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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팀장의 병원디자인 라운딩] 진료실 옆 갤러리ARTICLE 2026. 9. 1. 18:46
진료실 옆 갤러리
치유와 환기의 공간으로일전 첫 번째 글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필자는 병원에서 일하기 전 전시 디자이너였다. 대학원 박물관학과에서 전시기획 & 디자인을 전공하고 주립공원, 미술관, 위스키 회사의 체험관 등 다양한 클라이언트 작업을 했었다. 이는 디자이너로서 소중한 자산이 되어, 현재 병원에서의 업무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가장 큰 자산은 예술과 체험이 주는 일상의 환기와 치유라는 중요한 삶의 가치를 몸소 깨달은 점이다. 특히 모든 공사와 설치가 마무리되고 오프닝날 결과물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 게 큰 기쁨이었다. 그리고, 현재 병원에서 일하면서 가장 만들고 싶은 공간과도 바로 갤러리와 예술체험 공간이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불안하고, 지치고, 때로는 두려운 상태이다. 환자도, 보호자도, 그리고 매일 그 안에서 일하는 구성원도 마찬가지다. 병원은 일상의 환기와 치유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인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병원들은 이 답을 어떻게 찾아가고 있을까?
창원 파티마병원은 외래를 증축하며(2021년 완공) 1층 명당자리에 갤러리·문화공간을 조성하는 과감한 시도를 하였다. 병원이 오래도록 지켜온 ‘전인치유’ 정신이 공간으로 구현된 결과물인 것이다. 실제로 미사와 기도, 병실 방문 같은 원목활동으로 환자의 영적 안정을 돕는 동시에, '사랑의 음악회'와 '파티마 갤러리' 같은 문화 프로그램을 나란히 운영하고 있다.

창원파티마 병원 갤러리와 원내 성당의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의 ‘우리라운지’는 조금 다른 결의 치유 공간을 제공한다. 자연 채광과 아열대 수목을 활용해 대형 힐링가든을 조성하고, 60석 규모의 상시 공연장에서 정기공연을 이어가고 있어 환자와 보호자에게 문화와 자연속 휴식을 준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우리라운지 서울대학교병원의 대한외래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지어진 첨단외래센터 안에는 제1, 제2전시장이 상시 운영되고 있고,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에게 마음의 안식처와 위로를 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원칙을 세워 현재까지 20회가 넘는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2021년부터는 미디어 아트로도 영역을 확장하여 국내 최대 규모의 LED 멀티시네마월을 설치하여 국내 유명 미디어 아트 회사와의 협업과 공모전을 통해 미디어아트 콘텐츠를 상영하고 있다. 하루 만 명 이상이 오가는 대한외래는 이제 단순한 대기 공간이 아니라, 기술과 예술이 결합해 치유를 전하는 또 하나의 갤러리가 된 것이다.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외래의 갤러리와 미디어아트 전시 세 병원의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철학을 프로그램으로 확장하거나, 공간 자체를 치유의 그릇으로 설계하거나, 혹은 기술을 빌려 예술의 경험을 확장하거나. 그러나 그 방향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병원이라는, 가장 지치고 불안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 숨 쉴 틈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세 병원의 사례를 돌아보며, 나 역시 오랫동안 품어온 바람이 있다. 정년퇴임을 하기 전, 내가 몸담은 병원에도 이런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 거창한 미술관일 필요는 없다. 환자와 보호자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작은 갤러리, 혹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라운지 하나면 충분하다.
글. 김지혜 팀장 (울산대학교병원 공간디자인팀)

김지혜 팀장
- 울산대학교병원, 공간디자인팀 팀장 (2020-현재)
- 울산과학기술원, 과학문화융합 전시 컨텐츠 개발 연구원 (2018-2020)
- Solidlight, INC. Experience Designer (2013-2017)
- The Philadelphia Zoo Exhibit Design Intern (2012)
- Fireman's Hall Museum Exhibit Design Intern (2011)
AWARD & HONORS
- 부산국제디자인어워드 심사위원 (2026)
- 국제과학관심포지엄, 우수논문상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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