니라 교외 지역 참가자도 동원했는데, 프린스 조지가 포함된 것이다. 이 참가자 중에서 일부는 돌봄 파트너가 함께했다. 매트로 밴쿠버의 15명은 혼자 참여하지 않고, 돌봄 파트너나 가족 등이 함께 참여했다. 또한 배우자가 참여한 경우도 있었고, 딸이나 아들이 참여한 경우도 있었다. 순차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우리가 활용했다. 각 참가자당 4개의 세션을 가졌고, 하루에 진행하지는 않았으며, 4주에서 5주 동안 진행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좌담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어떤 구조화된 질문을 시행했다. 특히 어디를 가는지, 얼마나 자주 가는지, 어디를 갈 때 힘든지, 쇼핑센터를 갈 때 불안하지는 않은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등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정성적인 조사를 했다. 특히 반 구조화된 인터뷰를 했으며, 자주 가는 경로를 선택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도보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는 참가자들과 함께 걸으면서 그들이 정한 목적지로 가면서 이들에게 질문하고 그 내용을 비디오로 녹화했다.
마지막으로 비디오를 이용하여 약간의 자극을 주면서 인터뷰했다. 우리는 도보 인터뷰를 하면서 찍은 인터뷰 영상들을 참가자들에게 보여주고, 질문했다. 이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땠는지 다시 물어보는 것이다. 사실 걸어 다니면서 질문하고 답변하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었다. 도보 인터뷰는 참가자가 있고, 옆에는 질문자가 있다. 그리고 그 뒤에 또 다른 스태프가 함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프로 카메라를 모자에 장착해서 촬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는 수집한 데이터를 가지고 다양한 분석을 했다. 우선 인터뷰를 전사하여 분석했다. 먼저 주제별로 분석한 후 동영상을 분석했다. 특히 참가자가 스스로 고프로를 장착하고, 동영상을 찍은 것도 있어서 우리가 다시 조사했는데, 참가자들이 어디에 갔고, 어디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도 분석했다.
DemSCAPE 정성적인 조사 결과 및 참가자 인터뷰
이에 관한 몇 가지 그 조사 결과에 대해서 간단히 말하고자 한다. 먼저 4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물리적인 환경 측면, 두 번째는 인지적인 측면, 세 번째는 심리 사회적 측면, 네 번째는 시간적 측면이다. 첫 번째, 물리적인 측면은 공간과의 상호작용, 그리고 두 번째 인지 측면은 뇌에서 어떤 작용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세 번째 심리·사회적 측면은 어떤 불안이 있는지, 특히 이웃과 소통하면서 불안이 있는지, 그리고 네 번째 시간적 측면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상황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에 새로 등장한 주제들이 있다. 그것은 길 찾기, 공간 인지, 기획, 대처 능력, 그리고 이 참가자들의 루틴 경로, 사람들과 동물 간의 사회 작용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정신적인 지도라고 할 수 있는 뇌의 능력을 상실했고, 공간 인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것은 인지 지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주제에서 우리가 발견한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어떤 참가자들은 길을 걸으면서 “거리에 번호가 표시되어 있으면 쉬운데, 만약에 콜롬비아 스트리트처럼 이름으로 표시되어 있으면 좀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수직적인 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거리명보다는 거리 번호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 공공 예술 설치물에 대해 언급한 참가자도 있었다. 이 사례에서는 예술 작품이 표지판으로 인식되어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랜드마크를 활용해서 치매 인구를 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인들은 예술 설치물을 랜드마크로 생각하지 않지만, 치매 환자들은 랜드마크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 랜드마크를 보고 ‘아 이제 내가 집에 가까이 왔구나’, 혹은 ‘내가 가려던 쇼핑센터에 가까워졌구나’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인지의 답을 머릿속에 담아두는 것이다.
또 치매를 앓고 있는 여성은 공원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이 공원을 보면 내 집이 공원 옆이기 때문에, 집에 가까워졌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표지판은 굉장히 작지만, ‘아 이제 집에 왔구나’ 하고 안심하게 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굉장히 재미있었다.
특히 공간 인지 능력에 대해 이야기할 경우, 구글 맵이 존재하지만, 새로운 도시에 가게 되면 어떤 이들은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동네에서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참가자들은 밖에 나갔을 때 계획을 짜기도 하고 또 대처 전략을 세운다. 이와 관련하여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안심할 수 있고, 또 어떻게 감각적 자극 관리를 하는지, 그리고 주변에 대해서 스트레스 좀 줄일 방법들을 찾는다고 한다.
한 참가자는 소음에 대해서 언급했다. “이곳은 굉장히 번잡한 거리이고 시끄러운 것이 방해되어서 MP3 플레이어와 이어폰을 항상 낀다.” 치매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환경에 대해서 적응하고 그것을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소음이 있을 때 특히 더 어려움을 겪는다. 또 아주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에도 민감해질 수가 있다.
