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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병원 마케터가 바라본 짧고 얕은 문화이야기] ‘창작’이라는 건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보물을 찾아가는 여행

노태린앤어소시에이츠 2022. 8. 1. 12:46

창작’이라는 건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보물을 찾아가는 여행
일상의 힘을 알려준 책 <김이나의 작사법>, <보통의 언어들>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그 결과물을 냈을 수도 있다.’ 이런 말을 살아오면서 참 많이 들었던 것 같고, 반대로 후배들에게 일을 시키면서 잔소리처럼 자주 사용했던 적이 많았다. 어릴 적에 기자를 할 때 스튜디오 촬영이 있는 콘텐츠 작업을 하면 우선 관련 레퍼런스를 가득 서치해 가고 거기서 다시 우리만의 색깔을 덧붙이는 작업을 했다. 그렇게 선배들에게 배웠고 거기서 노하우를 터득해 나갔다. 어디까지 참고자료로 봐야 할까 고민했던 적도 그 당시 있었던 것 같다. 왜 난 창의적이지 못할까 고민하면서.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힘든 일은 창작의 고통이지 않을까? 아마 자신의 생각을 떠올려도 이미 만들어져 있는 작품들과 대조하면서 표절과의 위태위태한 경계선에 놓일 때가 많아서일 것이다. 사실 아이디어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고 눈을 더 크게 뜨지 않아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찾고자 하는 이는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최근에 유희열의 표절이 이슈이다. 문화계 표절은 비단 음악계뿐 만의 일은 아니다. 예전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에서 실망감이 컸던 기억이 떠오른다. 표절 이슈가 되는 상황을 보면 단순히 오마주라고 칭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들은 모를 거라고 본인만의 우월성이 내재되어 그런가 싶기도 해서.

 

아무튼 이번 표절 이슈를 보면서 떠오른 이가 있다. 바로 김이나 작사가이다. 히트곡만 300여 개가 넘는 작사가인 그녀가 어떻게 창작가의 자리에 굳건히 써서 그녀만의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었을까? 읽어본 이들이 많겠지만, 창의적인 일을 하는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주지 않을까 싶어 그녀가 쓴 <김이나의 작사법><보통의 언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불킥한 경험도 직시해서 자신의 작품에 녹여

 

먼저 나온 책인 <김이나의 작사법>은 그가 작사가로 입문하게 된 계기와 작사를 하는 방법을 고스란히 알려주고 있다. 음률에 맞춰 주제를 정하고 가사를 쓰는 거지란 아주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이 책을 펼쳤지만, 일상의 단어가 어떻게 그녀의 가슴을 통과해 노래가 되었는지 그녀의 이야기와 함께 담겨 있었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하면서 이불킥을 했던 경험도 그녀는 외면하지 않았다. 직시해서 자기의 일면을 극대화하여 자기 작품에 녹이는 걸 보고 역시 다르다고 생각했다. 일상적인 것들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 것, 자신의 어릴 적 트라우마까지 직접 가사로 쓴 걸 보고 그래, 지나고 나면 그건 아무 일도 아니었어라고 툴툴 털고 나올 수 있을 때 내 사고의 폭도 넓어지는구나 하고 새삼 느끼기도 했다.

 

작사란 단순히 글만 잘 써서 되는 것이 아니고 팀워크로 곡에 최적화되도록 가사를 붙이는데, 그녀가 또 하나 놓치지 않은 가수와의 어울림을 생각하면서 만든 곡 중에 조용필의 걷고 싶다는 읽으면서 귀로는 노래를 들으면서 울고 말았다. 사소한 순간이 행복으로 느껴질 때 어떤 순간보다 참 행복하다는 느낌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찰나를 바탕으로 쓴 노래였다. 가사 하나하나가 귀에 박히고 말았다. 이 책은 그랬다. 눈으로는 그 곡을 만들어 나간 이야기를 읽고, 귀로는 그 노래를 함께 들을 수 있는데 참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써 내려갔구나 싶어지게 만든 저력을 책을 읽다 보면 느끼게 된다.  

 

 

 

일상 속에서 터득한 삶의 태도와 감정을 언어로 표현해 내

 

<보통의 언어들>은 그녀가 창의적인 글을 쓰는 저변에 기틀을 마련해 준 언어들을 나열하면서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 김이나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일상 속에서 터득한 삶의 태도와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다.

 

김이나 작사가의 곡을 보면 어떻게 이렇듯 딱 맞는 말들을 표현해 냈을까 하고 놀라게 된다. 결국 글을 잘 쓴다는 건 어휘력과 기교가 아니라 일상에서 축적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상황에 최적화된 표현을 하는 것이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읽으면서 공감하게 하고 거기에 미쳐 정리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알게 해줘서 읽는 이를 한 단계 더 성숙해질 기회를 주게 만드는 글이 잘 쓴 글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내 삶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단어를 정리해보고 싶어지는 것은 김이나 작사가가 느낌 감정과 관계 속의 언어들 이외에 나도 나만의 언어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책에는 그녀가 깨우친 좋은 글귀가 너무나 많다. 어찌 보면 내 이야기 같아서. 밑줄 그어 읽고 다시 상기하고 싶은 그런 글귀들이 가득한데 이렇게 터득하는 것들이 얼마 전 읽은 <오은영의 화해>와도 맞물려 있었다. 그 책에도 내 인생의 뿌리가 흔들릴 정도로 괴로워하지 말고,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과 대화하라고 하는 부분이 나오니 말이다.

 

오은영 박사가 말한 당신은 좋은 사람이지만, 당신을 다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하는 부분은 김이나가 말한 대충 미움받고 확실하게 사랑받을 것이라는 말과 통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애쓰지 말라는 것그리고 소중한 일상 속에서 소중한 관계를 이어 나가라는 것. 그렇다고 이것을 우리는 표절이라고 하지 않는다. 다른 표현에서 공감하는 포인트가 일치했을 뿐이다.

 

가끔 우리가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지금 현실의 바닥을 딛지 않고 위로만 손을 들어 버둥거리고 결과물을 손쉽게 해내기 위해 현실을 둘러보지 않고 쉬운 길로 가려고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김이나 작사가의 글이 어쩌면 위로가 될 수도, 또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낼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보통의 언어들> 속 글귀

- 감정이 원형 그대로 전달될 수 있으려면, 글자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때로는 불가능하다. 인간은 같은 언어를 서로 미세하게 다르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 실망은 결국 상대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들이다. 나의 의지로써가 아니라 누군가 갑자기 연 커튼 너머 햇살처럼 쏟아져 내린다.

- 사랑과 행복은 비처럼 내려오는 감정들이다. 나의 의지로써가 아니라 누군가 갑자기 연 커튼 너머 햇살처럼 쏟아져 내린다.

- 나이가 든다는 것은 파도를 타듯 자연스러울 때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 육체가 약해지는 데에는 분명, 조금 더 신중해지고 조금 더 내려놓으라는 뜻이 있을지도 모른다.

- 인간은 누구나 어떤 부분에 한계가 있으며, 그 한계의 벽에서 뒤돌아봐야 한다. 알 수 있는 나만의 가능성이 있다. 즉 한계에 부딪친다는 건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도 된다.

 

 

글/사진. 이현주 병원 마케터


 

이현주


글쓴이 이현주는 바른세상병원에서 홍보마케팅 총괄을 하고 있는 병원 마케터이다. 

병원 홍보에 진심이긴 하지만, 한 때 서점 주인이 꿈이기도 했던 글쓴이는 독서와 예술에 관심이 많다.