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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료재단 보바스 기념병원 박진노 병원장volume.09 2021. 3. 31. 15:27
“요양병원에서 환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돌봄과 치료가 공존하는 커뮤니티 케어 중심으로 발돋움하다!숲속에 둘러싸인 보바스 기념병원은 탁 트인 자연경관과 세련된 건축물로 먼 거리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자연 친화적인 건축물은 화이트와 브라운의 컬러매치로 푸른 자연의 색감을 그대로 흡수한다. 대지 약 12만여㎡(3만6000여 평)에는 병원, 웰니스센터, 시니어타운(실버타운) 등이 펼쳐져 있으며, 각각 현대적인 모던함과 웅장함, 유럽풍의 클래식한 감성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특히 LA나 제주도의 유명 호텔들, 외국 미술관 등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보바스 기념병원은 노인 요양병원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내부 역시 멋진 자태를 뽐낸다.
보바스 기념병원은 국내 최고급 노인 요양병원으로 입지를 구축해왔으며 2017년 롯데그룹이 인수한 이후, 제2의 새로운 도약을 펼치고 있다. 보바스 기념병원의 박진노 병원장은 롯데그룹과의 시너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앞으로 실현해 나가야 할 일이 많다고 전했다. 그중 재활전문병원 설립을 시작으로 CCRC의 실버산업에 대한 추진 등은 우리나라 요양병원을 발전시키는데 크나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혈액종양내과 의사인 박진노 원장은 장기간 치료와 관심, 돌봄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요양병원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생애 말기인 경우, 임종에 관한 돌봄은 품위 유지를 하면서 갈 권리가 있습니다. 두려움이나 불안감에 떨다가 돌아가지 않고 남은 삶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저희의 일입니다.” 하지만 마음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요양병원에 대한 오해와 편견들이 정부뿐만 아니라 의사 및 일반인들에까지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런 편견들을 하나씩 벗겨나가기 위한 작업은 이미 시작되었다. 박진노 병원장이 롯데재단과 만들어나갈 큰 그림에는 결코 주저함이란 없기 때문이다.1. 경치 좋은 곳에서 진료를 받는 것도 참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보바스 기념병원의 설립 배경 및 목적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먼저 장기간 치료나 돌봄에 있어 의료진의 지속적인 손길이 필요한 분야가 있습니다. 재활의학과인 경우 신경 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은 단기간 치료로 환자 자신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급성기/상급종합병원에서 퇴원 후 지속해서 재활 치료를 하면 괄목하게 신체기능을 회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00년도 요양병원을 준비할 당시만 하더라도 재활 치료가 중요해지고 있었지만, 뇌졸중 환자들의 많은 비중이 한의학에 의지하여 중요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신경과 경우도 당시에 치매, 파킨슨, 루게릭병 등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단은 내리지만, 장기간 입원할 수도 없고 세심하게 밀착해서 치료나 돌봄을 제공할 수도 없었습니다.
고령의 만성질환자들은 뇌졸중, 치매를 중심으로 고혈압, 당뇨, 심부전, 신부전 등이 복합된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으면서 폐렴, 패혈증이 자주 동반되기도 합니다. 또한, 만성질환자들의 치료나 돌봄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말기 암 환자 경우 호스피스 완화의료 접근이 필요한 데 당시, 전국에 호스피스 완화의료 기관이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하면 10여 개 기관밖에 안 됐습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 속에 지속적인 치료와 관심, 돌봄이 필요한 환자를 위한 병원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특별히 저 같은 경우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로 암 환자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암 환자들이 편하게 항암치료하고 지낼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암 환자들 경우 자신의 남은 삶을 잘 준비하면 좋은데 그런 준비가 안 된 채 두려움이나 불안감에 떨다가 돌아가시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신경과 의사와 재활의학과 의사 등 몇몇 의사들과 함께 보바스 기념병원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다들 대학병원에서 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모인 만큼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보바스 기념병원의 목적은 아급성기(병의 진행 과정에서 급성기를 지난시기)나 만성기 질환을 가지고 급성기 병원과 가정/너싱홈에서 돌보기 힘든 중증질환자를 세심하게 돌보면서 마음의 손길을 주는 것입니다.