다른 참가자 역시 치매를 앓고 있는데, 자동차 진입로가 있는 곳에서 잠시 앉아 쉬곤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불안을 느끼면 쉬고 싶어 한다. 상실감을 겪거나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쉬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 참가자도 쉬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벤치를 더 많이 설치한다면, 사람들이 조용한 곳에 와서 더 편하게 쉴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내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다시금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기회도 줄 수 있다.
루틴에 대해서 말하는 참가자도 많았다. 치매 환자들은 날씨에도 루틴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오후에는 책을 읽고 싶고, 낮잠을 자고 싶다고 말한 참가자들은 피곤하지 않을 때는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한다. 그만큼 치매에 야외 활동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아침에 더 에너지가 있어서 아침에 야외 활동을 하기도 한다.
GIS+GPS 분석
이제 GIS+GPS 분석에 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이에 관해서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환경을 얘기할 수 있다. GIS 분석이 될 수 있는 카테고리는 토지 사용, 녹지 수변 공간, 대중교통 수단, 지형, 보도, 지원 인프라, 교차로, 거리 네트워크 패턴 등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GIS 분석에서는 모든 참가자가 참여하지 않았고, 매트로 밴쿠버의 참가자만 참여했다. 프린스 조지는 좀 먼 곳이었기 때문에 참가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걸을 때 워크셰드(walkshed)로 조사했는데,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로 데이터를 수집했고, 다중회귀분석을 사용했으며, 또 얼마나 이 참가자들이 걷는지를 알아보았다.
우리는 이에 관한 표를 작성했다. 이 표는 시각적으로 우리의 분석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한 참가자의 집에서부터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 여정을 함께했다. 이 경로는 GPS 정보에 해당된다. 우리 팀은 그동안 태블릿으로 GPS 정보를 계속 수집하고 있었다. GPS 전문가라면 알겠지만 워크셰드(walkshed)라고 있는데, 5분씩 걸어간 시간을 나눈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색깔로 표현했으며, 빨간색은 15에서 20분, 노란색은 10분에서 15분, 연두색은 5에서 10분으로 나눴다.
GIS를 통해서 토지 사용이나 보도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거리 네트워크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왜 이 길을 선택하는지 그것도 알 수 있었다. 이 같은 변수는 3개로 나누었다. 첫 번째는 거시환경, 바로 대중교통 수단, 그리고 거리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성이다. 두 번째는 미시 환경 적합성, 보행자 중심 디자인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일반적인 특징으로 복합적인 토지 사용과 보도 적합성에 대한 것이다. 분석 결과 첫 번째, 거시환경, 대중교통 수단, 거리 네트워크 접근성과 관련해서 한 단위가 증가하는 것은 439.643유닛이 증가하는 것에 상응했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이 걸으려고 하는 것은 버스가 있을 때였다. 버스가 있으면 더 용이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번째, 미시적인 부분, 보행자 중심 디자인으로, 횡단보도 신호등처럼 인프라가 갖추어졌을 때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았다. 1유닛이 증가할 때마다 286.465m의 여정이 늘어났다. 세 번째는 복합적인 토지 사용 그리고 보도 적합성에 대한 결과로, 이 세 가지를 통해 참가자 모두 얼마나 멀리 걸을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GIS 상호작용 인터랙티브 플랫폼
다음으로 우리가 만든 GIS 상호작용 인터랙티브 플랫폼을 소개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집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경로를 우리가 분절화했고, 구간으로 나누었다. 우리 학교 웹사이트(www.dementiainclusiveneighbourhood.com)에 클릭하면 이 구간에 대한 정보를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이 구간에서 참가자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를 알 수 있다.
나는 참가자와 이야기하면서 걸었는데, 이 세그먼트 구간마다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알 수 있다. 동영상과 함께 구글 거리뷰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객관적인 관점과 참가자들의 주관적인 관점이 함께 담겨 있다.
