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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숙 간호부장의 노인병원 애상] 요양병원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volume.13 2021. 8. 2. 11:12
노인병원에 근무한 지 어언 20년이 다 되어 간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니 나이가 있어 더 발전이 없을 것 같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던 중, 우연히 지역 신문을 보다가 노인 전문 병원 (이때는 노인 전문 병원이 가능했으나 나중에 노인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없어짐)의 팀장을 구인한다는 광고를 보았다. 바로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처음 한 말이 '나이가 있는데 괜찮은가요?'였다. 처음 맡은 병동이 102 병상 치매병동으로 다른 팀장들은 하던 일을 하는 것이었지만 나에게는 전혀 다른 분야이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치매에 대해 알려 주지도 않았고 이론적으로 알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아 지금 생각해 보니 맨땅의 헤딩을 한 것 같다….
더군다나 종합병원(?)이고 폭탄(?)인 노인 환자에 예쁜 치매도 아닌 공격적이고 불안정한 치매만 102명 이었다. 간병인도 협회에서 1주일만 간단히 교육받고 투입된 분들뿐이었는데, 낙상 사고와 질식, 심장 마비 등등의 사고를 담당하는 급성기에서 근무했던 나는 팀장임에도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노인 병원 근무 경험 있는 간호사들이 응급 상황을 잘 대처하는 것을 보고, 팀장 체면이 서질 않아 사직을 하려다 문득 지역 내 이직이다 보니 자존심에 ‘두 달만 견뎌 보자’고 했던 것이 지금까지 온 셈이다.
지금이야 급성기 병원도 노인 환자를 받아 주는데 점차 노인 인구의 증가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 만 그 당시만 해도 노인 환자들은 전원 보내면 안 받아 주고 노인 병원에서 왔다고 온갖 잘못된 것을 보호자들에게 얘기해서 불신을 주고는 했다. 문제 행동 있는 치매 환자가 요양원에 가면 그 날 안으로 쫓겨 오곤 하였다. 그 어떤 치료적인 장치(소변 줄, 비 위관 영양 등)가 없는 그야말로 집처럼 요양만 하는 곳이 요양원이었다. 나 역시 대학 병원의 진료 협력 센터서 근무할 당시, 요양 병원에서 보내온 소견서를 보고 너무 실력 없다고 비웃고는 하였다. 그랬던 내가 레지던트, 인턴이 없는 상황의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려면 많은 판단과 분별력 등 실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병원의 비전이 “마. 미. 실. 라” 아름다운 마음, 아름다운 미소, 실력 그리고 아름다운 나눔! 이다. 대학병원 교수들을 초청하여 교육을 받고, 교육 담당인 나는 간호사, 간병사들을 수시로 교육하면서 실력을 키워 노인에 대해서만큼은 우리가 더 실력이 있으니 까다로운 보호자들에게는 “제 환자입니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전원을 원하는 내과적인 환자 보호자들에게는 같은 약물 치료이고 우리 병원도 인공호흡기 치료가 가능 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금의 그 병원은 노인병원에서 상위권(?)에 드는 알아주는 병원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사이트가 없어져 아쉬운데 우리들의 미래인 치매 어르신들과 함께하다 보니 생각이 많아져 지역 신문과 중앙일보 건강 블로그 전문위원이 되어, 몇 년간 치매병동 일기를 기고하게 되어 간호협회 신문에도 두 차례 실리곤 하였다.
그러다 2007년 장기 요양 보험 제도가 들어오면서 포괄수가제로 변경되었고, 노인 인구가 점차 늘어나면서 요양병원의 수가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점차 낮아지는 수가로 인해 행위별수가인 재활환자나 투석환자가 아니면 의료 최고도의 중환자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 되었다. 과거 요양병원은 병원으로 인식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병원의 기능과 요양기관의 기능이 결합된 복합기능 병원으로 특수화가 되어가고 있다. 즉, 일반인이 알고 있는 단순 요양병원이 아닌 여러 가지 질병과 치매인 특수 질병이 합친 복합기능 병원인 셈이다. 급성기 병원은 병원 내에 여러 과가 있어, 각각 나누어서 진료를 보지만, 요양병원은 한 곳에서 여러 과를 봐야 하기 때문에 더 높은 실력과 많은 업무량이 요구되는 곳이다.
그럼에도 행위별 수가인 대학병원의 청구량은 많은 것에 비해, 요양병원은 포괄수가제의 기준에 해당 하지 않으면 청구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당연히 간호사들의 급여도 전문직 치고는 터무니없이 적은 반면, 갈 병원은 많다 보니 인력을 구인해야 하는 간호부장으로서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죽하면 우리의 로망이 나이트 이브닝 킵일까?
