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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COLUMN] 닫힌 세계에 빛과 문화가 스며든 헬스케어 문화공간volume.46 2024. 5. 2. 20:22
닫힌 세계에 빛과 문화가 스며든 헬스케어 문화공간
구로 예수수도회 피정의 집이번 프로젝트는 기존의 오래된 예수수도회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수녀원과 피정의 집 기능을 한층 업그레이드하여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특히 수녀원을 축소시키며 기존의 한 층이었던 피정의 집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피정자들의 영적인 성장을 도모하고자 정서적인 안정감과 편안함이 깃든 힐링의 장소로 변화를 꾀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노태린 대표는 예수수도회 수녀님들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예전에 사용되었던 가구나 소품만을 남겨둔 채, 마감의 정교함과 심미성을 갖춘 조명, 소재를 통한 완급조절, 미리 계산된 외부 풍경의 유입, 각 층별 키포인트, 하이라이트 공간 등으로 모던하면서 지적인 무게감이 깃든 결과물을 완성해 냈다. 그중에서도 바리솔 조명을 비롯해 천연 흙으로 만든 아트월과 스테인드글라스는 전혀 다른 소재, 전혀 다른 이질적 특성을 이루지만,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적 상징성이 반영된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버려져 있던 공간을 피정자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에서 공간의 재생, 공간의 문화적 아이덴티티가 깊게 담겨있다.
글. 박하나 편집장
사진. 박희진
발주처. 예수수도회 (http://www.maryward.or.kr/)
공간디자인 설계. 노태린앤어소시에이츠 (https://noh-and.co.kr/)
시공. 양대이엔지, 에이피디자인
스테인드글라스. 미카엘 박정석
특수자재. 토로라이프, BMS코리아1. 간접적인 빛의 효과를 극대화시킨 경건한 장소_ 지하 1층
영성센터 로비 공간
지하 1층으로 들어오면 입구 부분에 방풍실이 등장하며, 본격적인 내부의 시작점을 알린다. 이후 또 하나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한쪽에 응접실처럼 손님맞이 공간이 마련되었는데, 이곳은 영성센터 로비 공간이다. 우드 질감의 벽면과 바닥으로 분리감을 준 영성센터 로비 공간은 보는 순간, 따스함과 아늑한 분위기가 감돈다. 벽을 따라 조성된 우드 좌석 역시 일체감을 이루며, 유리 벽 앞 갈대 오브제와 묘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특히 공간은 작지만, 각기 다른 조명으로 포인트를 준 점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같은 우드 질감의 디자인 조명, 벽면에 적용된 바리솔 조명, 벽부등은 치밀하게 계산된 조도로 절대 부딪히지 않게 했다.
기도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자 가장 공을 많이 들인 곳은 바로 기도실이다. 기존에는 천장이 낮고 창문마다 오래된 한옥의 격자무늬로 디자인되어 있어, 기도실의 경건함을 전혀 느껴볼 수 없었다. 또한 공간이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전체적으로 어두워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천정에 동일한 원형의 바리솔 조명을 설치해 기도실 중앙으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천정에는 원형 돌기 모양의 조명을 설치했는데, 배관을 피해서 설치하느라 무척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이로 인해 탄생된 공간은 마치 원형의 하늘을 상징하는 듯 좁은 천정이 넓고 크게 확장된 모습이다. 특히 바리솔조명은 빛 투과율 70% 정도로 간접적인 빛의 효과가 극대화되어 은은하고 온화한 공간의 분위기를 끌어내기에 탁월했다. 더욱이 원형의 천정 조명을 중심으로 돌기 모양의 라인 조명이 덧대어져 그 효과는 배가 되었다. 그만큼 바리솔 조명은 이번 프로젝트의 첫 번째 키포인트였다.
