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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의 파인다이닝] 의료사건 전문 조우선 변호사volume.06 2020. 12. 30. 14:43
'의료전문 변호사' 자격 취득,
의료사건 전문 조우선 변호사
“신경외과 전문의 아버지 덕분에 자연스럽게 보건 의료 분야에 흥미 느껴”“보건 의료정책 및 법령 개정안,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용역 다수 진행으로 타 변호사와 차별화된 아이템 만들어”
10년 이란 시간 동안 매주 병원 실무자 대상 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여러 병원의 애로사항을 접한다. 교육에 참여하는 병원장과 직원들의 애로사항은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환자의 컴플레인 처리, 두 번째는 직원관리다. 얼마 전에도 모 병원 실장님이 수술이 잘 된 환자가 다짜고짜 내원해서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재수술을 원하면서 재수술을 안 해 줄 시 ‘소송을 걸겠다’며 심하게 컴플레인을 했다고 하소연을 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의료분쟁 관련 문의나 상담 건수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1.1% 증가했고, 의료분쟁 조정•중재 건수도 14.3% 늘었다고 한다. (청년의사, 김은영, 의료사고 늘자 분쟁도 껑충...‘의료배상책임보험’해결책 될까, 2020.07.24.)
그래서 2016년 대한 변호사협회 '의료전문 변호사'자격을 취득한
의료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조우선 변호사(사법연수원 41기)를 만났다.의료전문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의료전문 변호사’라 하면 주로 ‘의료사건’만 중점적으로 다루시나요?
“그렇진 않아요. 의료과실로 인해 생기는 사고에 대한 사건만 하는 건 아니에요. 병원에서 생기는 임대차, 병원의 노무나 근로계약이 잘못되거나 하는 부분, 병원 설계가 잘못되었을 때 거기에 대한 분쟁이 생기는 것도 하고, 공공기관 병원에서 하는 연구 관련 계약서 검토, 원장님들의 상속 관련 등 일 자체는 정말 다양한데 대부분의 고객들이 의사 아니면 환자일 뿐이지 사실 하는 업무는 크게 구분을 두고 있지는 않아요.”
말씀하신 다양한 업무 중에서 변호사님 적성에 맞거나 재미있는 일은 어떤 건가요?
“저는 사실 소송보다 자문이 재미있어요. 보통 병원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제서야 어떤 변호사가 일을 잘 하는지 물어 물어서 오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것보다는 평소에 병원에서 ‘우리는 궁금하거나 답답한 일이 있을 때 물어볼 수 있는 정기적인 자문 변호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미리 자문 변호사를 두셨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필요할 때마다 미리 연락을 주셔서 정기적인 자문을 하면 분쟁이 생기기 전에 해결을 해 드릴 수 있는데 이게 어떻게 보면 비용 면에서 훨씬 낫거든요. 생각보다 원장님들이 계약서를 안 쓰신 상태로 분쟁이 생겨서 오시는 경우가 꽤 있어요. 그때마다 ’미리 한번 자문을 받아 보셨으면 계약서를 이렇게 안 쓰셨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그래서 저는 분쟁 해결보다 분쟁 예방 쪽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이 분야로 진로를 정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아버지가 신경외과 전문의라 어렸을 때 첫 번째 여자 신경외과 전문의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부가 너무 어렵고 잘 안 맞더라고요. 오히려 법대가 더 잘 맞다 생각해서 법대를 갔는데 나와서 무슨 일을 할까에 대해서는 연수원 수료할 때쯤에 고민을 시작했어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쪽이 뭘까?’, ‘내가 재미있을만한 분야는 뭘까?’, 그리고 ‘몇 년 후에 내가 변호사로서 독자적으로 개업을 하더라도 망하지 않을 게 무엇일까?’생각을 하다 보니 제 전문분야를 하나 가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보건 의료 분야로 진로를 정했는데, 그 이유는 아버지를 보면서 친숙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흥미를 가지게 됐고, 남들이 쉽게 선택하지 않는 분야라 의료분야에서 일해 보는 것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처음부터 환자 사건 많이 하는 법인에 들어가서 일을 했는데 다른 사건보다 환자 사건이 많이 지치더라고요. 왜냐하면 의료사고에 대한 손해배상 사건은 승소율이 굉장히 낮은데 결국에는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다 환자가 가지고 있고, 그걸 입증하지 못했을 때에 대한 불이익도 다 환자가 지게 되니깐요.