GIS 상호작용 인터렉티브 플랫폼은 데이터를 지역사회 파트너, 지자체 당국, 도시 기획자와 공유하기에 좋다. 그래서 객관적인 GIS 데이터와 또 주관적인 데이터를 함께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 중 첫 번째는 증거 기반 연구였다. 사람들이 어디에 가고 어떤 도전 과제를 겪는지 알아보는 연구였다. 두 번째 요소는 지식 자원 동원 툴이라는 것이다. 지식 자원 동원 툴이란, 지자체 기획자, 지역사회 개발자 등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툴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총 세 가지 툴로 되어 있다. 첫 번째는 치매 포용적 디자인 지침이다. 이것은 의사 결정자들에게 치매 포용적인 지역 사회를 구축하는 데 지침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환경 검사 툴이 있다. 환경 검사 툴은 지역사회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얼마나 걷기에 편한지, 거리가 얼마나 보행에 도움이 되는지를 구간 체크할 수 있는 툴로, 사용하기 굉장히 편하다. 또한 사용자 중심적으로 만들어져서 치매 인들도 직접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 및 홍보 인식 제고 동영상을 이용했다. 이것은 주민들이 치매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첫 번째 툴, 치매 포용적 기획 디자인 지침
첫 번째 툴인 치매 포용적 기획 디자인 지침은, 주요 대상이 지자체, 개발자이다. 개발자들 경우, 건물을 건축할 때 건물과 공공 영역 거리 간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건물과 그 거리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고려하고 공공 영역과 빌딩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어떤 관계를 맺는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밴쿠버에서는 개발자들이 건축할 때 출입구에 어떤 특정 구역을 만들어야 한다. 공공영역과 이어지는 그 구간을 남겨 두어야 하는 것이 규정으로 되어 있다. 또 지역사회 기관이나, 치매를 직접 경험하고 있거나, 돌봄을 제공하고 있는 사람들도 활용할 수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3가지로 되어있다. 우선 앞서 언급한 6가지 원칙이 담겨 있다. 바로 친숙함, 편안함, 접근성, 안전성, 명료성, 판독성이 원칙이고, 그 외에 3개의 섹션과 3개 영역이 있다. 3개의 영역이란, 어느 자원에 대해서 우리가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밖에도 20개 전략이 있고, 그 전략 아래에 70개 행동 조치가 있다. 우리가 만든 지침은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우리 학교 웹사이트(www.dementiainclusiveneighbourhood.com)로 들어오면 다운로드도 가능하다.
3개의 영역 중 첫 번째는 지역사회 차원이다. 토지 사용도 이에 포함된다. 이것은 어떻게 토지가 사용되는지, 한 가지 목적인지, 복합적인 목적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스트리트 그리드, 건물의 형태, 건물의 높이 등이 이 지역사회 차원에서 고려되는 부분이다. 두 번째에는 거리 차원의 내용이다. 여기서 사람들이 어디로 걷는지, 어디에 인도를 만들 것인지, 또 횡단보도는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 등을 고려하는 부분이다. 더욱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기 전에 표지판을 어디에 설정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세 번째는 더 상세한 디자인 차원이다. 이것은 좌석 배치, 예술 작품 설치, 특별한 장소 조성, 표지판, 공공화장실 등이 포함된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역사회 차원에서는 여러 가지 전략이 있다. 우리는 각 전략을 행동 조치로 나누었다. 이 전략은 토지 사용 지정에 관한 전략이다. 토지 사용은 우리가 토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이며, 이와 관련해 우리가 구체적인 행동 조치를 제시하고, 또 관련 이미지도 제시했다. 앞서 언급한 웹사이트를 통해 치매 포용적 지역사회를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는지 학습할 수 있다. 이 지침은 사실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나 장애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 모두에게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전략은 치매 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특히 그들의 인지 능력 저하 등에 대한 전력이 포함되어 있다.
이제 사례 연구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아일랜드, 싱가포르, 캐나다, 호주의 사례 등을 살펴볼 수 있으며, 이는 치매 포용적 사업 사례라 할 수 있다. 나는 싱가포르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길 찾기를 지원하는 이를 위해 대중교통인 지하철을 좀 더 개선하는 내용의 프로젝트였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프로젝트였다. 싱가포르 당국 도시 개발자와 협력했고, 치매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초대해서 그들의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다.
한 예로 굉장히 분주한 버스터미널 건물에 들어서면, 다양한 색깔들로 표시한 화살표들을 볼 수 있다. 화살표들은 심벌이 있다. 그 심벌은 도시 개발자가 개발한 것이 아니라 치매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개발한 것이다. 싱가포르는 굉장히 전통적인 국을 담는 그런 그릇이 있는데 그것을 나타내는 심벌, 지역 특산 과일을 표시하는 심벌이 있다. 그만큼 도시 개발자가 개발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참여하여 만든 것이 인상 깊다.
두 번째 툴, 환경 검사 툴 SWAN-Dementia
이름은 SWAN-Dementia 툴이다. 이것은 사용자 중심이고 치매를 겪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돌봄 제공자나 지역 사회의 이해관계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이 데이터를 가지고 지자체에 가서 사용자가 직접 “우리는 이런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할 증거가 될 수 있다. 이 툴의 영역은 기능성, 안전성, 유지보수, 토지 사용, 그리고 사회적 측면이다. 이 구간을 우리가 살펴보았고, 어느 한 곳에서부터 시작해서 길을 건너는 전 과정을 우리가 노트했다. 우리는 우리의 툴을 이용하고 이동해 가면서 과정을 반복하고 원래 장소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부문의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안전성, 가능성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마지막, 교육 및 홍보 인식 제고 동영상
이 동영상의 목표는 공간 환경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으로, 공간 환경이 치매 포용적 지역사회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치매에 대한 편견 혹은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목적도 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면, 이 부분에 대해 잘 알 수 있다. 치매 증상을 의사로부터 들으면 사형 선고를 받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부양하는 가족도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치매를 앓고 있으면서도 잘 살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특히 지원 환경, 물리적 환경을 바꾸는 것이 공간 전문가로서 할 일이다. 적절한 물리적 환경이 있다면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소개될 동영상은 3명의 참가자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세 명 모두 캐나다에 살고 있고 치매를 앓고 있다. 이들은 이 동영상에 직접 참여해 주었다.
