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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FOCUS] 제3회 디멘시아 심포지엄ARTICLE 2026. 4. 3. 12:53
제3회 디멘시아 심포지엄
『한국에 없는 마을』 출간 기념 강연회
디멘시아북스의 신간 『한국에 없는 마을』 출간을 기념한 제3회 디멘시아 심포지엄이 지난달 디멘시아도서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치매가 있어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한국사회’를 주제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치매 돌봄의 방향성과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한국에 없는 마을』의 저자인 디멘시아뉴스 황교진 편집주간을 비롯해 노태린앤어소시에이츠 노태린 대표,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신수경 박사, 우리동네노인주간보호센터 이혜주 센터장이 연사로 참여했다. 각 발표자는 주제에 맞춰 치매 돌봄과 공간, 사회적 관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했다. 먼저 노태린 대표는 ‘공간은 어떻게 기억을 붙잡는가’를 주제로, 물리적 환경이 치매인의 기억과 일상 유지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이어 신수경 박사는 ‘치매인의 이바쇼(居場所) 만들기’를 통해 치매인이 안심하고 머무를 수 있는 사회적·정서적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황교진 편집주간은 ‘한국에 없는 마을에 담은 새로운 돌봄의 상상’을 주제로, 기존 돌봄 체계를 넘어선 새로운 공동체 모델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이혜주 센터장은 ‘곧 우리 곁에 올 ‘그룬트비’의 희망’을 통해 미래 돌봄 환경에 대한 기대와 방향성을 공유했다. 매거진HD는 이 가운데 노태린 대표와 황교진 편집주간의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주요 메시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취재. 박하나 편집장
‘한국에 없는 마을에 담은 새로운 돌봄의 상상’
_디멘시아뉴스 황교진 편집주간디멘시아뉴스 편집주간이자 도서 《한국에 없는 마을》의 저자인 황교진 작가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노인 1,051만 명, 치매 환자 97만 명 시대에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2044년에는 치매 환자가 200만 명에 도달할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황교진 편집주간 현재 한국의 치매 돌봄은 여전히 가족 희생 중심의 고통스러운 구조에 머물러 있다. 한국 사회는 치매 환자를 대할 때 “어디에 모실 것인가”를 먼저 묻고 있으며, 병원과 유사한 폐쇄적 시설 중심으로 삶의 질보다는 안전과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황 작가는 이제 치매인을 돌봄의 대상이 아닌 ‘삶의 주체’로 보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선진국들은 치매 환자를 시설에 격리하는 대신, 그들도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는 특별한 ‘치매 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발표에서 소개된 해외의 혁신적인 돌봄 공동체 사례는 다음과 같다.
- 네덜란드 호그벡(Hogeweyk): 세계 최초의 치매 마을로, 중증 치매 환자 188명이 27채의 주택에 입주해 생활하고 있다. 병원이 아닌 집과 같은 환경에서 평상복을 입은 직원들이 돌봄을 제공하며, 개별 취향에 따른 7가지 라이프스타일 맞춤 주거를 지원한다. 환자들은 중앙 광장과 슈퍼마켓에서 직접 장을 보고 요리하며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입주 비용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약 80만 원~400만 원)된다, 또한 의료진 개입을 최소화하고 ‘음악 치료’ 대신 ‘음악을 즐기는 삶’을 지향한다. 이밖에도 가드닝, 차 마시기 등의 자율 활동을 장려하며, 마을 내 슈퍼마켓 직원까지 치매 대응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170명의 직원과 140명의 자원봉사자가 안전하게 일상을 지원해준다.
- 프랑스 랑드 알츠하이머(Village Landais Alzheimer): 요양원이 아닌 전통 마을 양식을 따른 친환경 건축 마을이다. 치매 발병 이전의 삶을 존중하여 쇼핑, 극장, 카페 등의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의료 개입을 최소화하고 음악, 예술, 원예, 운동 등으로 삶의 리듬을 찾아주는 것에 집중한 결과, 실제로 약물 사용량이 감소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현재 이곳은 주민 120명, 직원 120명, 자원봉사 120명이 함께 생활하며, 간호사와 상담 심리학자 등도 ‘동료 주민’처럼 어울린다.