환자 사건이 공부해야 할 것도 엄청 많은 데다가 환자들의 감정까지 달래줘야 되는 경우도 많고, 가끔은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자식이 죽은 경우는 실익을 따지지 않고 소송을 하신단 말이에요. 그런 분들은 그냥 ‘제가 만약 소송에서 이겨서 판결금을 받더라도 이 돈은 기부할게요. 그런데 우리 애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아야겠어요’에요. 보통 의료사고 손해배상 사건의 경우 법원에서 판결보다는 상호 원만한 합의를 권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사건은 부모님들이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고 싶어 하시기 때문에 조정으로 종결되기가 쉽지 않아요. 이런 부분들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감정적으로 많이 어렵고 지칠 때쯤 퇴사를 하고 의료전문 부티크 펌에서 5년 정도 보건 의료 분야를 파다가 개업을 하게 되었어요. “
그럼 지금 계신 이곳 법무법인 윈스에서는 주로 어떤 사건을 많이 하고 계시나요?
“저는 사실 이번에 개업을 하면서 목표가 ‘병원 쪽 일을 많이 하고 싶고, 가능하면 병원 경영과 분쟁 예방을 위한 정기 자문을 많이 하고 싶다. 그리고 보건 정책 쪽에 관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였어요. 그런데 사실 병원 손해배상 사건은 책임배상 보험이 있기 때문에 변호사가 끼어들 수 있는 영역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저는 병원 자문 쪽을 많이 하고 싶었고, 다행히 그렇게 세팅이 되어가고 있어요. 현재 병원 자문을 한 5개 정도를 하고 있는데 거기서 고정 비용이 창출되니까 제가 하고 싶은 쪽에 집중할 수가 있거든요. 실제로 자문하고 싶었던 어떤 단체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일이 저한테는 엄청 의미가 있어요. 뉴스에서 생기는 일이 실제로 제 의뢰인들이 겪고 있는 상황인데, 그것에 대해 자문해 드리고 ‘이런 쪽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드리는데 보람이 있더라고요.”
병원 정기 자문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자문인가요? 병원에서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실 것 같아요.
“자문은 ‘병원 경영 관련’ 자문과 ‘의료분쟁 예방’을 위한 자문이 있어요. 경영 관련은 의료법인 설립이나 합법적인 병원경영지원회사(MSO)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자문이에요. 의료분쟁 예방을 위한 정기 자문은 첫 달에는 계약서나 동의서 서식을 다 받아서 문제 있는 부분을 검토해서 수정해드려요. 예를 들어 성형외과라고 하면 환자 리얼 모델 계약서 같은 거요. 그다음에는 홈페이지랑 병원에서 하고 있는 광고 시안 검토해서 광고규정심의에 어긋나는 거나 경쟁병원에서 문제 삼았을 때 걸릴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잡아드려요. 그다음에는 직원들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들을 전부 봐 드려요. 예를 들면 직원들이 나가면서 정보 빼가거나 그런 거 방지하기 위한 비밀유지 계약서 같은 거요. 병원을 방어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 드린 후 그다음부터는 수시 자문이에요. ‘병원 건물주가 나가라면 나가야 해요?’ 같은 경우 임대차 계약서 보내주시면 그거 봐 드리고, ‘환자 컴플레인 생겼는데 어떻게 해요? 합의해요 아님 소송해요?’그러면 봐드리고 시설관리라든지 보건소에서 행정처분을 받거나 하는 것들이요.
의원급은 보통 그렇게 하고 병원급 같은 경우에는 미수금 채권이 너무 많을 경우 추심 같은 거 송무 진행하고 그다음에 계약 관련해서 분쟁 생기면 송무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리고 공공기관 같은 경우에는 연구 같은 거 하면 연구 계약서 봐 드리고 각종 업체랑 하는 모든 계약서들을 봐드리는 일을 해요. 그리고 만약에 월 자문 시간을 저에게 3시간을 쓰기로 정기 자문계약을 하셨는데 그달에 할 게 없다 그러면 동향 보고서 써 드려요. 최근에 이런 판례가 나왔는데 이거 조심하셔야 한다는 내용의 마케팅 동향 보고서요. 그런데 만약 병원에서 ‘보고서도 필요 없어요’라고 하면 직원에게 필요한 교육을 해드려요.“
직원 교육은 어떤 내용의 교육을 해 드리나요?
