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거진HD 연말호 특별 기고글] 2021년 한 해 인터뷰를 소회(所懷)하며카테고리 없음 2021. 11. 30. 15:03
HD매거진에서 ‘사람과 공간’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한 지 어느덧 한 해가 흘렀습니다. 그동안 열 세분의 병원장님 이하 원장님들을 만나면서 병원을 경영하는 것은 곧 사람을 살리는 경영이며, 사람을 살리는 경영 또한 헬스 케어 기본 정신에 입각한 과제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경영자와 의사의 입장 사이에서 매번 힘겨루기를 하는 병원장님의 무한한 고뇌와 신념은 그동안 인터뷰 내용에서도 명확히 드러난 부분입니다.
초기에는 병원 디자인에만 초점을 맞추어 인터뷰를 계획했지만,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병원 디자인도 병원장님의 삶과 노하우에서 출발하고 기인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말호를 맞이해 에디터의 글을 요청받으면서 열 세분의 인터뷰 글을 다시 한번 모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병원장님의 한 말씀 한 말씀이 너무나 값지고 소중한 것임을, 또한 다른 곳에서 읽기 힘든 병원 경영 노하우와 병원 디자인, 그리고 미래 병원 설계와 앞으로의 계획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몇 가지 공통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병원을 ‘비즈니스가 아닌 환자에 대한 사명감’으로 임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병원장님들이 직접 개발한 진료방식 및 치료법, 수술법 등을 통해서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전문 분야에 대해 제대로 치료하는 의료기관이 되자는 부분은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병원장님들은 '환자가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진료를 볼 수 있을까? 어떤 수술법이 환자를 위한 길인가?' 라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자세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또한 이는 계속해서 병원의 성장잠재력을 키워주는 비결이 되는 것이죠. 이런 병원들은 진료 역시 남다릅니다. 매번 똑같은 진료와 치료가 아닌 객관적인 판단하에 늘 차별화된 진료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성장잠재력’, 이 말은 지금 이 시대에 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단어입니다. 특히 ‘성장잠재력’이 없고 앞으로 무언가를 더 이상 제시할 게 없는 병원은 결코 오래갈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직원들을 위한 복지 및 휴식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인터뷰 기사에서 알 수 있듯 대체적으로 모든 병원은 환자뿐만 아니라 직원들까지 생각합니다. 특히 병원 내 직원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오락 공간이나 체육 시설, 정원 시설 등을 설치해 틈틈이 휴식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3년 근무한 직원들에게 15일 유급휴가를 주거나 워크샵을 통한 친목도모, 병원 내 공연장을 만들어 편안한 휴식과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한 것은 직원들을 생각하는 병원장님의 진심 어린 배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실 병원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면 실현되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환자를 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가까운 직원들의 정신과 건강까지 챙기는 병원은 그 자체로 믿을 수 있어 안심됩니다.
세 번째는 ‘병원장님들이 직접 참여하는 병원 설계’라는 점입니다. 병원장님들은 진료실과 동선, 로비, 컬러, 응급실, 수술실 등 센티미터 하나까지 정확하게 계산하고 병원 인테리어 전문가와 논의합니다. 특히 병원 특성상 전문 분야별로 병원 디자인 역시 달라야 한다는 사실은 매번 인터뷰를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모두 똑같이 획일화된 디자인은 그 어떤 병원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특히 무조건 외관을 화려하게 꾸미고, 내부 공간을 데코에 치중하는 병원은 단 한 군데도 없었던 것처럼,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스킵플로어 구조로 변형을 주거나, 환자와 일반인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동선의 방향을 달리하고, 환자들에게 편안함을 주고자 명화 작품을 벽에 설치하는 등 곳곳에 병원장님들의 세심한 설계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그만큼 병원장님들의 손길이 묻어난 병원은 그 어떤 병원보다 무한한 신뢰와 애정이 담겨있습니다.
앞으로 미래 병원은 메타버스 시대가 될 것입니다. 의료 메타버스 플랫폼이 앞으로 구축될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한 의료 체계 역시 바뀌겠죠. 하지만 그보다 환자를 향한 진정성의 가치가 근본적으로 확립되어야 메타버스도 유지될 것이라고 봅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는 내년도 트렌드 키워드를 ‘TIGER OR CAT’으로 정의했습니다. 2022년은 ‘검은 호랑이 해’이죠. 이는 소위 ‘위드 코로나’ 내지 ‘ 포스트 코로나’가 시작되는 새로운 기점에서 “호랑이가 될 것인가, 고양이가 될 것인가”의 기로에 섰다는 의미를 표현한 말입니다. 지난 2년에 걸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은 트렌드 변화의 속도를 가속화했고,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불러왔습니다. 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호랑이는커녕 고양이로 전략할 가능성이 높기에 그만큼 혁신이 절실하다는 분석입니다. 지금 병원에도 혁신이 필요합니다.
또한 새로운 건강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단어 중 하나를 ‘헬시 플레저’로 분석했습니다. 이는 ‘건강(Healthy) 관리도 즐거워야(Pleasure)한다’는 의미에서 요즘 사람들의 건강관리법을 ‘헬시 플레저’라고 소개합니다. 특히 무병장수를 원하는 것이 아닌, 행복한 내 모습을 찾아가는 요즘 사람들의 지속 가능한 건강관리를 뜻합니다. 그래서 ‘헬시 플레저’ 식단관리로 건강한 맛의 음식을 먹고, ‘헬시 플레저’ 피로 관리로 한번 쉴 때 집중적으로 진짜 휴식하며, ‘헬시 플레저’ 멘탈 관리로 불안한 멘탈 속에서도 위로와 재미를 추구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건강과 지속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건강관리도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겠죠. 병원도 이처럼 건강한 병원, 지속 가능한 병원, 즐거운 병원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곳에서 진료를 받는 환자들은 더 없는 행복과 안도감,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글. 헤렌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