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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색과 에너지를 담은 공간_ 제주한국병원 고태만 명예원장 (2/2)volume.12 2021. 9. 2. 01:34
올해 제주한국병원은 지난 2017년부터 약 3년 동안 진행된 1, 2층 로비 및 외래 진료 공간,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 병원 외관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완료하며 새롭게 태어났다. 이전의 한국병원을 아는 이들조차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탈바꿈된 이번 리모델링은 제주도의 색과 에너지를 공간 속에 담아내며, 잔잔한 울림을 디자인으로 시각화했다.
1층 로비의 경우 유형의 곡선을 바닥과 천장에 적용하며 광장으로 모이듯 중앙부를 감싸 돌게 했다. 천정은 파도치는 곡선의 패턴이 바다의 물길을 열 듯 등박스로 표현되었으며, 바닥은 오렌지와 블루 톤의 띠를 라운딩으로 처리해 연속성을 주고 있다. 이러한 유형의 패턴은 제주한국병원의 길고 긴 역사와 제주도민과 변치 않는 정(情)을 반영하듯 부드럽지만 강하게 이어져 있다. 또한, 로비 층에 있는 정형외과의 경우 에메랄드빛의 푸른 바다를 표현하는 민트 컬러를 적용했으며, 2층 내과는 그린, 신경과는 블루, 소아청소년과와 통증클리닉은 핑크 컬러로 생동감을 부여한 점이 돋보인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경우 아이들을 위해 벽면에 동식물 그림으로 친근감을 주는 배려의 디자인이 눈에 띈다. 이렇듯 제주한국병원은 곳곳에 적용된 디자인과 색채가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와 환자들의 마음마저 편안하게 물들이고 있다.
8. 한국병원은 2017년부터 약 3년 동안 1, 2층 로비 및 외래 진료 공간,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 등을 포함한 병원 외관까지 리모델링을 완료했습니다. 특히 명예 원장님께서 직접 설계에 참여하시고 진두지휘하신 만큼 어떻게 달라졌는지 직접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리모델링은 과거 의사 중심 디자인에서 환자 중심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건물의 가장 기본적인 골조만 남긴 채 모두 바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 한국병원의 모습을 알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현재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단순히 오래된 부분을 보수하는 것이 아니라 백지에서부터 고객들이 가장 편안하고 쾌적할 수 있는 병원의 모습을 새롭게 그려나갔습니다. 처음 한국병원을 설립할 당시 에너지 효율화로 인해 층고를 낮게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보조 활주로가 우리 병원 앞을 지나가기에 층수를 올릴 수가 없었던 것이죠. 이러한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던 터라 리모델링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노태린 대표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로비의 경우 답답하지 않게 층고를 최대한 확보하고, 곡선 형태의 등박스를 활용해 밝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대기 및 진료 공간은 딱딱하고 불편한 병원이 아닌, 힐링과 휴식을 즐기는 카페테리아처럼 변신했습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기존에 고객들이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 대해 갖고 있었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 색감과 공간 구성으로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수술실은 간결하게 기능적인 측면에 집중했습니다. 병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외관 역시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직선적이고 힘 있는 디자인으로 바뀌었습니다.
9. 그만큼 환자 중심 디자인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고 진행한 공간 디자인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먼저는 로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로비뿐만 아니라 중환자실이나 응급실도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컬러 역시 다채롭게 구성하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만큼 로비는 컬러나 디자인에 개성을 주어 요즘 트렌드에 맞게 바뀐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또한 중환자실 천정을 보면 일반적인 전등이 아니라, 하늘의 별자리를 그려 넣었습니다. 중환자실의 특성상 환자들이 천장을 보고 누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쩔 수 없는 병원 생활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장치로 노태린 대표가 별자리 천장을 제안했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 반영했습니다. 이 외에도 곳곳에 자연적인 요소를 많이 반영했습니다. 특히 정형외과 벽면은 플랜트를 과감하게 배치해서 생동감을 주었습니다. 또 고객의 대기 의자가 부족한 것이 리모델링 전의 문제 중 하나였는데,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의 의자를 디자인하고 배치해서 최대한 많은 고객이 편안히 앉아 대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만큼 모든 공간이 환자 중심으로 디자인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병원에 오신 분들이 너무나 칭찬을 많이 해주십니다. 그만큼 우리 병원을 이용하는 분들의 호응도가 좋습니다. 병원평가에서 환자들이 써주신 리뷰를 봤는데 1, 2층에 왔을 때와 병실에 올라왔을 때 다른 병원에 와 있는 줄로 착각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외래공간의 병실까지 로비 공간 못지않게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10. 특히 제주 지역의 특성상 병원 디자인에도 상당한 변화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다른 타 지역과 어떤 점이 다른지, 제주도민의 편의를 위해 신경 써야 할 공간이나 디자인이라고 한다면 무엇인가요?
외관에 제주석인 현무암을 적용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 돌이 워낙 오래되었고 어두워서 변화를 주고 싶었으나 노태린 대표가 적극적으로 ‘돌의 느낌을 그대로 두자’라고 의사를 전했습니다. 그래서 창문 앞쪽에만 창살을 두고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두었습니다. 이후 그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됩니다. 제주도 고유의 특성을 외관에 표현한 것 자체가 의미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요즘에 워낙 제주석이 인기가 많아 서울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주석은 외부반출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우리 병원에 사용된 제주석은 원석처럼 다듬어놓은 것이라 더 의미가 깊습니다.
11. 이러한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과감하게 투자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앞으로는 병원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도 마찬가지, ‘고객 경험을 어떻게 살리고 향상시킬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우선 병원이 살아남기 위해서 ‘환자들을 위한 병원, 그리고 좀 더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공간, 특히 병원 내 감염으로부터 서로 피해가지 않는 공간적인 배려’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진정한 ‘고객중심경영’은 환자가 우리 병원을 찾아와 접수와 대기, 진료와 검사, 수납과 처방전 수령 등을 완료하고, 귀가하기까지의 모든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에 병원의 공간이 ‘얼마나 친화적으로, 효율적으로 구성되어 있느냐’는 물론이고, ‘어떠한 느낌을 주느냐’ 하는 것 역시 고객의 경험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12. 선배 의사 입장에서 후배 의사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마음가짐이나 헬스 케어의 가치에 대해 조언해 주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우리 병원 의사들에게 ‘명의’가 되라고 말을 합니다. ‘명의’라고 하는 것은 지식을 많이 가진 의사가 아닙니다. 환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현재의 의학기술을 접목시켜 치료할 수 있는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의료가 상업화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환경 속에 저절로 따라갈 수밖에 없지만, 의사의 본질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진정한 ‘명의’가 필요합니다.
13. 마지막으로 일평생 몸담아온 한국병원에서 명예원장으로 맞이하는 첫해인 만큼 어떤 변화가 있으셨는지, 또 어떤 목표와 비전을 갖고 계신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병원 발전을 위해서는 두 분의 원장님이 계시기에 뒤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고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고자 합니다. 한국병원이라는 평생의 과업을 무사히 건네주게 되어 책임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한국병원이 필요로 하는 한 든든한 지원군으로서 함께할 계획입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전보다 굉장히 시간이 많아졌습니다(웃음). 앞으로 남은 여생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 요즘 버킷리스트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버킷리스트가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내와 함께해야 할 부분이기에 서로 이견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제2의 보람찬 인생 역시 잘 준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이. 제주한국병원 고태만 명예원장
글. 헤렌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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