2. 요양병원이 과거보다 현재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요양병원은 기존에 정부에서 계획했던 거보다 1.5배 정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정부에서는 3분에 1 정도 없애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요양병원의 수가도 계속 안 오르고 있고 올라가는 것이 미미한 실정입니다. 더욱이 급성기병원과 똑같은 서비스를 하더라도 급성기병원(일반 상급종합병원, 환자들이 항암치료나 약물치료를 하고 어느 정도 회복하면 퇴원하는 곳)은 수가를 제공하지만, 요양병원은 주지 않습니다.
요양병원은 급성기병원 환자들이 퇴원하면 어느 정도 유지를 해야 하거나 사회생활로 돌아가기 어려울 때, 장기적인 요양과 치료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어 놓은 곳입니다. 요양병원도 같은 서비스가 들어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가를 한쪽만 제공하고 이쪽은 제공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요양병원이라고 혜택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사실, 투자 비용이 병원보다는 적어 의사나 의료진들이 시작하기에는 좀 더 용이한 면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양병원이 1,400~1,500개 정도 늘어난 것입니다. 처음에는 많이 늘었다가 지금은 평탄기 정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사람들이 흔히 요양병원을 요양원과 똑같이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대부분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요양병원은 말 그대로 병원이고 의사가 항시 상주해 있습니다. 요양원은 의사가 없고 의사와 계약해서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촉탁제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양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수가를 주는 것이고, 요양원은 장기요양보험이라는 제도에서 주는 것입니다. 월급명세서에서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이 구분된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그 정도로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대학병원 의사 대부분 요양병원에 있는 의사는 의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질이 낮다고 생각하는 의사들도 많습니다. 그만큼 의사들끼리도 사실 인식이 잘 안 되어 있습니다. 특히 요양병원이 2011년까지는 정부가 원하는 정도의 숫자였는데, 2011년 이후부터 점점 과하게 늘어나기 시작해 정부재정을 까먹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빅5 대학병원 중 하나의 규모가 요양병원을 전부 다 합친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도 앞서 언급했듯 1,400~1,500개로 늘어난 상황에서, 수가를 올려버리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까 봐 올리기를 꺼리는 것 같습니다. 정책적으로 요양병원이라고 해서 차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줄 것은 주고 불합리한 것은 개선하면서 가는 게 오히려 환자들을 위한 길입니다.
4. 말씀을 듣고 보니, 요양병원에 대한 정책적인 변화와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됩니다. 이에 관해 구체적인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 감염관리가 허술하다며 요양병원에 대한 문제점이 매스컴에 자주 등장합니다. 실제로 요양병원에는 거기에 관한 전문 수가가 그동안 없었습니다. 최근 들어 매스컴에 자주 나오다 보니, 코로나 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전문 수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야기가 없다가 코로나 19로 인해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요양병원이라고 수가에 대해서 차별을 두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저는 아주대 요양병원과 행복요양병원의 병원장들을 만나 이러한 공통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후 연구데이터를 가지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찾아갈 계획입니다. 첫 번째는 재활 관련해서 재활 치료가 요양병원에서 얼 만큼 필요한지 입증해보려고 합니다. 현재 재활 치료는 재활전문병원에서도 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요양병원에서 절실히 필요하고, 못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주대요양병원이나 보바스 기념병원은 서울을 중심으로 축선이 다릅니다. 아주대 요양병원쪽은 수원이나 화성에서 오는 환자들이고, 우리 보바스 기념병원은 분당, 서울, 용인에서 주로 오고 있습니다. 