참가자1
“걷는 것은 치매에 매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저곳을 걸어갑니다. 쇼핑하러 걸어가기도 하고요. 의사를 만나러 갈 때도 걸어가고요. 치과를 갈 때도 걸어갑니다. 또 약을 사러 갈 때도 걸어갑니다. 저는 처음부터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지능력이 조금씩 더 나빠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을 받아들였습니다. 삶의 한 부분입니다. 저는 상당히 오래 살았고, 이것도 삶의 부분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참가자2
“이 동네에는 제가 필요로 하는 편의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세 가지는 사회적인 연결성, 즉 많은 친구와 얘기함으로써 계속해서 두뇌를 활성화하고, 사회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운동함으로써 뇌의 순환이 잘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고, 마지막으로 계속 목적의식을 갖고 삶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매를 겪고 있다면 이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 계속해서 움직이려고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앉아만 있다면 건강을 잃게 될 것입니다. 뇌의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참가자3
“제가 이곳에서 길을 잃었었습니다. 나무가 더 많았었고 그날 매우 더웠습니다. 어쩌면 너무 더운 날씨 때문에 제가 길을 잃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두 번 길을 잃었는데요. 밴쿠버 시장 투표를 하러 가는 길에 길을 잃었고, 아주 더운 여름날 길을 잃었습니다. 원래 가야 하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버렸습니다. 제가 길을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모든 것이 달라 보였습니다. 여기 원래 있던 나무도 없어졌고, 길을 잃어서 너무 긴장되었습니다. 무조건 달렸고 달리다 보니 제가 익숙한 표지판이 나왔습니다. 그 표지판을 보고 ‘아 이제 집에 거의 다 왔다’라고 느끼고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여기에 나무가 매우 많았는데 이제는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길을 잃어버린 적도 많습니다. 또 공원에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편리합니다. 예전에는 화장실을 많이 갈 필요가 없었지만, 요즘에는 자주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제가 두 번이나 길을 잃었기 때문에 상황이 계속 악화될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표지판이 명확하게 있어야 합니다. 버스 정류장에 지붕도 있는 것이 좋습니다. 또 쉼터도 함께 있으면 좋습니다. 특히 거리에 있는 형광색 표시로 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노란색으로 표시가 된 부분이 제가 어디 있는지 알려줍니다. 하지만 인도가 울퉁불퉁하고 균열도 있는 경우가 많아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저도 최근에 몇 번 넘어진 적이 있기 때문에 가는 방향을 기억하면서 조심히 걸어야 합니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옆길로 자전거를 탑니다. 자전거를 타고 굉장히 빠르게 달려오기 때문에 다른 길로 비켜야 합니다. 한 번은 제가 치일 뻔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길을 갈 때는 왼쪽으로 계속 가야 함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북미의 국가들은 도로가 주로 운전자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보행자 중심이 아닙니다. 제가 돌봄 제공자가 없을 때는 길을 잃을까 봐 항상 걱정합니다. 하지만 카트를 이용하면서 조금 안심이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바닥에 구멍이 파인 부분을 잘 피해서 가야 합니다.”
이러한 동영상을 통해서 우리는 느끼는 바가 많다. 많은 지자체는 계속 지속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러한 지속 가능성 위원회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접근 가능성에 대한 것만 아니라 안전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 지속 가능성 위원회를 조성한다면, 그리고 지자체 차원에서 조성한다면, 도시에서 포용적인 지역 사회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어떤 비즈니스 측면이나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우리가 정당한 명분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지원 인프라 그리고 건강의 연관성을 생각한다면, 건강 성과라고 하는 것은 거리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리고 가족이 치매를 겪고 있을 때 좀 더 안전한 것이 정치적으로나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연결된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단순히 치매나 다른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 협의 또 참여형 기획 과정이 필요하다. 탑다운이 아니라 바텀업 과정이 필요하다. 지역사회 인원들이 함께 전문가들과 협의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DemSCAPE처럼 어떤 협업 과정이 지속되어야 한다. 나는 DemSCAPE 싱가포르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또 DemSCAPE 독일 프로젝트도 시작하려고 한다. 이러한 국제 협업이 계속되어야 한다. 한국에서도 이런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구글에서 DemSCAPE를 클릭하면 우리가 제공하는 가이드라인 툴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동영상도 볼 수 있고, 모든 검사 툴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또한 e러닝 모듈도 활용할 수 있다.』
2.
