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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사의 Care-Full Space] 캄퐁애드미럴티(Kampong Admiralty) 답사에서 돌아본 한국 고령자 주거공급의과제ARTICLE 2026. 4. 3. 11:00

- 캄퐁애드미럴티는 고령자의 주거공간을 지역의 일상 속에 끼워 넣어 지역사회의 거실을 공유하는 모습이었다.
- 이 사례의 핵심은 기획초기부터 주거공간과 운영을 고려한 의료,돌봄,상업,커뮤니티 공간을 함께 기획한 구조에 있었다.
- 한국도 앞으로는고령자 주거의 공급량을 확보하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 안의 삶을 어떻게 지속시킬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싱가포르캄퐁애드미럴티를 둘러보며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이곳이 고령자주택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전에 알고 가지 않았다면 1층 중앙 플라자와 상업시설, 2층 호커센터를 보고 이곳을 고령자 주택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주말 오전인데도 공간은 활기가 있었고, 이용자도 고령층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중장년층, 젊은 층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이것은 애초에 저층부를 지역사회에 열어 두고, 그 위에 주거·의료·상업·커뮤니티 기능을 쌓아 올린 Mixed-use Senior Housing으로 기획되었기 때문이다. 1층의 커뮤니티 플라자 역시 입주민만을 위한 전용 공간이 아니라 지역민의 거실로 기능하고 있었다.고령자를 분리하고 별도의 생활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식사하고 쉬고 만나고 이동하는 지역의 일상 속에 고령자 주거를 끼워 넣는 방식이다. 우리는 고령자를 위한 주거를 말하면서도, 종종 그것을 생활의 연장선이 아니라 보호와 관리의 공간으로 상상한다. 좋은 고령자주거가 ‘노인만을 위한 조용하고 고립된주택’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구조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Community Plaza(1F), hawker center(2F)(사진:필자) 두번째로 인상깊었던 점은도시의 중심 생활권과의 연결성이었다. 캄퐁애드미럴티가 위치한 우드랜즈(Woodlands)는 싱가포르 CBD와 거리가 있는 편이지만, MRT와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접근성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고령자주거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문턱, 손잡이, 복도 폭 같은 내부 공간의 이용 편의와 안전성을 먼저 떠올린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더 결정적인 것은 병원, 식사, 상점, 대중교통 등을 얼마나 무리 없이 이용가능하며,필요할 때 도시의 중심지와 접근성이 용이한가 하는 문제다.그런 점에서 캄퐁애드미럴티는주거 하부에 의료, 상업, 커뮤니티 기능이 직접 배치되고, 그것이 다시 도시의 교통망과 연결되어있어 입주민의 편의성은 물론 이 단지 자체를 활력 있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라고 생각되었다.


MRT(Admiralty역)연결통로, 단지와 인접한 버스정류장 (사진:필자) 단지 내부의 세부적인 공간을 살펴보니 엘리베이터홀은 한국의 일반 공동주택보다 훨씬 넓게 느껴졌고,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벤치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복도와 산책로 곳곳에도벤치공간을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이것은 이동의 속도가 느리고 자주 휴식을 필요로 하는고령자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설계된 결과이다. 바람직한 고령자주거공간은 단순히 문턱을 없앤 집이 아니라, 일상 속 매일의 이동 과정 자체를 세심하게 배려한 생활 공간이어야 한다.