행복요양병원 같은 경우 강남이나 서울권에서 오기 때문에 서로 환자 구성이 다릅니다. 그 때문에 경쟁보다는 서로 협력하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요양병원은 사실 지역에 많이 뿌려져 있습니다. 신뢰 형성만 잘 되면 지역사회에서 지역주민들과 같이 정부에서 생각하는 커뮤니티 케어의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커뮤니티 케어는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그 지역에 개원의와 연계되어 할 수 있는 부분도 꽤 많습니다. 왜냐하면 요양병원 중 가정방문이 가능한 가정 강사들을 데리고 있는 곳은 세 군데 이하입니다. 그런 곳은 가정 강사를 통해서 네트워크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병원은 지역 개원의와 같이 연계하면 됩니다. 이렇듯 서로 보완하는 시스템으로 나라에서 원하는 커뮤니티 케어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모델이 형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복지부나 요양병원 관련 협회, 개원의 등이 서로 잘 조율해 나간다면, 앞으로 우리 병원뿐만 아니라 요양병원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정부는 요양병원 가운데 치매나 일반 의원, 호스피스, 재활 등 여러 분야로 나눠서 전문병원화를 시키겠다고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병상 수가 많은 병원은 하나로만 집중할 수 없습니다. 특히 요양병원이 앞으로 수가가 많이 들어갈 것을 염려해서인지, 커뮤니티 케어에서 지역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에만 수가를 주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돌려보낸 이후 케어하는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참여할 기회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정책이 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병원 입장에서는 세 가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먼저, 치매에 관해서는 커뮤니티 케어 방식으로 접근하고 거기에 재활이 붙어서 치매 환자나 파킨슨 환자도 생활 재활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아직 정부정책과 얼마나 부합될지 몰라 상황을 지켜보면서 운영할 생각입니다. 재활 같은 경우, 재활전문병원을 만들 계획입니다. 덧붙여서 암 재활이나 호흡기 재활을 추가하려고 하고 있으며, 내과 같은 경우 만성환자들에 대한 케어를 좀 더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호스피스 경우 나라에서 시범사업으로 지금 병동형, 입원형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12개 기관들이 시범사업으로 계속 5년 이상 운영하고 있습니다. 입원형인 경우에는 요양병원이라 하더라고 급성기 병원과 똑같이 인정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애 말기 보험이라고 해서 임종이 임박하시는 분들을 요양병원 형태의 호스피스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생애 말기인 경우, 임종에 관한 돌봄은 품위 유지를 하면서 갈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요양병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호스피스의 한 범주에 속할 뿐, 그것이 호스피스의 전부라고 비춰지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만큼 나라에서 ‘요양병원은 꼭 이것만 해야 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이거나 정책을 국한해서 차별화를 둔다면 국민들의 오해와 반감만 살 뿐입니다.
5. 2017년 롯데그룹이 보바스기념병원을 인수한 이후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들었습니다. 롯데그룹과 어떤 시너지가 발휘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재활이라는 부분은 요양병원과 재활의료기관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요양병원에서 회복기 재활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는 병원과 재단이 함께 한다면 치료를 연속해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단과 병원이 다르다면 아무래도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렵겠죠, 그래서 저희는 재활전문병원을 하나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재활전문병원을 별도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 재단 이사회인 롯데의료재단을 통해 롯데그룹이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허가가 나야겠지만, 롯데재단이 함께 고민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긍정적입니다.