많은 세월을 요양 병원에 근무하다보니 할 말은 많지만 정책도 이해하고 요양병원의 현실도 이해한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정책이 보호자들을 위한 정책이고, 노인 환자들에게는 도움되지 않는 정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또한 2004년부터 인증조사 위원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도 요양 병원의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것이고, 인증조사를 하면서도 지적질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 많은 선배로 개념을 이해시키면서 보다 나은 병원을 만들어가기 위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아래의 글은 오래전 치매병동에 근무할 당시 기고했던, 지금은 없어진 사이트에서 누군가가 퍼간 글을 간신히 찾은 글이다. 축구를 무척 좋아하는 나는 마침 도쿄올림픽도 해서 그런지 감회가 새롭다.
피곤해서 잠시 간호사실에서 앉아서 주위를 둘러본다. 역시나 우리 할아버지 한 분은 간호사실 앞의 탁자를 열심히 닦고 있고 할머니 한 분은 더운 날씨에도 두꺼운 앙골라 스웨터를 입고 “아자씨!”를 열심히 부르며 집을 찾는다. 우리 원 할머니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 나오는 딸 옥희 목소리로 혼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욕을 하기도 하고 남의 행동을 보고 미쳤다고 하거나 느닷없이 “엿 먹어라” 소리를 질러 마침 회진 하던 주치의가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고 우린 한참 웃었다. 백 할아버지는 평소 릴낚시를 즐겨하셨는지 침을 흘리면서 혼자서 신중하게 줄을 감고 계시는데 어찌나 열심히 하시는지 모습만 보아서는 정상인이다.
걷는 분은 다른 환자의 휠체어를 뒤에서 밀어 주는데 무조건 직진이다. 후진도 좌회전도 우 회전도 없다. 놀이터에서 노는 어린아이를 보는 부모의 심정이랄까? 사고 다발 지역이다. 환자를 돌보는 우리의 눈은 그래서 카멜레온의 눈이 된다. 그러나 이토록 환자는 각자 저마다의 세계서 지내지만 그럴수록 간호하는 우리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우리 병동은 순식간에 서부 개척 시대가 되어 버린다.
넓은 운동장에서 뛰는 축구 선수처럼 우린 모두 최선을 다한다.감독인 나 팀장은 각자의 적절한 위치 선정과 볼 처리 능력, 순간 방어 능력, 공에 대한 집중력 훈련, 몸싸움에서 이기는 법, 선수간의 위계질서, 골키퍼의 역할 등등 선수 11명이 전반전, 후반전 모두를 잘 소화할 수 있게 눈으로 머리로 지시하며 또한 이 모든 것을 성실히 수행해 줄 책임 간호사가 필요하다. 개인플레이가 뛰어 나도 좋지만 요즈음은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1 간호사는 공격수로 의사와 환자의 상태 등을 의논하여 적절한 처치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해야 하며 중간 간호사는 미드필더로서 멀티 플레이어(다양한 역할)로 제1 간호사의 지시를 받아 병동의 크고 작은 처치를 주 업무로 하며 수비수인 보조 간호사는 환자의 기본적인 활력 증후군(혈압, 체온, 맥박)과 환자들의 심리 상태와 행동 양상, 문제 행동 등을 세밀히 관찰하여 보고 하여야 한다. 볼 처리 능력이 중요하듯이 응급 상황 시 위기 관리 능력이 있어야 하고 공에 대한 집중력이 있어야 하듯이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중요 하고 상대방의 공을 뺏으려면 달리는 속도가 빨라야 하듯이 우리 병동은 행동이 느리면 그 많은 일을 시간 내에 처리 할 수가 없다. 102명의 어린아이를 모아 놓았다 생각해 보시라.
패스를 하려면 정확한 각도와 위치 선정도 중요 하듯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보호자들의 심리 상태와 치료의 한계를 잘 판단할 줄도 알아야 한다. 어시스트가 필요하듯이 적극적인 치료를 원할 때는 타 병원과의 협조도 가끔은 필요하다. 일단 주전이 빠지면 힘이 들듯이 때론 내 마음이 불편하거나 피곤하여 의욕을 잃으면 눈에 띄게 팀워크가 흐트러지고 팀원들도 승부욕이 없어져 아주 재미없는 경기가 되는 것을 절실히 느끼곤 한다. 능력 안 되는데 너무 뛰거나 공에 대한 욕심을 부리면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또한 상대방이 아무리 공격해와도 골키퍼가 신의 손으로 든든히 막아 준다면 뛰는 우리 선수들은 오직 공격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비록 지는 경기가 될지언정, 관중들이 재미있어하고 건전한 스포츠 정신으로 구경한다면 경기하는 우리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
공을 부지런히 쫓아다니다 보면 기회가 오듯이 매일을 최선을 다해 일하다 보면 그 어떤 목적 있는 삶 보다 우리 어르신들에게서 얻는 단순함이 날마다 새로 태어난 듯 한 신선함을 갖게 한다. 당신 때문에 나 눈물도 배웠고, 당신 때문에 나 행복을 배웠고, 당신 때문에 나 웃음과 사랑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당신 때문에 나 삶 너머의 에덴동산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글 / 최경숙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최경숙
현)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현) 요양병원 인증 조사위원
전) 대한간호협회 보수교육 강사
전) 요양병원 컨설팅 수석팀장'volume.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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