주거타워 엘리베이터 홀 및 복도공간(사진:필자) 반면,설계의 의도와 실제 사용은 다를 수 있다고 느껴진 부분도 있었다.포디엄 옥상의 산책로와 커뮤니티팜은 인상적인 공간이었지만, 필자가 방문한 시간에는 실제 이용자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더운 날씨 탓인지 사람들은 1층과 2층의반실내공간을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듯했다. 사례 조사 시에커뮤니티팜은 실제 주민과 자원봉사자가 함께 가꾸는 공간으로, 커뮤니티 활동의 일부로 활용되는 것으로 소개되었다. 다만 이것이 직접적으로 공간의 높은 이용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례를 볼 때는 ‘좋아 보이는 이미지’와 ‘실제로 작동하는 생활과 활용도’를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결국 사람들이 실제로 잘 이용하고, 머무는 장소가 어디인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Sky Terrace, Community Farm ( 사진:필자) 어린이집과 액티브 에이징 허브가 같은 층에 배치되어 있고, 외부공간도 공유하도록 계획되어 있어 자연스러운 세대교류를 상상할 수 있었다. 다만방문한 날이 주말이라 그 장면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이후 자료를 확인해 보니, 싱가포르 보건부는 애초에 어린이집과 ‘액티브 에이징 허브’를 나란히 두고 ‘세대교류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고, 실제 운영기관인 NTUC Health도 아이들과 시니어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세대교류는 설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의도된 공간 설계가 가능성을 만들고, 운영이 그것을 현실로 바꾸는 것이다.캄퐁애드미럴티의 강점이 건물 디자인에만 있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시설을 답사하기 전에는 캄퐁애드미럴티의장점을 ‘역세권 복합형 시니어주거의 형태’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현장을 보고 난 뒤 더 크게 남은 것은 건물의 형태보다 기획 방식과 운영 구조였다. 주거와 의료, 액티브 에이징, 커뮤니티 기능을 처음부터 같은 프로젝트 안에서 함께 기획하고 조정한 선진 사례다. 그래서 이곳은 ‘서비스가 나중에 덧붙는 주택’이 아니라, 애초에 생활이 이어지도록 짜인 주거처럼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역의 일상과 연결된 생활공간이 되려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운영까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 사례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현실을 돌아보면 과제는 더 분명해진다. 현재 한국의 고령자주거 공급은 공급 주체와 대상에 따라 크게 공공형인 고령자복지주택, 민간-공공 협력형인실버스테이, 민간형인 노인복지주택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공급 유형은 다양해지고 있지만, 이것이 곧바로 주거와 서비스의 통합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한국의 고령자주거는 유형별로 대상 계층과 비용 구조가 다를 뿐 아니라, 서비스가 주거 안에 얼마나 통합되는지, 운영 책임이 얼마나 명확한지에서도 큰 편차를 보인다.

한국 고령자 주거 공급 유형비교 (해안 시니어라이프플랫폼 HSLP 자료 발췌) 특히한국은 집을 공급하는 체계와 그 집에서의 삶을 유지하게 만드는 체계가 아직 충분히 하나로 묶여 있지 않다. 주택 공급은 국토교통부와 LH, 지자체 중심으로, 의료·요양·돌봄의 통합지원은 보건복지부와 시·군·구 체계 안에서 각각 정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향은 맞지만, 아직은 공급과 운영이 병행 추진되고 있다고 느껴진다. 이 상태에서는 입주 이후 의료, 돌봄, 생활지원이 얼마나 촘촘하게 이어질지 사업지나사업방식마다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책임의 경계가 흐려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단순한 공급 확대만으로는 고령자의 실제 삶까지 보장하기 어렵고 이는 입주자의 불편과 돌봄공백으로 이어질수 있다.
따라서,가장 중요한 것은 운영의 문제를 더 전면에 놓고 기획 초기단계부터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 어린이집을 단지 안에 배치했다고 해서 세대교류가 당연히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의료시설이 가까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생활 속 돌봄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더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은 공급량 그 자체보다 공급과 운영을 어떻게 하나의 구조로 묶을 것인가에 있다. 어떤 유형의 주택을 얼마나 더 공급할 것인지뿐만 아니라, 의료·돌봄·생활지원이 어떤 주체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지속될 것인지까지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야 한다.
캄퐁애드미럴티의벤치마킹 포인트는공간의 구성과 형태에만국한되어 있지 않다. 고령자를 위한 주거를 ‘수용의 시설’이 아니라 ‘운영되는 생활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공급 이후에 의료,돌봄 등 서비스를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생활의 통합’을 만들기 어려우며,이는 기획초기단계부터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령자가 편리하고 안전하며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건물의 외관이 아니라, 그 안에서 매일 반복되는 ‘운영의 질’이기 때문이다.
글. 신문정 건축사
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레지던스 TFT 팀장)
신 문 정
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레지던스 TFT 팀장) | 건축사
시니어레지던스 분야 실적
- 신사동 시니어레지던스 개발 (2024~)
- 부산 센텀 시니어레지던스 복합개발 (2024~)
- 한남동 하이엔드 시니어레지던스 (2023~)
- 대구 동인동 시니어레지던스 개발(2023~)
- 인천 루원시티 시니어레지던스개발(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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