두 번째는 실버산업들에 대해 롯데재단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실버주택과 함께 운영하는 것으로, 그 안에 요양원, 요양병원, 의원급이 같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 역시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됩니다. 특히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라고 해서, 만성요양환자들을 위해 병원의 위치가 실버주택, 너싱홈/요양원, 요양병원, 급성기병원의 연계에 한 부분을 담당한다고 생각해 큰 시각에서 보려고 합니다. 그런 것에 대해 롯데재단이 하나만이 아닌, 몇 개를 전국에 내려고 하는 의지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고민하는 상황입니다. 이것은 비단 의료재단뿐 아니라 영리재단과 사회복지재단 등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만 이 사업들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롯데재단만의 가장 큰 강점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특히 서울시니어스타워㈜가 그런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서울과 분당, 전북 고창의 6개 실버타운에서 60세 이상 1,700여 입주자들의 건강과 행복한 노년 생활을 돕는 곳으로, 서울송도병원과 특별한 협력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서울송도병원은 노년 건강에 필수적인 면역센터와 암 병동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이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다면, 롯데재단은 타깃층에 대해 논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좀 더 고급을 지향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실, 이 역시도 장단점이 있는데 정부에서는 한곳에서 모든 것을 다 운영하기 원하지 않습니다. 벨기에나 네덜란드 등 유럽의 경우 노인방문사업이나 호스피스 등 하나의 회사나 기관이 전국에 네트워크를 갖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관성이 있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꼭 한곳에서 독점한다고 해서 반드시 이득을 많이 취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이곳의 장점만 따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부는 독점하는 것 자체가 어느 한쪽에 금전적인 이득이 몰릴까 봐 걱정이 앞서는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맞게 유럽의 방식을 잘 차용한다면 정책적으로 나은 모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6. 호스피스 병동에는 많은 스토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스토리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자신의 삶을 잘 정리하고 남은 삶을 계획적으로 소중하게 보내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 이들도 신체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면 심리적으로 불안해하기 마련입니다. 그중에서도 의료진들과 사후세계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시는 분들, 임종 전에 가족과 화해나 용서 등을 이루고 가시는 분들이 기억납니다. 또한 평생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몰랐다가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에서 통증 조절이 되고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돌봄을 받으면서 천국이라고 행복해했던 분, 임종하는 순간 정말 매력적인 웃음을 지으며 돌아가셔서 보호자들의 마음까지 편하게 해주셨던 분들은 제 평생 잊을 수 없는 일들입니다.
7. 보바스 기념병원의 대표적인 재활 치료 역시 수준급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환자 중심 디자인이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됩니다. 보바스 기념병원의 전반적인 설계 방향이 궁금합니다.
보바스 기념병원은 LA나 제주도의 유명 호텔들, 외국에 있는 미술관 등을 견학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들이 반영된 곳입니다. 특히 맨 처음 병원을 함께 시작했던 선생님 중 건축회사를 운영하는 형님과 설계회사를 하시는 친척 등 여러 명이 함께 토론하며 진행했습니다. 당시 이곳은, 이제 막 분당이 생기고 주위에는 산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포장도로도 안 되어 있는 상황이라 “이런 곳에 병원을 지으면 사람들이 오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습니다. 다들 안될 꺼라 생각했지만, 저희는 지역유지분을 통해서 땅을 매입하고 병원을 지었습니다.
우리가 진행하는 보바스 치료는 환자와 재활치료사 간에 1:1 구성으로 환자에게 개별화된 맞춤 치료가 관건입니다. 치료 공간으로는 치료실이 별도로 크게 5개가 있고 치료 공간 내 치료사 간에 간격을 넓게 하여 환자가 압박감이나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행 등 트랙 공간도 같이 염두에 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재활환자의 병동 또한 환자 자신이 별도의 개별 운동을 원한다면 할 수 있으며, 간호스테이션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치료 기구들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환자와 보호자가 저녁 식사 후에 보행 훈련 및 기립 훈련을 로비에서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8. 병실 및 병원 곳곳 자연 속 평화로운 설계와 럭셔리함이 잘 묻어나 있는 것 같습니다. 원장님이 보시기에 가장 만족스러운 디자인이나 공간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5층 5B 병동 데이룸입니다. 이곳에는 분당 시내와 주변 숲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또한 환자와 보호자들이 탁 트인 느낌을 받아서 행동이 불편하고 답답했던 마음을 시원하게 달랠 수 있어 좋습니다.
9. 그만큼 요양병원은 헬스케어의 가치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바스 기념병원이 추구하는 헬스케어의 가치와 비전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환자분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이나 환자 자신이 ‘이렇게 나를 돌봐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에 맞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구나 그런 바람이 없는 사람 혹은 자기 의사 표현을 못 하는 사람은 제 3자가 봤을 때 최선의 이익이 무엇인지 먼저 잘 파악해 주어야 합니다. 이는 말기 암 환자에게 접근하는 방법 중 하나이며, 연명치료 관련해서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보바스 기념병원의 경우, 완치 보장이 안 되는 뇌 신경질환, 신경퇴행성질환, 만성 노인질환, 말기 암 환자들에게 최적의 삶과 질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또한, 우리의 비전은 Lifetime healthcare Leader입니다. Leader는 경쟁자를 앞서는 1등을 의미하는 것보다, Lifetime healthcare Partner로서 당당한 모습의 보바스 기념병원, 보바스 인을 뜻합니다.
