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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사의 Care-Full Space] 무엇을 남기기 위해,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ARTICLE 2026. 9. 8. 12:00
시니어 레지던스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한 건축공간의 방향성
최근 시니어 레지던스를 계획하면서 필자가 자주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는 ‘운영의 지속가능성’이다. 시니어 레지던스는 일반 공동주택과 달리 식사와 생활지원, 건강관리,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하는 운영형 주거상품이다. 좋은 서비스를 위해서는 그만큼 충분한 인력과 양질의 공간이 필요하고, 이는 결국 입주자가 매월 부담해야 하는 비용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2025 KB골든라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시니어전용주택 선택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건은 ‘가격 및 비용 부담’이 60.4%로, ‘의료·돌봄 연계 서비스’(50.6%)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시니어전용주택 이주 시 가장 우려하는 사항 역시 ‘가격 및 비용 부담’이 68.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좋은 서비스를 갖추는 것만큼, 이를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비용 역시 중요한 선택 조건이라는 의미이다.

[시니어전용주택 선택요건 및 선택시 우려사항 ⓒ2025 KB골든라이프 보고서 발췌 및 재작성] 그렇다면 건축가는 이 비용의 문제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운영비는 건물이 완성된 이후, 운영사가 고민해야할 영역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공간은 완성되는 순간부터 비용을 발생시킨다. 사용빈도가 낮은 공간도 냉난방, 유지관리 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
따라서, 시니어 레지던스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무엇을 더 담을 것인가 뿐만 아니라, 입주자들의 높은 삶의 질은 유지하게 하면서 무엇을 덜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건축적 고민도 필요하다.
1) 비어 있는 ‘시간’을 덜어낸다.
최근 시니어 레지던스는 커뮤니티 시설의 규모와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중요한 상품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일반 공동주택과 차별화하기 위해 그만큼 종류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운영의 관점에서 보면 중요한 것은 시설의 개수보다 각 공간의 실제 이용 빈도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몇 번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위해 각각의 전용실을 계획하는 것과 하나의 공간이 오전에는 운동, 오후에는 강좌, 저녁에는 입주자 모임을 수용하도록 계획하는 것은 서로 다른 운영 구조를 만든다. 가변형 벽체와 이동식 가구, 충분한 수납, 조명과 설비의 유연성을 처음부터 고려한다면 운영상 프로그램의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다.
이렇게 줄어드는 것은 단순한 면적의 문제가 아니다. 냉난방, 청소, 유지관리, 향후 필요 시 리모델링 등 수선해야 할 공간도 함께 줄어든다. 특히 유지관리비의 절감은 장기적으로 운영비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하나의 조건이 된다.


[00 시니어 레지던스 커뮤니티시설(다목적형 라운지), CG이미지 ⓒ 해안건축] 따라서 앞으로의 시니어 레지던스의 커뮤니티 시설은 단순 면적을 확보하여 규모의 경쟁을 하기보다는,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는 공간의 가변성과 유연성을 고려한 설계로 공간의 이용률을 높이고, 비어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2) 도시와 중복된 시설을 덜어낸다.
시니어 레지던스를 보다 보면 작은 도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식당과 카페가 있고, 운동시설과 문화시설이 있으며, 의료와 건강관리를 위한 공간도 있다.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대부분의 생활이 가능하다. 프리미엄형 시니어 레지던스일수록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단지 내에서 생활편의, 문화, 건강관리까지 건물 안에서 일상이 완결되도록 만든다.
하지만 도심 내 입지한 시니어 레지던스는 주변에 이미 갖춰진 도시 인프라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병원과 공원, 식당과 카페, 문화시설이 걸어서 이용 가능한 거리에 있다면 그 모든 기능을 단지 내에 다시 만들어 운영해야 할까.
단지 내 시설을 하나 더 만드는 대신 주변 시설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보행동선을 만들고, 주변 의료시설과의 서비스 체계를 갖추고, 지역의 식음과 문화시설을 입주자의 생활권에 포함시킬 수 있다. 반드시 내부에 있어야 할 기능과 도시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현명하게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좋은 입지는 운영해야 할 시설의 일부를 대신해주는 자원으로 활용하고, 그만큼 입주자는 단지 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3) 사람의 일을 덜어낼 준비를 한다.
마지막은 기술의 변화에 대한 준비다.
시니어 레지던스의 운영비에서 인력 운영은 중요한 비용 요인이다. 식사를 제공하기 위한 식재료 반입부터 생활편의 서비스를 위한 세탁물을 나르고, 쾌적한 환경의 커뮤니티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청소하고 순회하는 등 현재 사람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일이 많다.
AI와 로봇의 발전은 이러한 운영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운영에 도입되었을 때 건축 공간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사람을 기준으로 계획한 서비스 동선에 사람과 기술이 함께 일하는 환경이라는 새로운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5년 Scientific Reports에는 호주의 한 고령자시설에서 5년간 서비스 로봇을 도입한 경험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됐다. 120병상 규모의 이 시설에서는 직원들이 주방과 세탁실의 카트를 밀며 이동하는 거리가 연간 약 9,000km에 달했고, 2019년부터 운반 로봇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청소와 소독, 방문객 안내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 총 10종의 서비스·소셜 로봇을 시험했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 필자가 더 주목한 것은 로봇의 성능보다 공간의 문제다.
1954년에 지어진 이 시설은 당연히 로봇이 이동할 것을 전제로 계획되지 않았다. 길고 좁은 복도와 자동화되지 않은 문은 로봇이동을 방해했고, 시설은 실제 도입 과정에서 Wi-Fi를 개선하고 카트와 엘리베이터, 출입문을 변경해야 했다. 벽면에는 제어용 태블릿을 설치하고 별도의 도킹 및 충전 공간도 마련해야 했다. 문제는 로봇이 멈추거나 길을 막으면 직원이 다시 작동시켜야 했고, 일부 직원은 오히려 업무가 늘었다고 느꼈다.
연구진은 성공적인 로봇 도입을 위해서는 기술 자체뿐 아니라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인프라, 기존 업무방식이 함께 준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호주 노인요양시설 내 로봇 도입 관련 사진 ⓒ Macalupuet al., Scientific Reports, 2025] 앞으로의 미래 시니어 레지던스에 로봇이 어떤 범위의 업무까지 담당할 것인지 건축가가 모두 예측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의 운영방식만 고려된 공간은 미래에 오히려 또 다른 비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사람과 로봇이 모두 쉽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미리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시니어 레지던스를 만드는 일이 반드시 더 많은 것을 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건축가는 무엇을 더 넣을 것인가 만큼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비어 있는 시간을 덜고, 도시와 중복된 기능을 덜고, 기술이 대신할 수 있는 반복적인 노동을 덜어낸다. 대신 한정된 인력과 공간은 입주자의 건강과 정서, 일상의 관계 등 ‘사람이 직접 해야 가치가 높은 서비스’에 더 집중한다.
좋은 삶의 수준은 유지하면서,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부담은 어디까지 덜어낼 수 있을까. 앞으로 시니어 레지던스를 계획하는 건축가가 함께 고민해야할 중요한 질문이다.
글. 신문정 건축사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레지던스 TFT 팀장)

신 문 정
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 TFT 팀장) | 건축사
시니어레지던스 분야 실적
- 동작구 시니어레지던스 개발사업 (2026~)
- 부천 요양시설 신축공사 (2025~)
- 구리갈매 역세권 실버스테이 (2025~)
- 과천 막계 시니어 레지던스 복합개발 (2024~)
- 한남동 하이엔드 시니어레지던스(소요한남)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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