- 덴마크 스벤보르 브뤼후셋(Svendborg Bryghuset): 2014년에 시작된 이 마을은 ‘치매가 아닌 사람을 본다’는 덴마크의 복지 철학이 잘 드러나는 곳이다. 한국이 낙상 방지 등 ‘통제 기반의 안전’에 치중한다면, 덴마크는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이라고 보고 있다. 이곳은 자유로운 환경이 오히려 배회를 예방한다는 인식 하에 운영되고 있다. 특히 125세대가 집단 거주하지만, 개별적인 생활이 철저히 보장되며, 의료는 보이지 않게 작동하고 돌봄은 생활 구조 안에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다. 그만큼 지역사회 전체가 치매 돌봄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일본 오무타(大牟田)시: 지역포괄케어를 통해 치매 ‘실종 제로’를 목표로 한다. 도시 전체가 치매 안전벨트로, 특정 '시설'을 넘어, 기존 지역사회를 치매 친화적으로 개조한 훌륭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전 시민이 치매 노인에게 관심을 갖고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도시 전체가 '안심 네트워크'로 기능한다. 또한 초등학교 단위로 지역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학생들에게 치매 이해 교육을 실시한다. 아울러 2년간 400시간 이상의 교육을 거친 ‘인지증 코디네이터’를 양성하여 치매 지원 리더로 활용하며, 정기적으로 ‘치매 환자 실종 모의훈련’도 진행하여 실전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 미국 글렌너 타운 스퀘어(Glenner Town Square): 1950년대 미국 사회를 재현하여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들에게 '회상요법'을 제공하는 데이케어센터 모델이다. 과거의 기억에 머물러 있는 치매 환자들을 위해 1950년대의 거리, 상점, 식당 등을 구현했다. 환자들은 익숙한 과거 환경 속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자존감을 회복한다. 특히 “치료보다 공감, 간병보다 회상”이라는 기조 아래, 비의료적 돌봄과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하여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비약물적 개입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환자를 ‘보호 대상’이 아닌 ‘주민’으로 대우하고, 약물이나 통제보다는 익숙한 일상과 환경의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에서도 네덜란드 호그벡을 모델로 한 치매 마을 조성이 시도된 바 있다. 2018년 용산구는 국·시비 약 47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여 양주시에 치매안심마을을 추진했으나, 행정 소송 패소 등으로 인해 2022년 결국 공식적으로 사업이 무산되고 보조금을 반납해야 했다.
또한, 현판만 걸고 기념사진을 찍는 ‘흉내 내기식’ 치매안심마을 지정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었다. 그만큼 진짜 치매 돌봄은 타이틀 획득이 아니라 지역 현장에서 실질적인 체감 변화가 일어나야 함을 알 수 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지금, 황교진 작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모두 인생의 마지막에 치매를 겪는다. 마지막 삶의 몇 년을 어떤 곳에서 보내고 싶은가?”. 통제와 관리 중심의 ‘병원’이 아닌, 일상과 존엄이 회복되는 ‘마을’을 상상해야 할 시점이다.