서울에서 고령자로 안전하고 활기차게 생활하기 : 초고령사회에서의 공간적 이슈 찾기
(Activity Space of Older Adults in Seoul: Finding Spatial Issues in a Super-aged Society)
강범준 교수(서울대학교)강범준 교수는 오늘 포럼에서 고령자에 대한 여러 연구 사례에 관해서 발표하면서, ‘조금 더 우리가 함께 고령자 문제에 관해서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서로의 생각과 견해를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 특히 지금 한국 사회는 커다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인구 구조가 바뀌는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머지않았지만, 그에 대한 대응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강범준 교수는 그런 측면에서 오늘의 발제가 초고령 사회를 맞이하면서 겪게 되는 공간 문제, 건축 문제에 대해 어떻게 고민하면 좋을지 자신의 견해를 펼쳤다.
『현재 대한민국은 고령 사회이고, 한두 달 지난 내년도에 65세 이상의 인구가 20%를 넘어서게 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그리고 한국은 가장 늙은 국가가 된다. 현재는 일본이 가장 늙은 국가인데, 2050년이 되면 당당히 한국이 1위가 되는 셈이다. 사실 2050년에는 1% 포인트 차이로 홍콩이 1등이지만, 홍콩은 도시 국가이므로 현재 없었던 순위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한국이 초고령 사회를 뚫고 나가서 고령자 40%가 되는 상황이다. 물론 2050년이 되면 나 또한 40% 안에 포함된다.
문제는 그동안 없었던 우리나라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다. 더군다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속도가 얼마만큼 빠르냐 하면, 14%의 고령자가 있었던 사회에서 20%의 고령자가 있는 사회, 즉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가 되는 것이다. 20%를 뚫는 데 우리나라가 고작 7년밖에 안 걸렸다. 특히 OECD 국가는 평균 21년인데, 뭐든 ‘빨리빨리’를 외치는 우리나라는 7년 만에 스코어를 뚫어버린 것이다. 그만큼 아주 빠르게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또 다른 문제점 중 하나는 지금 저출산과 맞물려서 고령화 지수(Aging Index)가 65세 이상의 인구를 청소년의 인구로 나눴을 때, 청소년 1인당 노인 두 명이 있게 되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매우 비관적인데, 정작 우리는 얼마만큼 준비하고 있는지 봤을 때 그냥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그다음은 하필이면 고령자의 빈곤율이 또 전 세계 1위라는 사실이 또 문제다. 고령 인구의 40%가 빈곤선에 위치한다. 빈곤선이 중위 소득의 50%인데, 우리나라가 지금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노인이 많다고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가난하지는 않은데, 하필이면 우리나라는 가난까지 겹친 상황이다. 특히 고령층 그리고 빈곤층을 우리 사회가 곧 맞이하는데, 가급적이면 어떻게 이 문제를 맞이할 것인지 지금부터라도 고민해 봐야 한다. 더군다나 이 많은 고령층이 또 혼자 산다. 고령층의 40% 정도가 작년 기준으로 혼자 살고 있고, 이 고령층 중에 혼자 사는 비율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이게 다 맞물린다면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특히 외로움, 사회적인 고립, 가난, 그러다 보니 당연히 건강하지 않고 삶에 대한 만족도까지 떨어지게 된다. 이 상황을 어디서든지 끊어줘야 하는데, 지금도 오고 있고, 이미 닥친 것 같고, 앞으로는 더 심각해질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심각하게 여러 가지 정책 연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나의 그림을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WHO에서 2007년도에 연령 친화적 도시 주제 영역(Age Friendly City Topic Areas)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다이어그램으로 8가지 도메인이 그려져 있다. 연령 친화적 도시(Age Friendly City)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영역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물리적인 도메인도 있고 비물리적인 도메인도 있는 것이다. 하우징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사회 참여라든지, 사회적인 포용 등이 다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데, 자칫 우리는 때로 물리적인 것에 포커스를 맞출 때도 있고, 비물리적인 것에만 포커스를 맞출 때도 있다. 사실 대한민국은 둘 다 준비되어 있지는 않은 상태다.
예전에 강북구 송중동에 현장 조사를 나간 적이 있다. 이것도 고령 빈곤에 관련된 프로젝트였다. 나는 우연치 않게 휠체어에 탄 노인을 한 여성이 밀고 가는 모습을 사진을 찍으면서 따라갔다. 아마 어머니를 모시고 가는 딸인 것 같았다. 병원에서 나온 후 골목 뒤로 한참 들어가서 집으로 가는데, 정말 힘겹게 밀고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대문 문턱이 높아서 결국에는 휠체어에 앉아 계신 노인이 직접 일어나서 벽을 짚고 걸어서 가는 것이다. 도로포장 상태도 훌륭하지가 않고 배달 오토바이도 많이 지나다녔다. 그런 모습을 봤을 때 ‘참 준비가 안 되어 있구나. 물리적인 환경이 문제가 많구나’라고 느꼈다.