“병원 재직 퇴직 시 생길 수 있는 법률문제, 진료 서식 같은 거 쓸 때 필요한 주의사항, 진료기록부 작성 시 유의사항, 마약류 및 약물 보관 같은 거요. 특히 마약류 같은 경우에는 대장 관리가 제대로 안 된 책임이 병원한테 오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관리가 잘 되어야 하고, 직원들한테도 주의를 줄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직원 퇴사 시 환자 연락처나 시술 전후 사진 같은 개인 정보를 절대로 반출하지 않도록 하고, 만약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형사고소나 손해배상 책임을 물릴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주지시켜 드리고 있어요.”
혹시 의료분쟁 예방을 위해서 주실 팁 같은 거 있을까요?
“제일 중요한 건 설명인 것 같아요. 설명이 되게 중요한데 환자분들이 단어도 낯설고 하니까 설명 들었던 걸 잘 기억 못 하시는 경우도 있고... 의료법에서는 분명히 의사가 설명하도록 하고 있고 그걸 잘 하지 않았을 때 행정적으로는 과태료, 민사적으로는 위자료의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죠. 어려워요. 결국 환자와의 분쟁을 방지할 수 있는 건 ‘우리가 당신한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미리 말을 했고, 그 부분에 대해 당신은 분명히 설명을 듣고 사인했다.’라는 걸 남겨둬야 하는데 그 방법은 당연히 제일 전통적인 동의서잖아요. 그런데 동의서만 남아 있으면 가끔 환자들이 ‘에이, 설명 안 했잖아요.’이렇게 나오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차라리 의사가 환자 동의 받아서 설명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다 촬영을 해라. 촬영을 해서 남겨놓고 만약에 환자가 컴플레인 했을 때 우리가 분명히 설명했다는 걸 보여줘라.’ 라고 말씀드려요."
아주 원칙적으로는 의사 선생님이 의료법상 나와 있는 모든 걸 설명하시도록 말씀을 드리는데 그게 어렵다면 서울아산병원이나 대학병원처럼 어떤 질환에 대해서 설명한 동영상을 만들어서 환자한테 쭉 보여주고 대기실에 그냥 틀어놓으라고 말씀드리기도 해요. 계속해서 환자들이 볼 수 있게. 결국 설명 의무에서 문제 삼는 경우는 대부분 환자들이 분명히 들었는데 기억을 못 하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설명의 입증책임은 병원이 지도록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병원이 그런 컴플레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가 설명했다는 것에 대해서 최대한의 증거를 남겨두는 게 방법인 것 같아요.“
가장 최근에 진행한 의료분쟁 해결 사례 중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으실까요?
“안과에서 백내장 수술하신 분이 문제가 생겼다고 병원 앞에서 계속 1인 시위를 하셔서 그거 해결하는 일을 했었어요. 수술이 잘 되었는지 잘못되었는지 나중에 법원에 가서 밝혀질 순 있지만 그 사이에 환자가 하루에 피켓 한번 들 때마다 그걸로 인해서 수술 취소, 매출 하락, 예약 취소 같은 게 생기는 바람에 병원에서는 피해가 큰 거예요. 그래서 그 환자분이 병원 앞 몇 미터 안에서는 시위를 못하도록 하고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이라고 우리가 수술상 과실이 없다. 그러니까 환자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이 없다는 소송을 해가지고 그걸로 다 정리를 했어요. 그래서 환자분은 더 이상 시위를 안 하시고, 그 병원의 환자나 의료진을 위협하는 행위도 안 하셨고, 우리도 환자를 상대로 업무방해로 고소하는 것을 취하하도록 원만하게 다 합의를 하고 종결했던 사건이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이 되신 환자분 사건인데요, 그분이 항상 저희가 자문하고 있는 병원 응급실에 오셨어요. 사모님이랑 오셔가지고 마약성 진통제를 달라고 난동을 부리시는 거예요. 그런데 이분이 동네 병원에서 잘 안 해주는 걸 아니까 항상 응급실에 와가지고 몇 시간 동안 줄 때까지 소란을 피우고, 만약에 의료진이 그거에 대해서 뭐라고 하면 폭행도 하고, 폭언도 하고 그래서 이게 누적이 되다 보니까 병원에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가지고 법적인 해결을 위해 의뢰를 주셨어요. 그분 같은 경우에는 한 거의 일 년 가까이 응급실에 와서 난동을 피웠고, 나중에 문제가 돼서 저희가 형사고소를 해서 아마 실형을 선고를 받으셨을 거예요. 그런데 아드님이 ‘우리 아빠가 이런지 몰랐으니까 지금부터라도 안 그러게 선처를 좀 해달라’라고 병원에 얘기를 했는데, 보통 병원이 그러면 환자와의 사이니까 그냥 어지간하면 화해를 하고 취하를 해 주거든요. 그런데 간호사 선생님들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셨던 거예요. 20대 30대 여자분들한테 입에 못 담을 정도의 욕설을 하고, 의사한테도 삿대질하는 건 기본이고, 안전요원을 발로 차고 정말 난동의 정도가 심하셨어요. 그래서 병원에서 선처를 해줄 수가 없었던 거에요. 선처를 해주려면 의료진의 동의를 받아야 되는데 의료진들이 정신과 치료까지 받을 정도라 이분이 올 때마다 완전 초긴장 상태가 되니까요. 그래서 의료진의 용서를 못 받아 가지고 그분은 최종적으로는 아마 실형 선고를 받으셨던 걸로 기억을 하고 있어요. 이 두 가지 사례가 지금 가장 기억에 남아요.“