창문 앞에는 공간의 모습대로 라운드형의 가벽이 곳곳에 배치되었는데, 천정에서 보면 마치 꽃 모양처럼 퍼트려져 있다. 가벽은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차단함과 동시에 개인별로 기도하는 피정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한 선택이었다. 이로 인해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 밖에 창문 앞 라운드형의 가벽에는 수납공간이 마련되었는데, 옷을 걸거나 소품을 놓을 수 있게 디자인되어 편리함까지 더해주고 있다. 기도실에 마련된 의자는 예수수도회가 독일 뮌헨-님펜부르크 관구에서 진출하여 성장하고 발전한 만큼, 독일의 정통성이 깃든 의자를 놓기 위해 3개월간 기다려서 받은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 중심의 헬스케어의 가치가 반영된 공간임을 알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두 번째 키포인트는 벽에 그려진 벽화, 아트월이다. 재단 뒤에 설치된 벽면 역시 가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십자가 형태의 벽면이 인상적이다. 토로라이프의 천연 흙으로 연출된 벽은 흙 자체의 거친 질감으로 십자가를 표현해 고급스러움을 더해주고 있다. 일반적인 장식품이 아닌 자연의 질감을 그대로 벽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무척 신선하게 다가온다.
식당 공간
식당은 기존에 있던 싱크대나 아치 형태의 라인은 그대로 살려둔 채 주방 공간을 벽으로 구획하여 동선을 줄인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중앙에 뷔페식으로 돌아가면서 먹을 수 있도록 아치 형태의 가벽을 두어 배식대를 배치했으며, 양면에 알코브 선반을 만들어 옆에 기둥과 통일감을 주면서 수저, 접시 등 수납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했다. 중앙 배식대 위에는 3개의 디자인 조명으로 공간에 위트감마저 더해주었다.
휴게 공간
휴게 공간은 창 앞에 테이블과 의자를 두었으며, 안에서 바깥을 바라볼 수 있게 벽돌로 담장을 쌓아 올려 연출했다. 이곳은 모든 의자가 창문을 바라볼 수 있는 방향으로 놓였으며, 조용히 은신하거나 기도할 수 있도록 개인 칸막이 형태의 푹신한 소파를 마련했다. 그만큼 이곳에서는 피정자들이 말하지 않고 조용하고 경건한 시간을 보내기에 최적의 장소로 꾸며져 있다.
2. 벽화와 스테인드글라스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예술적 공간_ 1층
기도실
이곳은 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마련된 기도실이자 전시 공간이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벽화로 그려진 창립자 메리 워드(Mary Ward)의 모습과 글귀이다. 글귀에는 “가난한 이를 사랑하고 그 사랑에 머물며 그들과 함께 살고, 죽고, 부활하는 것이 삶의 모든 것이었던 메리워드”라고 새겨져 있다. 그만큼 예수수도회는 영국인 메리 워드(Mary Ward 1585~1645)가 1609년 창립한 최초의 여성 활동 수도회라 할 수 있다. 메리 워드는 종교개혁 이후 핍박받고 있는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을 북돋는 일과 함께 당시 소외 계층이자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들을 위해 스페인령 플랑드르에서 처음으로 소녀들의 교육을 실시한 여성 교육의 선구자였다. 이에 벽에 그려진 메리워드의 모습은 한국에서 걸어온 여정의 발자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그림은 수녀님들이 메리워드의 모습이 담긴 그림 도안을 찾아내어 벽에 새긴 것이다. 토로라이프의 흙벽에는 원목의 붙박이 좌석이 길게 배치되었으며, 반대쪽 역시 손 모양의 벽화가 새겨져 있다. 바닥은 두 가지 톤으로 적용되었으며, 마치 메리워드의 길을 유유히 따라가는 듯 물결 모양의 시선감을 주고 있다.
복도
이번 프로젝트의 세 번째 키포인트는 벽에 장식된 스테인드글라스다. 앞서 기도실에 이어 복도에는 다채로운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돋보이며, 기존 성당에 있었던 작품들을 다시 재활용해서 사용했다. 특히 이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든 작가는 이미 돌아가신 상태로, 그의 딸이 와서 직접 마무리한 작품이다. 그만큼 의미가 깃든 예술작품은 안에 조명을 심어 어두울 때 더욱 빛나는 고유한 예술성을 보여준다. 그만큼 경건하고 거룩한 예수수도원의 분위기는 은은하면서 정교한 스테인드글라스와 어우러져 작지만, 강한 상징성을 드러내고 있다.