또 한 가지 사진은 홍제역 안이다. 홍제역도 노인들이 되게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홍제역에서 노인들을 봤을 때 엘리베이터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그 앞에 놓인 긴 교회 의자에 그 누구도 앉지 않았다. 긴 교회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다리가 불편하신데도 서서 기다리고 계신 것이다. 그 이유는 자칫 앉아서 기다리다가 자기 순서에, 엘리베이터에 못 오를까 봐 불안한 마음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하드웨어가 설령 준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운영하는 소프트웨어가 없는 것이다. 만약에 이분들이 순서대로 타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면 마음 편하게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데, 그런 합의가 없어서 불안한 마음에 아무도 앉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운용 방식에 대해서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황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우리나라도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4년 전에 개인적으로 서울연구원에서 수행했던 연구가 있다. 이 연구의 제목은 ‘서울시 고령인구 밀집 지역 사회 공간적 특성과 근린 환경 개선 방향’ 연구인데, 나 역시 한 파트를 맡아 현장 조사 연구를 수행했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대부분 고령자가 어디에 사는지 밝혀내고, 앞서 보여드린 홍제동이나 송중동 같은 곳에 찾아가서 공간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 그리고 공간 환경을 고령 인구 측면에서 평가하는 사업 등을 많이 한다. 사실 이 프로젝트도 그것을 위한 기초 연구였다. 처음에는 오피셜한 퍼블릭 데이터를 사용해서 고령 인구의 위치를 찾는다. 그리고 그분들의 공간 환경을 보는데, 지금까지 밝혀낸 것들 대부분 ‘이분들의 주거지가 굉장히 고착화되고 있다. 그래서 서울에 동부권이나 서부권에 고령 인구들이 점차 쌓이고 있고,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고령 인구 관련한 어떤 복지 수요, 공간 수요 등을 공급해야 한다.’ 등의 정책 연구를 많이 하고 있었던 상황이다. 사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시작점에서 데이터의 이미테이션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곳에 주민등록상 인구가 많다고 하는 것은, 정말로 노인들이 많이 사는 것인지, 그리고 복지 수요를 일으키시는 분들이 실제 여기에 살고 계시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맞다’는 가정하에 ‘한 번 찾아보자’는 식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정부 데이터(Government data)를 그냥 쭉 쓰고 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에는 다행히 새로운 데이터 소스가 나오면서 조금 더 타겟팅된, 조금 더 맞춤형(Tailored)으로 우리가 알고 싶은 포커스 그룹을 찾아내는 연구를 쭉 하고 있다. 이번 서울연구원에서 수행한 연구도 이에 해당된다. 앞서 언급한 연구는 내가 같이 참여했지만, 앞으로 소개될 연구는 내가 참여한 것은 아니고, 2년 전에 나온 발표문이다. 프라이버시상조금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감행한 연구인 것 같다. 무엇이냐 하면, 복지의 사각에 숨어 계신 혹은 나오지 않으시는 노인들(노인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다 찾는 건데)에게 무슨 복지 수요가 필요한지,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찾아내는 것이다. 이제 이런 부분은 정부의 공식적인 데이터에 나온다.
그런데 한국에는 좀 특별한 데이터가 있다. SKT는 한국에서 가장 큰 모바일 통신 회사인데,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냐 하면, 일단 소득을 추정하기 위해서 소액 결제 사용 여부를 활용한 것이다. 대체로 그다지 소액결제를 많이 쓰지 않겠지만, 크레딧 카드가 없는 사람들은 좀 많이 쓴다고 한다. 특히 신용카드가 막히거나 소셜미디어를 많이 안 쓰고, 전화 통화를 안 하는 이들은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구나’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나이 정보까지 알 수 있기에, 아마도 이들(가난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인)을 찾아내는 시범 연구를 한 것 같다. 실제로 나는 이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기에 이후에 어떤 추이로 적용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시도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물론 프라이버시 부분에서 조금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양날의 검인 것 같다. 잘 찾아낼 수는 있지만, 그러다 보면 이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은, 조금 위험한 일도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또 앞서 서울연구원에서 했던 것과 더해서 한국의 핸드폰 데이터에 조금 놀라운 것이 하나 있다. 핸드폰 요금제 중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정보가 들어가 있다. 그러니까 저소득층을 위해서 주는 요금제라 할 수 있다. 그분들의 핸드폰 요금제를 추적하면 저소득층의 활동 공간을 알 수가 있고, 또 나이 정보까지 겹친다면 이제 고령자들의 활동 공간을 알 수가 있다. 이런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유는, 내가 최근에 한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서부터다. 이 부분의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하나의 지도를 보여드릴 텐데, 이 지도는 앞서 말한 핸드폰 데이터로 저녁 10시부터 새벽 3시에, 2기 노령인 75세 이상 분 중에서 기초생활 수급 데이터 플랜을 쓰고 계신 분들을 표시해 놓은 일종의 푸드 스템프 지도(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현지 저소득층 식비 지원 제도)라 할 수 있다. 사실 65세 이상의 1기 노령은 굉장히 액티브한 만큼,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노인이라고는 하지만 이제는 뒤로 물러난 것 같다. 그래서 75세 이상의 분들만 타깃으로 했으며, 그분들이 밤에 어디에 많이 살고 있는가를 익명화 문제 때문에 각각의 포인트로는 볼 수가 없고, 250m 바이 250m 그리드 안에 에그리게이션(aggregation)을 해서 익명화를 시킨 데이터를 우리가 구했다. 이제 밤의 거주지를 추정하는 지도를 그린 것이다. 특히 외곽의 임대 아파트는 굉장히 높게 나와서 그 부분은 살짝 지우고, 임대 아파트가 아닌 비임대 아파트 중에서 어디에 많이 살고 계시는지를 우리가 한번 찾아본 지도라 할 수 있다.