변호사님 강의 중에서 의료광고 부분에 대한 내용이 참 인상 깊었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의료광고는 사실 저도 되게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데, 의료법이 약간 현실을 못 따라가는 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요새 워낙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사람들이 정보를 많이 접하고 있고, 굿닥, 강남 언니, 바비 톡 같은 곳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상황으로 바뀌었잖아요. 그런데 의료법은 종전과 내용이 별로 달라지지 않은 채로 고정되어 있고,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를 다 불법이라고 규정을 하고 있으니까, 약간 좀 작년에 ‘타다’를 보는 것처럼 트렌드가 변하는 데 법이 따라가주지 못하는 부분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병원도 운영을 위해서는 매출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광고를 안 할 수가 없어요. 특히나 요즘처럼 의료기관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죠. 그런데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가 하는 광고만 적법하고 의사가 하는 광고 안에서도 엄청나게 다양한 광고 기준을 만들어놓고 그 기준을 넘는 건 다 불법이라고 간주를 하게 되면 사실은 환자들 입장에서도 정보를 알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 같기는 해요.
그런데 제가 요즘 제일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건 인스타그램이랑 유튜브 뒷광고에요. 저도 인스타그램을 즐겨 하는 30대 여성으로서 인스타그램에서의 인플루언서들의 활동을 몇 년간 지켜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 영향을 정말 받더라고요. 인플루언서들이 동대문에서 옷 사 입으면 사 입고, 화장품을 팔면 사람들은 사더라고요. 물론 그럴 수 있죠. 그런데 그건 ‘물건’이라는 상품이고, 수술이나 시술은 분명 다르다고 생각해요.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병원이 제휴 같은 걸 많이 하는 인플루언서랑 ‘콜라보 × ○○○' 이렇게 해가지고 누구 이름을 대면 잘해준다 이런 식으로 시술 관련 홍보하는 걸 많이 봐요. 그런데 그 시술이 그 사람한테는 좋은 시술이라 할지라도 나한테는 좋은 게 아닐 수 있어요. 만약 사람들이 인플루언서라는 이유로 무조건 그 사람이 추천하는 병원을 갔는데 어떤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그거에 대한 구제는 그 인플루언서가 해주지 않잖아요. 그런 부분을 봤을 때 그거는 분명히 비의료인의 의료광고에요. 인플루언서한테는 그 시술이 당연히 좋았겠죠. 그런 거 있잖아요. 유튜버 중에서 팔로워 많은 사람한테는 식당에 가도 다른 메뉴가 나온단 말이에요. 이 사람들을 위한 다른 메뉴가 있어요. 그러니까 인플루언서들이 병원에 갔을 때도 분명히 이 사람만을 위한 VIP 시술이 있어요. 그런데 이 사람한테는 이만큼 좋은 시술이었지만 그걸 보고 따라간 팔로워가 갔을 때에는 적절하지 않은 시술일 수도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인플루언서들이 다른 건 다 팔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시술을 파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아까 처음에도 이야기하신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장난 아니잖아요. 물론 전보다는 뒷거래나 이런 이야기들이 나와서 그렇긴 한데... 그럼 결국 소비자가 그걸 판단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병원도 뭔가 그런 윤리의식을 가지고 가야 할 것 같은데... 근데 제 생각에도 이게 막 정화가 될 것 같진 않거든요.
