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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철균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회장 특별 기고글] 새로운 일상과 건강한 공동체 환경카테고리 없음 2021. 11. 29. 18:08
새로운 일상과 건강한 공동체 환경
생경한 모습
근래 우리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맺어왔던 사회적 관계망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급격히 변형되는 무척 생소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짐작하건대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 및 가족 구성원과 함께하는 시간이 본의 아니게 많이 늘었을 것입니다. 직장인들은 동료와의 근무환경을 벗어나서, 그리고 학생들은 교육환경 외의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또한 지인들과 함께하였던 시간과 장소에 대한 기억은 가상의 네트워크 속 새로운 공간과 시간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는 생경함을 넘어 다소 익숙함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삶의 기반인 집을 돌아보고 일상의 토대인 가족들을 챙겨볼 수 있는 시간도 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더 나아가서는 건강한 일상의 관점에서 정주환경 전반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자리매김
우리들은 일상의 삶의 공간을 마치 잠시 스쳐가는 곳인 것처럼, 곧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잠깐 동안 머무르며 이겨내야 할 극복의 대상으로서 인식하는 일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날도, 그리고 그다음 날도 그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일상을 지속해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우리는 일상의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특정 공간을 점유하고 이를 통하여 개개인의 정체성 확립과 사회적 관계성을 형성합니다. 그러나 순간이 지나고 떠날 것같이 생각하는 그곳은 곧 우리에게 비 장소로 다가오고, 이로 인하여 삶의 많은 시간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센 태풍과도 같은 현재의 시간은 어느덧 과거 모습으로 투영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장소로서 그리고 자존의 기반이 되는 개인과 집단의 사회적, 물리적 점유 공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여야 합니다. 이를 통하여 지역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체와 집단의 행복의 근간을 이루고 신체적 건강을 넘어 정신적 건강까지 돌볼 수 있는 자리매김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일상
국내외 전문가 집단은 뉴 노멀(New Normal)이라고 명명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과 함께 자의적 또는 타의적으로 직면할 사회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예견하고 있습니다. 또한 펜데믹(Pandemic) 상황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가 하나의 유기체로서 각각의 역할을 갖고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와도 같이 동일한 시공간에 놓여 있는 초연결사회임을 인지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의 정주환경 역시 하나의 메커니즘 안으로 이미 통합·귀속되어 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서로 다름이 모인 아름다운 형상의 공동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구성원의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신속히 인지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함으로서 우리 지역사회(Communal Society)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단 쌓기를 위한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틈 내어주기
일상과 비상이 혼재되어 있는 긴 시간 동안 서로 마주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틈이 부재한 공간에서 거칠고 팍팍한 일상을 꾸려가고 있으며, 더욱이 소외와 빈약으로 인하여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삶의 현장, 우리의 가슴 아픈 현실을 새로이 직시하게 되었습니다.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 상황이 모두 상이하여 구성원들 중에는 외견으로 인지할 수도 경우에 따라 서로 인지하기 어려운 내재적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다가올 미래의 새로운 일상 준비를 위하여 긍정적 관점으로 애써 생각해보면, 다른 한편에서는 많은 사회·경제적 비용의 지불과 함께 우리는 새로운 관계 형성의 절대적 필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위하여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또한 사회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으로서, 건강한 공동체의 모습과 이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정주환경을 재구축해 나갈 기회이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축적한 우리 모두의 경험 지식을 토대로 개인과 집단이 점유하고 있는 유·무형 공간의 틈을 내어줌으로써 사회적 네트워크의 중심체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기초로 하는 견고한 정주환경이 구축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
단계적 일상생활 복귀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일상생활로의 단계적 복귀가 신속하고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건강한 공동체를 토대로 하는 새로운 정주환경이 구축되기를 기대합니다.
글 / 채철균 광운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