이를 넘버링으로 표시했다. 사실 그렇게 바람직한 내용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며, 1번이 은평구에 많이 살고 계시고, 2번은 아마도 영등포 쪽방촌으로 의심된다. 3번은 조금 놀라운데 우리 서울대학교 근처였다. 예전에는 그곳이 고시촌이었는데, 각종 고시가 폐지된 뒤, 고시원이 남아돌게 되었다. 결국 고시촌은 법적으로 주택이 아닌 비주택이어서 어쩔 수 없이 ‘값싼 월세’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난한 노인들이 거기에 살게 되면서 노령 인구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 내용은 KBS1 ‘시사기획창’에 방영이 되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소외된 노인분들의 위치를 리얼 타임으로 알아볼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얻은 결과는 앞서 서울연구원에서 진행했던 공공 데이터로 찾아낸 거주지와는 좀 다르다. 나는 이게 훨씬 더 정확한 것 같다. 앞서 서울연구원에서 했던 연구는 당시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에 반해 이번 프로젝트는 정확하게 타겟팅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중에 좀 익숙한 지역을 살펴보고자 하는데, 아파트 용적률이 200에서 250%이면 약 1000세대 정도가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정도 그리드면 1000세대 정도가 살아야 하는데, 가난한 노인분이 2,348명이 살고 있다. 이 지역은 탑골공원 옆 돈의동 쪽방촌이다. 그곳에 가난한 노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 그래서 좀 슬픈 이야기인데, 숫자까지 우리가 대략적인 추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1천 세대 정도가 들어가는 셀 안에 가난한 노인 2,348명이 산다는 것은, 나로서는 굉장히 높은 수치였다.
또 다른 지도는 보통의 노인들, 그러니까 저소득층이 아닌 노인들의 실제 활동 공간을 한번 겹쳐본 것이다. 빨간색은 거주지가 조금 더 밀도가 높은 곳들로 밤을 표시해 둔 색이고, 초록색은 낮을 표시한 색이다. 그래서 주거지를 보면, 강남의 테헤란로나 강북의 종로였다. 이곳은 가난한 분들이 사시는 곳이 아니다. 이것을 보여준 이유는 소외된 노인들이 사는 주거지와 비교하기 위함이다. 직관적으로 보면 가난하지 않은 분들은 넓게 퍼져 산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집 가까운 곳에서 활동하는 것 같다. 그런데 조금 형편이 어려우신 분들은 임대 아파트를 포함해서 서울 외곽에 몰려 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바깥에 모여 살고 활동은 더 안에서 한다는 것이다. 그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앞서 내가 참여했던 서울연구원의 프로젝트 ‘서울시 고령인구 밀집 지역 사회 공간적 특성과 근린 환경 개선 방향’을 조금 더 설명하자면, 두 개의 인터레스트(Interest) 사이트를 골라서 현장 조사를 했었다. 홍제3동과 송중동인데, 실제로 조사하다가 우리가 아이디어를 낸 것은, 너무 지도로만 보니 잘 모르겠기에, 학부 학생들과 참여 관찰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인터뷰까지는 아니지만 좀 관찰하면서 퀄리티티브(qualitative) 한 연구를 했었다. 그래서 실제로 노인분들을 관찰하는데 뒤에서 따라가면서 이분들이 겪고 계신 어려움이 무엇인가를 매핑하는 작업을 했었다. 40명의 노인을 쫓아가면서 안전성 문제를 체계적으로 알아보는 정성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끝나고 나서 학생들 4명과 함께 모여 회의하면서 공통적으로 나온 사실을 보고 다들 놀랐다. 그것은 노인분들이 정말 자주 앉았는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앉았고, 생각보다 너무 느리게 걷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를 발견한 것이 나에게는 큰 소득이었다.