“제 생각에도 쉽지 않을 것 같은 게 워낙에 처음에는 인스타그램이 감성적인 사진이나 이런 거를 공유하기 위한 곳이었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사업화된 플랫폼이 생겼고, 사람들이 정말 만물상처럼 모든 걸 팔기 시작하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피드에 올라온 거에 혹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에는 소비자가 알아서 거르라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것 같고, 병원 쪽에서 자정을 하거나 아니면 그 부분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져야 될 것 같기는 한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에서도 활동하고 계신데, 소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의변 모임(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은 의료사고 관련해서 일을 하는 변호사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같은 분야의 일을 하는 변호사들끼리 모여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모임이에요. 여기서는 한 달에 한 번 월례행사를 하면서 그때그때 생기는 의료문제에 대해서 발제를 하고 발표를 하는데, 변호사들 중심으로 의료소송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지식을 나누고 있어요. 외부강사 초빙을 통해서 강의를 하는 경우도 가끔 있는데요, ‘의료 전담재판부와의 간담회’ 혹은 (이번에 하려고 했다 못했는데) ‘의료 전담 수사관과의 간담회’를 통해 ‘어떤 부분을 보강했으면 좋겠다’,‘이런 부분을 어떻게 하면 된다’ 같은 것들을 해요. 결국 저희는 법관이나 수사관을 설득시켜야 이길 수 있는 직업이라 그런 분들과 간담회를 통해서 ‘이런 사건을 진행할 때는 변호사가 어떤 부분을 좀 신경을 좀 썼으면 좋겠다’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의료법 해설서라고 의료법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교과서를 하나 발간을 했어요.
여기에 학술팀이 있는데 학술팀은 지금 대한의료법학회 의료법학에다가 매년 의료 판례를 정리해서 투고하고 있어요. 학술팀이 법원 도서관에 가서 의료사건을 전부다 가지고 와서 사건별 분야별로 의료 판결 분석을 해서 저희와 공유하고 의료법학에도 항상 투고를 하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은 학술단체라고 보시면 되는데 의료에 있어서 생기는 문제에 있어서 토론이라든지 발표를 많이 하고 있고, 변호사들끼리 의견도 잘 교환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수술실 CCTV 이야기 같은 것도 같이 토론 했어요,“
변호사님은 보건 의료정책 연구, 법령 개정안 연구, 그리고 병원의 해외 진출과 관련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용역을 다수 진행한 경험이 있다고 들었어요.
“아 네. 두 번째 직장이 의료사건 전문 부티크 펌인데, 여기서 병원 자문이랑 정책 연구 같은 걸 좀 많이 했어요. 그래서 이 펌에 있을 때 ‘내가 보건 의료분야에서 잘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뭘까?’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고, 다른 변호사들보다 특화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 생각해서 의료 민사뿐만 아니라 의료행정이라든지 보건 연구 같은 걸 많이 했어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발주하는 용역을 몇 년 간했었어요. 되게 힘든데 다른 변호사들이 잘 안 하는 업무여서 새로운 아이템이긴 해요. 이런 아이템이 있어서 지금도 정책 쪽 자문을 하고 있는데 재미있어요. 그때 했던 연구 몇 가지 말씀드리자면,
2015년 <의료 기관 해외 진출을 위한 특수 목적법인 설립 및 운영방안> 은 ‘의료기관 해외 진출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될까요?’에 대한 거였어요. 결국에는 의료기관이 자금 투자를 받아서 자금을 어느 한 법인에다가 넣어놓고 그 법인을 해외로 자법인을 만들어 진출하는 모델에 대해서 연구를 해달라는 거였고, 그거에 대해서 종래 법인의 형태라든지 그런 부분을 많이 봤어요. 여기서 ‘진출하면 좋겠다’ 하는 전략국가의 의료정책 동향, 외국인의 투자 안전, 그리고 설립할 수 있는 법인의 형태에 대해서 연구 했어요. 제 피땀과 영혼을 갈아 넣은 너무 힘든 연구였어요.
<카자흐스탄 사전 사후관리 센터 설립 및 운영방안> 연구할 때는 카자흐스탄을 두 번 갔다 왔어요. 모 병원이 카자흐스탄에 건강검진센터 설립할 때 법률 검토를 저희가 했고, 그렇게 인연이 되어서 후속으로 했던 게 ‘CIS 국가의 사전 사후 관리 센터’라고 해서 들어오기 전에 검진하고 들어와서 치료받고 나가서 사후관리받고 하는 PPCC 센터(Pre-post care center)에요.