식당 공간
1층의 식당 공간은 기존의 주방 도구를 그대로 사용한 채, 밝고 화사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천정은 바닥 라인과 같은 라운드 형태로 단차감을 주었으며, 곳곳에 원형 테이블을 설치했다. 특히 조리도구가 있는 또 다른 주방은 무빙월을 설치하여 문을 열면 식당으로, 문을 닫으면 강의실로 사용이 가능하다. 그만큼 다목적 공간으로서 기능구현의 힘을 발휘한 점이 돋보인다.
카페 공간
이곳 카페는 수녀님이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전면 창을 통해 채광이 내부 깊숙이 들어온다. 전체 우드 테이블과 의자로 안락한 쉼터가 되고 있다. 특히 테이크아웃을 위해 한쪽 창문은 폴딩도어로 편리함을 더해주었다.
3. 버려진 곳을 명소로 바꾼 공간의 하이라이트_ 3층
프로그램 공간
이곳은 기존의 천정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각진 천정의 모습이 조명에 의해 한층 입체감 있게 살아난 모습이다. 프로그램 공간은 수녀님과 피정자의 화합의 장소이자 다목적 공간으로 아늑하면서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도서관
이곳은 기존의 버려진 책장들을 아치형의 가벽을 통해 일률적으로 배치하여 마치 도서관의 오래된 서고를 보듯이 밀도 있는 간격을 주면서 안정감 있게 잘 짜여진 모습이다. 특히 기존의 누다락으로 버려진 창고 공간이 현재는 구로 예수수도회 피정의 집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된 만큼, 이번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서고에는 메리워드의 역사가 담긴 서적과 일반 서적, 수도원 관련 서적 등 다양한 책들이 배치되었으며, 곳곳에 마련된 쉼터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현재 피정자들이 예수수도회에서 꼭 즐겨 찾는 코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만큼 이번 공간은 그동안 닫혀있는 수도회를 개방적으로 오픈하면서 활발한 봉사활동과 함께 지역 주민들과 소통의 창고 역할을 해낸 성공적인 공간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4. 자연 속에서 만끽하는 안락한 휴식 공간_ 외관 및 테라스
이번 프로젝트는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역시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그동안 피정의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성당 도어를 통해서 가야 했지만, 피정의 집 1층 카페로 갈 수 있는 다리를 새롭게 만들었다. 이후 피정자들이 편하게 외부와 오고 갈 수 있게 됐다. 또한 지하 1층 테라스 공간은 선큰 가든으로 연출했으며, 라운드형의 데크 좌석과 야외 의자에 앉아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이번 구로 예수수도회 피정의 집은 외부 공사는 별도로 크게 진행되지 않았지만, 내부 공간에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데, 처음 설계 사무소 검토 시 증축 형태로 진행될 뻔했다. 하지만 노태린 대표의 최적화된 동선계획을 반영하여 엘리베이터 위치를 최소한 건물의 구조에서 크게 바꾸지 않는 곳으로 정하여 공사함으로써, 공사비 절감과 무리한 구조변경 없는 부분 리모델링 공사로 진행된 사례이다. 이는 오래된 건물 리모델링의 디자인 설계가 매우 중요한 노하우가 되었으며, 건축의 과정 역시 디자인 설계자와 시공업체 그리고 다양한 협력사들과 끊임없는 소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특히 수녀님들이 몸소 헌신하시면서 사람들의 관계를 조율하며 이끌었던 협의와 소통으로, 이번 구로 예수수도회 피정의 집은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서로 간의 존중으로 이루어진 최선의 결과물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글. 박하나 편집장
사진. 박희진
발주처. 예수수도회 (http://www.maryward.or.kr/)
공간디자인 설계. 노태린앤어소시에이츠 (https://noh-and.co.kr/)
시공. 양대이엔지, 에이피디자인
스테인드글라스. 미카엘 박정석
특수자재. 토로라이프, BMS코리아'volume.46'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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