그래서 이것에 관련된 정책 연구도 하고, 지자체가 어떤 가이드라인도 만들고 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이것과 관련된 정책이 없는지 찾아봤다. 일본에 혹시 이것과 관련한 정책이 없는지 살펴봤더니, ‘앉고 싶은 마을 만들기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이었다. 도쿄의 세타가야, 즉 도쿄시의 디스트릭트인데, 여기에 ‘앉고 싶은 마을 만들기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그래서 구글의 도움을 빌려서 내용을 살펴봤더니, ‘벤치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어떤 공공 시설물 앞에 기다리는 장소나 앉는 장소를 만들어야 하는가?’ 등에 대한 사례들을 많이 해놓았다. 나는 이게 정말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공공기관이 이런 점에 관심을 두는 것 자체가 되게 좋은 것 같다.
그리고 홍제3동과 송중동에서 조사하면서 알게 됐는데, 길을 가다 보니 접고 펼 수 있는 조그마한 의자가 신호등 폴대에 붙어 있더라. 찾아보니 ‘장수 의자’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2020년에 우리가 조사할 때 찍은 사진인데, 궁금해서 찾아보니 스토리가 너무 좋았다. 조금 미화된 부분도 있겠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니 2019년에 남양주에 어떤 경찰관이 배치되었는데, 그곳에 고령자 무단횡단이 많았다. 그래서 경찰관이 노인복지센터에 찾아가서 “할머니, 할아버지 왜 이렇게 무단횡단을 많이 하세요?”라고 물어봤더니, 노인들이 “아, 내가 무단횡단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신호등을 기다리면 너무 다리가 아파서 못 기다리는 거야. 그래서 무단횡단을 한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후 경찰관은 자비를 들여 실험용 의자를 설치해 봤는데, 무단횡단 횟수가 줄어든 것이다. 이후 건의한 결과, 여러 지자체에서 곳곳에 ‘장수 의자’를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한국일보에 나온 내용이다. 나는 이 경찰관을 보면서 ‘이분이 진짜 연구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문제를 찾고 데이터를 모아서 발견한 다음, 실험하고 솔루션을 낸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증거 기반 연구’의 최고 사례 아닌가 싶다. 정말 너무 배울 점이 많다. 되게 소소하지만, 효과는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앞서 언급한 홍제3동과 송중동에서 했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우리는 ‘앉을 곳이 부족하다. 도시 환경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하면서 학생들과 동네 점수를 매겼다. 그리고 이를 유형화하여 실제로 개선안들을 마련하는 작업을 했었다. 물론 다 될 수는 없겠지만, 이런 것들을 만들어 가면 좋을 것이고, 이것을 만들어내는 어떤 프로세스를 정책적으로 고민해 주기를 바랐다. 그리고 대다수의 지자체에서 이런 일들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 한국에서 고령자와 관련한 지표들이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주 좋아지고 있다. 예를 들면 범죄에 대한 공포심, 그러니까 불안하다고 느끼는 것은 6년 사이에 43%에서 28%로 떨어졌다. 물론 여전히 높지만, 차츰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 고령자 통계에서 여전히 많은 분이 돌아가신다. 고령자의 무단횡단은 빈번히 일어나지만, 전보다 많이 줄었다. 그리고 이게 계속해서 좋아질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가 이제는 정책 우선 과제(policy priority)를 조금 바꿔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고령자가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동 기간 좋아지긴 했지만 아주 미비해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거주 환경에 대한 만족도도 조금 좋아졌다. 나는 이게 어느 정도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이제 잘살게 되면서 아주 기초적인 것들은 좋아지고 있는데, 행복하게 하는 면은 조금 부족하다고 본다. 이런 해피하게 하는 것 중 ‘장수 의자’와 같은 작은 아이템이 시작일 수가 있다.
한 가지 사례로 서울시 미아 사거리역에는 전동 휠체어 충전기가 있다. 노인들은 집에서부터 미아사거리 전철역까지 전동 휠체어를 타고 이곳에다 대놓는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다른 데 갔다 오시는 것이다. 나는 이게 왜 필요할지 생각해 봤는데, 이 동네에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렇게 무거운 전동 휠체어는 집 안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골목길에 빼놓는다. 그리고 집에서 코드를 길게 빼서 충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이런 사소한 불편함을 줄이는 방안들이 작은 일일지라도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일이라면 굉장히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이제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고령자분들이 실제로의 활동 공간, 즉 액티비티 스페이스를 좀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안 됐는데 이제는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어서 조심스럽게 한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오르막길 옆에 계단이 있는데, 허리가 구부정하신 할머니와 건강하신 할머니 모두 계단을 이용하지 않았다.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런 부분에 대한 행태 연구도 필요할 것 같다. 또 이분들이 어떻게 이동하시는지도 알아야 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내가 기초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들이 사실 정책 연구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건축공간연구원을 비롯한 국가적으로 이런 연구를 좀 많이 해주시면 나 역시 이러한 연구를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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