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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교수의 '맛있는 집'] 아는 맛, 그리운 맛 그리고 위로하는 맛의 식당, 부산 양곱창volume.16 2021. 10. 25. 15:57
필자는 소화기학을 전공했고 그중에서도 위 胃와 장 腸을 전문으로 하는데, 간혹 소화기 중 어디를 전공했는지 질문하는 분들에게 ‘양곱창과 순대입니다.’ 농담으로 답하면 금방 이해하고는 하신다. 내가 전공으로 삼고 또 좋아하는 양곱창을 먹기 위해 들르는 곳은 선릉역 인근 골목에 자리한 ‘부산 양곱창’이다. 10여 년 전 가수로 데뷔하여 가요무대에서도 뵐 수 있는 미모의 여사장님이 계시는 이곳의 단골이 된 지도 벌써 20년이 되었다.
대부분의 맛집이 그러하듯, 이 집 또한 신선하고 최상의 품질인 식자재를 준비한다고 한다. 소의 첫 번째 위를 뜻하는 ‘양 ’은 들판에서 풀을 먹이고 키우는 뉴질랜드산 양을 최고로 친다는데, 이곳은 뉴질랜드산 양에 국내산 곱창과 대창을 사용한다. 두 명이 가서 백양과 대창 1인분을 먼저 시키고, 나중에 홍양 1인분을 주문하기로 한다. 반주는 당연히 소맥이다. 기본 찬으로는 쌈 채소와 풋고추, 생마늘이 준비되었다.
‘백양’은 마늘, 양파, 소금, 후추 등 기본적인 양념을 해서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홍양’은 고춧가루 양념장으로 버무려 불판에 익으면서 매콤 달콤한 맛이 더해지도록 했다. 신선하고 싱싱한 재료 덕분일까, 쫄깃쫄깃하고 탱글탱글한 식감이 아주 일품이다. 포동포동한 아기 팔뚝 같은 ‘대창’은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함 기름이 육즙처럼 입안에서 퍼진다. 여사장님은 양과 대창을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
이미 포만감을 느끼지만, 후식으로 볶음밥을 빼놓을 수는 없다. 홍양 양념과 김치, 김 가루가 들어간 철판 볶음밥을 먹으며 다이어트는 내일로 미루기로 마음먹는다. 가끔은 갈비구이 실컷 먹고 식사로 갈비탕을 먹듯 곱창전골로 마무리하기도 한다.
맛은 ‘아는 맛’, ‘그리운 맛’, 그리고 ‘위로하는 맛’ 세 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인생에 즐거움 중 하나는 오래된 노포에서 사랑하는 이와 세 가지 맛을 다 갖춘 음식을 함께 먹으며 즐겁게 지내는 것이 아닐까…?!
글. 박효진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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