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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우 건축가의 '함께 떠나고 싶은 그곳'] 필리핀 세부와 보홀섬ARTICLE 2026. 4. 3. 10:14
필리핀(Philippines)
필리핀은 7,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동남아시아의 군도 국가로, 독특한 역사적 배경과 풍부한 자연환경을 가진 나라다. 크게 북부의 루손(Luzon), 중부의 비사야(Visayas), 남부의 민다나오(Mindanao) 세 지역으로 나뉘는데 수도인 마닐라는 루손섬에 위치하고 세부는 비사야 제도에 속한다. 열대성 기후 지역으로 일 년 내내 덥고 습한 날씨이며, 크게 건기(12월~5월)와 우기(6월~11월)로 구분된다.
과거 스페인의 식민 지배 영향으로 국민의 약 80% 이상이 가톨릭을 믿는다. 이는 이슬람교나 불교 국가가 많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다. 역사적으로 약 330년 동안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고, 이후 약 40년 동안 미국의 지배를 받은 연유로 아시아에서 영어가 가장 잘 통하는 나라 중 하나다. 이로 인해 서구적인 문화와 아시아의 전통문화가 혼합된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주요 관광지로는 보라카이, 세부, 팔라완 등, 세계적인 휴양지로 유명하다.

1. 필리핀 
1-1 필리핀 세부(Cebu)
필리핀 세부(Cebu)는 푸른 바다의 여유와 활기찬 도시의 에너지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여행지다. 세부 국제공항에 내린 후, 휴양의 여유를 잠시 뒤로하고 세부 시내로 발길을 옮긴다. 도심지는 세련된 현대식 고층 건물과 서민 주거지가 한 블럭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 다닥다닥 엉켜있는 남루한 환경의 주거지 골목에 나타난 이방인에게 주민들의 경계심 가득한 눈빛이 집중된다. 내가 잘못 길을 들었는가 순간 당황했지만 치안이 걱정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낡고 녹슨 골철판의 지붕과 낙서가 있는 담벼락을 걸으며,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교차하는 도시의 공기를 체험한다. 세부의 뜨거운 햇살 아래서 마시는 달콤한 망고 쉐이크 한 잔은 달콤한 휴식이 되어준다.

2. 필리핀 세부 1 
3. 필리핀 세부 2 
4. 필리핀 세부 3 
5. 필리핀 세부 4 세부 해변 인근에 휴양시설이 많아서 어느 호텔이라도 좋지만 필리핀 전통 가옥 방갈로 스타일의 건축양식을 느낄 수 있는 아늑한 '블루워터 마리바고' 리조트로 정했다. 호텔 체크 인 후에 간단히 시설들을 돌아보고 나니 이제야 본격적인 휴양이 시작된 것 같다. 전통 마을의 컨셉으로 구성된 이 호텔 부지 중앙에는 거대한 반얀트리(뱅갈고무나무, Banyan Tree)가 수호신처럼 서 있다.

10. 블루워터 마리바고 호텔 
11. 반야트리(1) 이 나무의 특징은 가지에서 땅으로 내려와 뿌리가 되는 기근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기근들이 굵어져 마치 여러 개의 줄기가 나무를 지탱하고 있는 것 같은 장엄한 실루엣을 만들어 낸다. 주로 아열대 및 열대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거대한 그늘을 만들어 내어 예로부터 마을의 쉼터나 신성한 장소로 여겨졌다고 한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뒤엉킨 줄기와 뿌리가 만들어내는 수직적 선들이 매우 복잡하면서도 역동적인 구조미를 보여준다. 나무에 '해먹'을 걸어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기에 아주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인지 휴양지 특유의 평화롭고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저 나무 아래 해먹에 누워 있으면 거대한 자연 구조물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아늑한 기분이 든다.

6. 필리핀 세부 5 
7. 필리핀 세부 6 
9. 블루워터 마리바고 호텔 이 곳은 시내와 멀지 않지만 시간이 정지된 듯 모든 풍경이 한가롭고 여유롭다. 호텔 주변의 프라이빗 해변을 산책하다가 수상 카페에서 맥주 한 잔을 주문한다. 전망이 좋은 한적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한 스케치북에 바다 풍경을 그리던 나를 신기하게 구경하던 원주민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눈망울이 눈에 선하다. 먼 바다위에 하늘의 구름과 바다 물결 사이로 유유자적하는 조각배는 그동안 분주하게 살아온 내게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늘 문명과 원시 자연의 경계에 서면 생각이 깊어진다.
보홀(Bohol)과 발리카삭(Balicasag)
필리핀의 보석이라 불리는 보홀(Bohol)과 인근의 작은 섬, 발리카삭(Balicasag)은 스노쿨링의 성지이자 자연의 경이로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여행지다. 지금은 인천공항에서 보홀까지 직항이 있지만 당시에는 세부에서 배를 타고 약 2시간 정도를 이동해야 보홀섬에 갈 수 있었다. 보홀로 향하는 푸른 뱃길에 여객선의 창가에 기대앉아 바라보는 바다는 세상의 근심을 잊게 하는 듯 푸르름 그 자체다. 배가 세부의 항구를 벗어나 드넓은 바다로 나아갈수록, 투명한 에메랄드빛은 점점 더 짙은 코발트블루로 변해간다. 마치 누군가의 순수한 영혼을 들여다보는 듯한 맑고 깊은 색감이다. 쾌속선의 뱃머리가 갈라놓는 물길은 하얀 포말의 레이스를 끊임없이 수놓으며,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잔잔하고 규칙적인 파도의 리듬을 선사한다.