10. 앞으로 요양병원 및 실버타운이 갖추어야 할 디자인 방향성 및 트렌드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요즘은 4인실보다 1~2인실 요구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앞으로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면서 공유공간을 통해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점점 사물인터넷이나 웨어러블 하지 보행 로봇 등이 향후 상용화되어 접목되는 기술들이 건축과 디자인에 포함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더욱이 시력과 청력이 다른 보조도구의 도움으로 보완될 수도 있겠지만, 시력과 청력 장애 대상자들의 생활을 가정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체위변경이나 기립, 보행을 도울 수 있는 봉이나 도구가 고안된 디자인, 턱이 없고 미끄럼이 없는 바닥 등 연구와 배려가 같이 이어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저는 가끔 로비 층을 마을이나 장터처럼 꾸며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재활 치료도 하지만 치료한 사람끼리 쉴 때는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 규칙과 자율이 함께 이루어집니다. 특히 치매 환자나 신경질환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에 있는 한 센터에 가보면 아래층에 오락실이 있고 가게도 있습니다. 그곳은 일반인들이 오기도 하고, 보호자 및 환자들도 다 같이 생활합니다. 그 자체만으로 치료개념이 들어가는 것이죠. 일률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재활 치료를 하다 보면 따분할 때가 많습니다. 치매 환자에게는 자극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무리 속에 간호사 및 재활치료사가 함께 있습니다. 환자가 이동하는 개념이 다르다 보니 간호사나 재활치료사들이 환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시간과 패턴을 분석하고 자율권도 확보해 주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 있어야겠죠. 그만큼의 고차원적인 기술들이 필요합니다.
11. 보바스 기념병원은 해외 환자 유치에도 적극적이라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해외 고객들이 오고 있으며, 어떤 점을 가장 만족스러워하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중동이나 CIS 환자들이 대부분입니다. 나라로서는 UAE가 주요 대상국입니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장기간 물리치료를 받기보다 1~3달 정도 단기로 물리치료를 받으시는 경우가 많으며, 그 숫자도 매우 적은 상태입니다. 이분들은 재활을 목표로 오셨기 때문에 기능 개선이 되면 만족스러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합니다. 특히 재활과 관련하여 치료 전, 후의 동영상과 치료 중에 촬영된 사진첩을 제공해 드릴 때 환자와 가족들이 매우 기뻐합니다.
12. 그만큼 보바스 기념병원은 글로벌하게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보바스 기념병원이 추구하거나 본받을 만한 해외 병원이 있다면 어디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앞서 언급했듯 보바스 기념병원은 2002년과 2006년에 주로 Arizona Suncity, LA 미술관, 국내·외 여러 호텔 등을 견학하고 만들었습니다. CCRC 개념은 일본 동경 외곽에 카스미케어그룹이 마을에 도입한 CCRC를 모델로 삼기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카스미케어 그룹에서 우리 병원과 헤리티지 실버주택을 보고 갔던 점도 있어, 서로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활전문병원 혹은 재활 부분에서는 영국 보바스센터, 일본 보바스병원, 일본 동경 시내에 하츠다이 병원 등을 모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경퇴행성질환 및 복합 만성질환은 카스미케어 그룹 모델이 적합할 것으로 보며, 암 재활은 아직 시행하고 있지 않지만 15년 전 곤지암리조트 Spa La Spa, 스페인 SHA Wellness Clinic Hotel, 스위스 Clinic La Prairie, 일본 오사카의 IGT & Dejima Clinic 등을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13. 마지막으로 보바스 기념병원의 올 한해 목표와 비전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병원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내부역량 강화를 올 한 해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면회가 제한되어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고생하지만, 병원에서 환자분들 모두 코로나 감염 없이 안전하게 지내며 신뢰가 잘 유지되도록 노력하는 등 기본에 충실할 것입니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여 주변 환경 및 정책에 맞게 적절한 대응을 취할 계획입니다.
인터뷰이. 롯데의료재단 보바스 기념병원 박진노 병원장
글. 헤렌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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