‘공간은 어떻게 기억을 붙잡는가’
_노태린앤어소시에이츠 노태린 대표
치유환경 디자인 전문가이자 신경건축학 연구자인 노태린 대표(노태린앤어소시에이츠)의 치매 돌봄의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기억은 정말 뇌 안에서만 사라지는 걸까? 공간과 환경이 기억과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노태린 대표 흔히 치매를 기억 자체가 완전히 지워지는 병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현대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기억은 여전히 뇌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해마와 신경 회로의 손상으로 인해 그 기억에 접근하는 경로(access pathway)가 끊어지는 현상에 가깝다. 노태린 대표는 진짜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억을 어떻게 저장할 것인가가 아니라, “기억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언어와 논리가 실패할 때, 공간이 주는 감각과 익숙함이 기억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공간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치매 환자에게 획일적이고 하얀 복도로 대표되는 ‘병원형 공간’은 낯섦과 혼란을 가중시킨다. 낯선 환경은 뇌의 편도체를 자극하여 만성적인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이는 결국 인지 기능 저하를 가속화한다. 반면, 집과 같은 규모의 익숙한 ‘생활형 공간’은 능동적인 일상인의 역할을 유지하게 돕고 스트레스 반응을 현저히 낮춘다. 신경건축학은 공간 디자인 하나가 때로는 약물 처방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환경이 곧 치료 도구인 셈이다.
그렇다면 치매 환자를 위한 공간은 어떻게 설계되어야 할까? 노 대표는 뇌과학과 건축을 결합한 5가지 핵심 원리를 제시한다.
- 익숙성(Familiarity): 치매 환자에게 낯선 공간은 끊임없는 인지적 부하를 의미한다. 기관적인 느낌을 지양하고, 나무나 천 등 익숙한 재료를 사용하며, 환자 개인의 소품과 사진을 통합해 뇌가 편안함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 인지 가능성(Legibility): 공간이 스스로 말을 걸어야 한다. 막힌 곳 없이 돌아올 수 있는 순환형 경로를 만들고, 시각적 랜드마크와 색채 조닝을 통해 언어적 설명 없이도 위치를 직관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 감각적 정박(Sensory Anchoring): 언어가 끊겨도 감각은 기억에 닿는다. 자연광으로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고, 빵이나 커피 향으로 안정감을 주며, 만질 수 있는 다양한 질감으로 감각을 자극해야 한다.
- 자율성 지원(Autonomy Support): 통제감의 상실은 학습된 무력감으로 이어진다. 위험 없이 걸을 수 있는 안전한 배회 경로를 제공하고, 잠금장치 없는 동선을 통해 선택과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 장소성(Meaningful Place): 물리적 속성만 있는 공간(Space)이 아니라, 정체성과 경험이 담긴 ‘장소(Place)’가 되어야 한다. 내가 누구인지 잊어갈 때, 공간이 그 정체성을 대신 기억해 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 인테리어 트렌드 역시 돌봄을 넘어 공간 전반에 배려와 감수성을 채우는 ‘케어풀(Careful)’로 향하고 있다. 나를 회복시키는 사적인 ‘에고 케어’, 정서적 유대를 나누는 ‘커넥트 케어’, 곡선과 조명으로 안정감을 극대화하는 ‘바이오 케어’가 그 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에고케어(거주공간)’는 안방·거실 등 사적인 공간에 오크·월넛 소재, 아이보리 컬러톤, 부드러운 조도를 활용한 따뜻한 회복의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는 치매 어르신에게 익숙하고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데 직접 적용 가능한 개념이다. ‘커넥트케어(공유공간)’는 라운지·커뮤니티 시설처럼 은은한 조명과 따뜻한 목재톤 마감재가 적용된다. 이는 정서적 유대감을 높이는 디자인으로, 케어시설 내 프로그램 공간이나 가족 면회실 설계에 유용하다. 마지막으로 ‘바이오케어(치유공간)’는 의료·상담공간처럼 흐르는 듯한 곡선 형태와 간접조명이 심리적 긴장을 완화시킨다. 이는 인지 자극을 줄이고 안정감이 극대화된 치매케어 환경 설계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다.
하지만 노태린 대표는 치매 환자를 위한 공간 설계가 반드시 거대한 건축 프로젝트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집안 구조를 딸과 엄마가 서로 마주 보며 요리하고 약을 챙겨줄 수 있는 따뜻한 대면형 주방으로 바꾸는 것, 엄마 방에 가장 예뻤던 시절의 사진을 걸어두는 것, 익숙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는 것 등 일상의 작은 변화가 곧 신경건축학의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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