12. 보홀섬 가는 길 1 
13. 보홀섬 가는 길 2 
14. 보호섬 가는 길 3 때로는 수평선이 희미해져 하늘과 바다가 하나의 푸른 캔버스처럼 맞닿아 있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 위로는 뭉게구름이 하늘을 배경으로 그림 같은 풍경을 완성한다. 이곳의 자연은 푸른색 물감 하나로 하늘의 구름과 바다의 물결을 주제 삼아 수 백가지의 표정을 연출하는 드로잉을 구사해 낸다.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보홀섬의 실루엣은 마치 잃어버린 낙원처럼 신비롭고 고요한 설렘을 안겨준다. 섬이 가까워질수록 초록빛이 더욱 선명해지며,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속삭이는 듯 하다. 단순히 장소를 이동하는 시간이 아니라, 자연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속으로 진입하는 듯한 황홀함이다. 보홀의 특별한 관광지 중 하나인 초콜릿 힐은 키세스 초콜릿을 닮은 1,200여 개의 언덕이 끝없이 펼쳐진 모습은 초현실적인 풍경으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15. 보홀섬 수상가옥 
16. 보홀섬 초콜릿 힐 1 
17. 보홀섬 초콜릿 힐 2 보홀섬에서 아일랜드 호핑투어 중 하나인 발리카삭은 아주 작은 섬으로 바다 정원이자 수중 낙원이다. 필리핀 전통 배인 '방카'를 타고 나간 바다는 투명한 에메랄드빛에서 깊은 사파이어색까지 다채로운 빛깔을 뽐낸다. 섬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바다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말 그대로 이곳은 청.정.해.역!
나는 어렸을 적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깊은 물을 무서워하는 편이다. 연못이나 저수지, 호수, 강, 바다를 풍경으로 감상하는 것은 참 좋아하지만 직접 입수는 노땡큐다. 수영을 못하니 물이 무섭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스노클을 끼고 조심조심 바닷속을 살펴본다. 물 속은 동화 속의 용궁처럼 별천지다. 손에 잡힐 듯 지나가는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이 정교한 산호초 사이를 왕래하는데 원시 자연이 주는 압도적인 평온함을 느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바다 거북이 한 마리가 평화롭게 유영 중이다. 바로 옆에서 나란히 헤엄칠 때의 그 전율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다. 발리카삭은 육지에서 멀리까지 낮은 바다가 계속되다가 한 순간 절벽처럼 땅이 꺼지는 지점이 있다. 신비로움과 공포감을 갖는 '드롭 오프' 지점이다. 얕은 산호 지대를 지나 갑자기 바닥이 보이지 않는 짙푸른 심해로 변하는 지점인데 압도적인 자연의 위엄과 전율을 느끼게 한다. 그 경계에서는 다양한 어종들이 서식하는데 이 중에는 제법 사이즈가 큰 어류들도 많다. 그 곁에 떼 지어 다니는 이름 모를 작은 열대어 무리는 은빛 파도처럼 반짝인다.

19. 발리카삭 
20. 방카 이 여행은 바다에서 만난 완벽한 휴식과 탐험의 조화라고나 할까. 한적하고 순수한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어, 진정한 쉼을 원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선택지다. 낮에는 역동적인 호핑 투어를 즐기고, 밤에는 수산 시장이나 활기찬 식당가에서 산미구엘 한 잔을 곁들이는 하루다. 수족관이 아닌 진짜 바다에서 거북이를 보고 싶다거나 복잡한 도시를 떠나 투명한 바다를 만끽하고 싶은 독자들께는 보홀섬의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대자연의 생동감을 직접 보여주고 싶은 가족 여행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세부와 보홀섬 여행지는 단순히 '노는 곳'이 아니라 '비워내고 다시 채우는 곳'이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며 일상의 번뇌를 비워냈고, 현지인들의 밝은 미소와 자연의 생명력을 보며 다시 살아갈 에너지를 채운다. 바다의 깊이만큼이나 깊은 여운을 남긴 세부와 보홀, 발리카삭! 그 곳의 따뜻한 바람과 파도 소리는 오랫동안 내 마음속의 안식처로 남을 것 같다.

글/그림. 임진우 (건축가 / 정림건축)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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