그리고 2015년 <국내 의료기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진출 관련 법제 연구>는 블라디보스토크 경제 자유 지역에 의료인 면허를 주면 ‘보건 의료 특구에서 우리가 개설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형태는 무엇일까?’ 그리고 ‘해외에서 돈을 벌었을 때 그 돈을 우리나라에 합법적으로 가지고 올 수 있는 과세 송금의 형태는 무엇일까?’에 관한 연구였어요.
그거 저도 궁금해요. 외국에서 번 돈을 우리나라에 합법적으로 가지고 올 수 있는 방법이요.
“그냥 모든 국가에 가서 물어보면 ‘너희가 합법적으로 신고하면 너희 나라로 가지고 들어가는 거 괜찮아. 근데 너희 제발 신고 좀 해.’ 이거거든요. 그러니깐 외국에서 번 돈을 과세 송금할 수 있는 게 무조건 막힌 건 아닌 것 같아요.”
세금 때문이 아닐까요?
“네. 그런데 대부분의 국가와 한국 간 ‘이중과세방지협정’이 체결되어 있어서 해외에서 소득이 생기는 경우 어느 한 곳에서만 세금을 내면 양쪽에서 과세되는 소위 ‘이중과세’는 안 되거든요. 그런데 원장님들이 걱정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간혹 현금을 여행 짐에 싸서 안고 들어오다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6살짜리 아이가 있는 워킹맘이신데, 육아와 일을 병행하시는 건 힘들지 않으세요?
“다행히 친정엄마랑 시어머니 두 분 다 가까운 곳에 계셔서 번갈아가면서 아기도 봐 주시고, 도움을 주시고 계세요. 근데 제가 코로나 때문에 재택을 하게 되면서 좀 많이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이렇게 되면 결국엔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사람이 애를 좀 더 많이 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많은 걸 느껴서 얼마 전 친한 여자 변호사들과 함께 하는 브런치 매거진 ‘변호사 언니들’에 모성애에 대해 글을 써 봤어요. 아기가 생기고 나면 약간 갈등을 하게 되기는 하는 것 같아요. 정말 열심히 일을 해 왔고, 일에 있어서 본인의 분야가 생기면 아이가 있다고 해도 내 일에 대한 포기를 잘 못하게 되고 ‘내 공간’과 ‘나의 일’에 대한 애착이 더 커지더라고요. 사무실에 출근하면 제 사무실에는 아기 물건 하나도 없고 무채색인데 집에 가면 제가 없고 오로지 아이를 위한 양육자인 제가 있잖아요. 그래서 애가 있으면 더더욱 내 일에 대한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제시간을 일에 100% 쓸 수 없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거 잘하는 거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 있으신지요?
“의사분들이 의료정책에 관심을 좀 가졌으면 좋겠어요. 의사가 아닌 보건 의료분야에 종사하는 주변인들은 의료정책을 보고 있으면 항상 안타깝고 앞날이 걱정되는데 원장님들은 본인 병원 경영에 워낙에 바쁘다보니까 시선이 너무 병원 안쪽으로 가 있어요. 사실 지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있고, 정부의 의료정책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고, 여당에서 발의하는 대부분의 법안들이 의사의 면허 취소 사유를 늘리는 방식으로 가고 있어요. 최근 의사단체들이 의기투합해서 파업을 함으로 인해서 대국민적인 관심을 받기는 했지만 제가 항상 안타까운 건 의사분들이 정말 좋은 인프라와 좋은 머리를 가지신 분들인데 본인들이 겪게 될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서 관심을 안 두고 현재의 병원 경영에만 집중을 하시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러다 보면 내가 모르는 사이에 모든 제도가 본인에게 불리하게 바뀌어 있을 수 있단 말이에요. 의료정책에 관심을 가진 의사분들이 드물게 계시긴 한데 저희 같은 외부인들이 안타까워도 해 줄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다른 건 모르겠고 원장님들이 정책에도 좀 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저 또한 앞으로 의료분야에서 의료 빅데이터의 상업적 활용과 유전자 분석 등 신기술 접목으로 의료 관련 법률 이슈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에 법조인으로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료분야에 대한 꾸준한 공부를 통해 보건 의료 시스템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요.“
글. 메디컬커리어연구소 이혜진 대표
이 혜 진
메디컬커리어연구소 대표
저 서
『의료인은 아니지만 병원에서 일합니다』
이혜진 지음, 출판 청년의사, 20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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