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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참사랑병원 천영훈병원장 연말호 서면 인터뷰카테고리 없음 2021. 11. 29. 17:37
매거진HD는 의료공간 전문웹진으로서 2021년 한 해 동안 헬스케어 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헬스케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증가하고 환자 중심의 의료공간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요즘, 국내외 의료서비스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병원장님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2021년을 마무리하며 각 전문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병원장님들에게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2022년은 어떻게 맞이할 준비를 하실지에 대해 여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1. 의료인으로서 2021년 가장 뜻깊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어느 의료인이나 그렇듯이 환자분들의 회복을 지켜보는 순간일 것 같습니다. 지겹게 반복되는 재발과 절망감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중독 질환이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어느 순간 회복의 길을 걷고 있는 환자분들을 진료실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 분들을 진료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저에게는 행운이고 기쁨이고 보람이었습니다.
술을 끊은 지 8년째가 되었다며 환하게 웃던 강 선생님, 마약에서 벗어나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따서 자신이 직접 만든 꽃바구니를 들고 진료실을 들어서던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플로리스트 김 모양, 호스트바에서 일하며 하루 저녁에도 큰돈을 벌고 결국 마약으로 망가졌던 김 모 군은 하루 10시간씩 일하며 박봉 속에서도 제빵사의 꿈을 키우고 자신이 직접 만든 스콘을 쑥스럽게 내밀었었죠, 정말 맛있었습니다. 폐쇄병동에 입원해서 병동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았던 박 모 여환자분은 어느새 사회복지학과 졸업을 앞두고 우리 병원에서 실습을 돌며 다른 중독자들을 돕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기적과 같은 일임을 알기에 너무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환자분들은 잘 모르실 겁니다. 마주 앉은 의사 또한 당신들로 인해 커다란 치유와 위안과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2. 그럼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정신과 질환 중에서 가장 위험하고 힘든 마약류 중독자들을 돕고 있는 저로서는 많은 재발과 사고와 죽음을 목도하게 됩니다. 올 한해도 어김없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환자분들과 구속되어 고통받고 있는 환자분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치료자의 자질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소홀함이 있지는 않았을까, 노력이 부족하지는 않았을까 수없이 되묻고 자책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었습니다.
반복되는 재발과 극심한 우울, 사회로부터 격리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치료를 이어가는 환자분들에게 항상 말씀드리는 것은,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이 무의미한 것이라면 정말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절망과 고통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받아 안고 겪어 내야 하는 의미 있는 과정일 것이며 이러한 어려움을 통해서 우리가 좀 더 성장하고 회복을 향해 한발 더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말자고 말씀드립니다. 이러한 다짐은 의사로 마주 앉은 저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고요.
3. 코로나 19가 가져올 의료환경의 변화는 무엇일까요?
원격 수업과 재택근무, 더 나아가서는 메타버스의 세상은 기존 우리 생활의 구조 전반을 바꾸기 시작했고 이러한 변화는 더욱더 가속화될 거로 생각합니다. 이미 기존의 IT 기술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활동들을 온라인으로 옮겨 올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지만, 기존의 고정관념의 틀 속에서 관행적으로 유지되어 오던 학교나 직장과 같은 공간들을 코로나 사태라는 충격 속에서 해체해 나가는, 해체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19는 결국 디지털 헬스케어를 기반으로 한 원격의료, 웨어러블 기기 및 사물인터넷 등의 상용화를 앞당기게 될 것입니다. 환자들은 더 이상 병원에 와서 혈압을 재거나 의사를 만나지 않아도 되고, 디지털 기기들을 통해 평소 자신의 삶 속에서 신체적, 심리적 데이터들을 실시간으로 측정함으로써 보다 실체적 임상 자료들을 축적해 나감과 동시에 언제 어디서건 의사를 만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좁은 진료실은 해체되고 대신 병원 밖으로 확장될 것이며, 검사실은 스마트폰과 스마트 워치를 통해 대체되어 빅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특히 정신과는... 대표적인 예로 우울증 환자만 해도 안 그래도 우울해서 아무런 의욕도 없고 정신과 간판 아래를 지나는 것도 부담스러워 진료를 찾지 않던 수많은 환자분에게 비대면 원격진료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헬스케어 디자인 매거진으로서 <매거진HD>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더욱 성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는 제가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바램을 말씀드려본다면 헬스케어 디자인이라는 측면에서 미래를 보다 앞선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에 대한 고민과 아젠다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방향으로 성장해 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IT 기술의 발달과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달이 현실 공간에도 분명히 영향을 끼칠 것이고 (예를 들어 치매 어르신에게 부착한 위치 추적 장치가 철창을 없앨 수 있는 것처럼) 이러한 헬스케어 분야의 기술적 진보를 현실 공간에서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 메타버스 세상이 또 하나의 실질적 공간으로 확장 발전해 나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메타버스 세상에서의 가상 공간 구성을 어떠한 관점에서 해나갈 것인가, 현실 세계에서의 헬스케어 디자인의 노하우를 메타버스에서 어떤 방식으로 적용해 나갈 것인지, 메타버스에서의 공간 구성은 현실 세계의 대체물 혹은 이식된 세상으로의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전혀 다른 각도에서의 접근이 필요한 것인지 등의 궁금증들을 누군가는 고민하고 풀어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헬스케어 디자인 매거진이 하실 수 있다는 기대를 해 봅니다.글 / 인천참사랑병원 천영훈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